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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에 분노한 학부모 “사립유치원이 학교냐? 학원이냐?”

21일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 개최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8-12-21 17:36:01
수정 2018-12-21 17: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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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존립 위한 전국유치원 교육자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존립 위한 전국유치원 교육자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립유치원은 학교입니까? 학원입니까?"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원론적인 이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는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에 선임된 이덕선 이사장의 명함 뒷면에 '유치원은 우리 아이들의 처음 학교입니다'라는 말이 써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학부모들한테 그렇게 홍보하고, 정부에 지원해달라고 요구할 때도 '학교'라고 처절히 강조하면서, 도대체 왜 모든 학교가 따라야 할 투명한 교비 회계 처리방식을 따르라 하면 사유재산이고 개인 사업자라며 잘 따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한메 위원장은 동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들었던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어머니가 한 말을 곱씹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 급식을 봤는데, 삶은 계란을 2등분도 아니고, 4등분을 해서 준다고 한다"며 "그 어린 것들이 얼마나 많이 먹는다고 그렇게 주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이 '서울대보다 보내기 어렵다'고 한탄하는 국공립유치원 입학 경쟁을 말하며 "학부모들은 종일반이 없어서, 방학기간이 너무 길어서, 맞벌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에 보냈다"며 "이런 추악한 실태를 봤을 때, 저희는 분노 이전에 무능력함을 느꼈다. 우리가 부모고 어른인데, 이런 일이 자행될 때까지 방치했나"라고 자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분노한 시민들 모여라!: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2.21.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분노한 시민들 모여라!: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2.21.ⓒ뉴시스 제공

토론회 사회를 맡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어제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교육부의 시행령 제안에 대해 '입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박찼다"며 "무도(無道)하다.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20일 국회 교육위 법안소위를 개최하고, 유치원 3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안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퇴장해 파행됐다.  

유치원3법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엄마 아빠들이 다들 돈 버느라 바쁘지 않느냐"며 "그런데 유치원 원장님들은 평일에 검은 옷을 입고 1만 명씩 모여서 외친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뭉치지 않고 조직화되지 않으니까 자유한국당이 벌건 대낮에 1만 명씩 동원할 수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엄마들이 뭉치지 않으면 국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함부로 취급 받는다"면서 "가슴 속에 작은 불덩이 하나씩 들고 각 지역으로 돌아가서 엄마, 아빠가 해야될 일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시간끌기, 발목잡기, 침대축구를 반복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을 보고 가야지, 자유한국당을 보고 갈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분노한 시민들 모여라!: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개최됐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분노한 시민들 모여라!: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개최됐다.ⓒ민중의소리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소유주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  

이날 토론회에는 유치원 비리에 분노한 시민과 학부모들이 모였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유치원 비리 이야기를 할 때, 한유총 차원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은 당장 운영이 어려운 유치원들이 70~80%라는 이야기다. 어떤 면에서는 생계형 비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이 운영해 118억대의 비자금까지 축척할 수 있었던 이면엔 어떤 프로세스가 있어 가능한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 공동대표는 "유치원 비리는 단순히 돈을 횡령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아이들의 건강권과 안전을 맞바꾼 대가"라며 "노후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적립금과 아이들 교육의 용도로 모았던 학부모 부담금이 페이퍼컴퍼니나 사적인 용도로 유용됐기 때문이다. 회계 비리는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안전을 현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사실상 횡령을 저질렀을 때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가 반복된다면 너도나도 아이들의 안전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공동대표는 시설 이용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영리기관도 자가 건물의 임대료를 법인 통장에서 쓸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비영리법인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비윤리적인 주장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립유치원이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오랜 기간동안 면세 대상이었다는 부분도 결국에 개인용도의 지출은 원장의 월급에서 쓰면 되는 것"이라며 "사유재산권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면 학원법에 의거한 곳으로, 누리과정 지원금 등 국고 지원을 받지 않는 사업자로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 공동대표는 발언 말미에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며 한유총 집회 때 학부모들이 띄운 애드벌룬에 담긴 문구를 다시 한번 읽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도 이날 한유총의 '사유재산' 프레임에 대해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남희 팀장은 유치원3법 통과는 '사유재산 침해'라는 한유총 주장에 대해 "공공적으로 운영돼야 할 교육 기관의 문제이지, 재산권의 침해 문제는 아니다"며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설립자가 자기 땅과 건물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 건물과 땅은 설립자의 소유이며, 사유재산"이라면서도 "유치원이라는 기관, 학교는 설립자 개인의 재산인가? 아니다.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유치원3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설립자의 땅이나 건물이 뺏기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 그 건물과 땅은 설립자의 소유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립자가 투자한 건물과 토지 비용을 회수할 있게 해달라는 한유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영리기관이라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비영리기관은 투자자가 이익을 회수할 수 없고, 투자가 아니라 운영을 해서 수익이 나면 공공 목적에 이용하라고 국가가 엄청난 지원과 혜택을 준다"며 "연간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가 사립유치원에 지원되고 있고 소득세법 상 비과세, 여러가지 세제 혜택과 지원을 하는 이유는 교육목적으로 운영된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측도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지은 교육부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 TF 팀장은 '유아학습권 보호'와 '회계 투명성 강화'가 유아교육 정책의 핵심이라고 꼽으며, 국가적 책임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유아학습권 보호를 위해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지은 팀장은 "유치원의 일방적인 학기 중 폐원을 방지하기 위해, 폐원 신청서를 낼 때 폐쇄일자를 매학년도 말일로 명시하도록 추진하려고 한다. 폐쇄인가 신청서에는 학부모 동의를 3분의 2이상 받는 것으로 첨부를 해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기관으로 옮겨서 학습권 보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전원조치 계획을 세우도록 하려고 한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교육감이 이런 조치가실제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의무사항을 넣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부는 교육부령인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의 개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팀장은 회계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관련해 "그동안 일명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이 유치원에서 단서조항으로 해 선택 사항으로 들어가 있었지만 이제 회계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이 완료되면 내년 1학기인 19년 3월부터 1단계로 해서 일정 규모 이상인 유치원을 대상으로 하고, 2020년에는 전면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16일에 교육부령 개정 사항을 발표했고, 17일부터 1월 말까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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