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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멋대로 하다가 불리해지면 국민 뒤로 숨는 저들

 

새누리당 ‘NLL 여야 공동선언’ 제안, 노림수는?
 
[분석] 멋대로 하다가 불리해지면 국민숨는  뒤로 저들
 
육근성 | 2013-06-29 10:43: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돼 파장을 배가시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등이 공개되면 국정원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 들 것으로 예상했던 새누리당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역풍’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역풍 감지되자 “NLL 논란 끝내자”

‘남북회담 대화록 공개는 잘못된 처사’라는 비난 여론이 과반을 훨씬 넘는다. 새누리당이 본전도 챙기기 어렵게 됐다. 대화록이 공개되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 국정원 사건을 덮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수세 국면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거라는 새누리당의 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여야의 정쟁만 깊어지고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출구전략을 찾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은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어 국민 앞에 상신하자”라고 말했다. NLL 수호 의지를 천명하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NLL 논쟁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북 방문이 제안의 이유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구축과 공동번영을 위해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라면서 “그런 만큼 정쟁을 자제하고 경제와 민생 현안에 전념하는 정치권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출처: 최민의 의원실, 오마이 뉴스>

황우여 대표의 두 가지 노림수

황 대표의 주장에서 두 가지 노림수가 관찰된다. ‘NLL 여야 공동선언’ 제안은 야당을 잡기위한 ‘함정’일 공산이 크다.

공개된 대화록에 ‘NLL 포기’라는 발언이 대화록에 들어있지 않아 머쓱해진 새누리당이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며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NLL 포기’를 말한 적이 없다. 남북 분쟁이 심한 NLL을 평화지역으로 만들어 보자는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새누리당이 ‘NLL 포기’라며 억지 해석할 뿐이다. 그런데도 ‘여야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부관참시하면서 “박 대통령 방중, 목소리 낮춰라”

민주당을 ‘NLL 수호 공동선언’에 끌어들여 ‘NLL을 포기한 정당’으로 보이게끔 만들겠다는 게 황 대표의 노림수일 것이다. 포기한 적이 없는데도 NLL 수호를 선언하라며 민주당의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어떻게 하든 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을 ‘NLL 포기자’로 만들어야 현재의 국면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NLL 논쟁을 끝내자’며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거론했다. 대통령의 외유 동안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게 옳지 않다는 게 황 대표의 주장이다. 대단히 일방적이다. 파렴치한 주장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의 입장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는 헌신짝 취급한다. 대화록 공개 등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짓을 서슴지 않으면서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이니 목소리를 낮추라고 호들갑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멋대로 하다가 불리해지면 국민 뒤로 숨는 저들

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을 ‘NLL 포기자’로 만들고, 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빌미로 민주당의 공격 명분을 약화시키자는 게 황 대표의 노림수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대화록 공개로 촉발된 역풍을 비껴가기 위한 출구전략치고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손바닥 만한 수건으로 몸 전체를 가리려고 바둥대는 꼴이다.

또 민생 얘기를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물타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등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지른 여당이 역풍이 직감되자 민생 운운하며 국민의 등 뒤로 숨으려 한다. 제멋대로 하다가 불리해지면 국민을 위하는 척 민생 타령을 하는 저들.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안보 쇼’까지 벌였다. 황 대표는 새누리당 최고위는 ‘NLL 여야 공동선언’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헬기를 타고 백령도로 가 ‘안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NLL 인접 지역에서 회의를 개최해 안보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 홍보와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쇼’는 무산됐다. 바다 안개가 짙어 헬기가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꼼수 정치’, 진절머리 난다

정치도 상식이어야 한다. 언제까지 상식이 실종된 ‘꼼수 정치’만 봐야 하나. 국정원이 대선과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정황과 증거들이 부지기수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통째로 공개하는 등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부정선거와 외교테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당이라면 국민에 죽을 죄 지었노라고 무릎 꿇는 게 맞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들의 행동이 죄다 옳은 것처럼 머리를 곧추고 속이 훤히 보이는 ‘꼼수’를 부리는데 여념이 없다. 삼류 ‘정치 쇼’에 진절머리가 난 지 오래인 국민들의 가슴에 또 못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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