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상황의 긴장감은 조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라는 점에서 나온다. 그는 법대 교수 시절부터 줄곧 정치검찰의 청산을 말해왔고,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으로서 중점을 둔 정책 역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였다. 때문에 검찰의 움직임에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시점이 미묘하다. 하루 전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고, 여야가 9월 2~3일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검찰의 숨은 의도를 경계하는 관점은 전혀 다른 두 시각이 공존한다. '조국 죽이기'와 '조국 구하기'.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는 발언이 전자를 대변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시늉만 보일 수도 있고, 진정한 수사 의지가 있을 수 없다고도 본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이 후자를 대표한다.
검찰 "신속한 증거보전 차원... 다른 사정 고려 없다"
하지만 이런 해석에 검찰은 억울해한다. 압수수색 시점에 대해서도 청문회 직후나 임명 직전, 또는 임명 이후 언제 하든 말이 나올테니, 원칙적으로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이고, 여러 건의 고발이 제기돼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한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신속한 증거보전 차원의 압수수색이 필요했고, 다른 사정은 고려한 바 없다"고 했다. 또한 "검찰개혁 이슈와 전혀 상관 없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미 검찰개혁 관련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강력한 명분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다. 역대 총장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총장도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어떻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라"고 당부했다.
27일 검찰의 조 후보자 관련 움직임은 이러한 흐름에서 볼 수 있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런 그를 검찰이 정조준했다는 것은 '우리는 더는 정치검찰이 아니다'라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이 제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꽃놀이패
반격이든 방어든 검찰이 유리한 상황이다. 끝까지 판다는 특수부,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맡았으니 어떤 결론이든 한쪽은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혐의 없음'으로 나온다면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결백을, 검찰은 검찰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얻는다.
검찰의 전리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의 신상, 재산내역 등이 탈탈 털린 법무부 장관이다. 수사는 몰라도 검찰개혁을 지휘해야 하는 인물이 본인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검찰에게 얼마나 수술용 메스를 들 수 있을까.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수사를 "조 후보자에게 '검찰을 안고 가야 한다'고 각인시키는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수사 결과가 반대라면 조 후보자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했다'는 성취가 남는다.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찰에게는 진정한 반격의 기회가 찾아오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은 검찰개혁을 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추진하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검찰이 수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2019.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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