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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는, 설이 없다

[포토스토리] 13년차 맞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
2019.02.03 22:26:43
 

 

 

 

삶은 오르막길이었다. 길은 거칠고 날씨는 궂었다. 해고자들은 거리에 눕고, 고공에 오르고, 밥을 끊어가며 싸웠다. 숱한 갈등과 회한과 우울과 무기력감에 시달렸고, 긴 세월 위에서 하나 둘 떠나는 동료의 등을 지켜봐야 했다. 부당함은 명백했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다.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복직을 기다린다. 복직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 복직은 그 이상의 의미다. "명예롭게 복직해서 명예롭게 퇴직하겠다". 정년을 맞은 해고자의 말이다.  

 

긴 세월이 앗아간 것은 셀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삶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고마운 사람들과 숱한 빚을 지고 갚았다. 잃은 것들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다.

 

참으로 긴 시간.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다.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늦었지만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석연찮던 판결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속속 노사 합의로 농성을 끝내는 요즘 이들도 오래 묵은 축하를 받고 싶다. 

 

2007년 4월 시작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싸움이 12년, 햇수로 13년차를 맞았다. 콜텍 해고자들은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10일 광화문의 천막을 콜텍 본사 앞으로 옮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후 '사법 농단'의 피해자이기도 한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천막을 들여다 봤다.  


 

 

▲ 싸우다보니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는 말한다.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30일 금속노조 집회에 참석한 김경봉 씨. ⓒ프레시안(최형락)

 

 

 

 

 

 

▲ 지난해부터 많은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노사 합의로 투쟁을 끝냈다. '최장기 투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콜트콜텍의 해고자들 역시 이제는 축하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콜트콜텍 사태가 길어진 배경에는 이른바 '사법 농단'도 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4일 구속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58년생 김경봉 씨 ⓒ프레시안(최형락)




 

▲ 임재춘 씨가 30일 열린 금속노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날 이른 아침 천막을 찾았다. 임재춘 씨의 첫 마디는 "너무 늦었다"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정년이 되기 전에 복직'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정년이 다 되도록 싸웠다는 말이기도 하고 복직해도 얼마 일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복직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명예롭게 퇴직하기 위해서'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 앞 ⓒ프레시안(최형락)

 

 

 

 

 

 

 

▲ 30일 콜텍 본사 앞에서 열린 문화제. 바나나몽기스패너, 윙크차일드태퍼스 등이 공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콜텍 본사 앞 천막의 비닐에 물방울이 맺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그는 2008년 10월 양화대교 옆 송전탑에 올라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12년이 어떤 시간이었느냐는 물음에 김경봉 씨는 느끼고 생각한 바가 많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최형락 기자 ch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입사. 사진기자로 일한다. 취재 중 보고 겪는 많은 사건들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전시 <두 마을 이야기>(2015),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2011, 공저).
 

 

 

 

 

▲ 30여년 기타만 만들어온 임재춘 씨가 13년째 거리에 서 있다.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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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입사. 사진기자로 일한다. 취재 중 보고 겪는 많은 사건들에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전시 <두 마을 이야기>(2015),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2011,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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