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몰랐다”… 산재와 저임금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폐CT를 찍었는데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 튀김을 자주 맡아 했습니다. 약품 청소도 해야 하는데, 방독마스크 한번 써본 적도 없고, ‘위험하니까 써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판(부침 프라이팬)이나 튀김솥, 오븐이 뜨겁게 달궈져 있는 상태에서 크리너로 닦으면서 수증기를 마셔가며 일했습니다. 구역질이 나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치명적인 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부산의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확진을 받은 노동자의 얘기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요리 시에 발생하는 조리 연기와 가스에 노출돼 있다. 이를 ‘조리흄’이라 칭한다. 조리흄은 1급 발암물질로, 환기가 안 되면 폐암 발병률을 22.7배 높이는 특성이 있다.
최근 학교 급식노동자 폐CT 건강검진 결과 3명 중 1명 꼴로 폐 이상 소견이 나타났으며, 전체 검진 인원 중 폐암 의심 환자가 33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2학기엔 조리원 한 명이 그만뒀는데, 식수(급식노동자 1명이 책임지는 급식 인원)가 줄어들 거라는 이유로 대체 인력을 넣어주지 않아 720명의 식사를 5명이 만든 적도 있다”고도 했다.
2023년 신학기 학교 급식실은 ‘인원 미달’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최근 5년간의 조사에서 급식실 입사 1년 내 퇴사한 노동자는 25%에 달했다.
학비 연대회의는 폐암 산재와 저임금의 연관성을 거론했다. ‘폐암 및 빈번한 산재’가 ‘고강도 노동에 부합되지 않은 저임금과 차별정책’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몸에 암 덩어리가 크는지도 모른 채 목숨을 바쳐 일했지만, 돌아오는 건 저임금이고 차별이다. 이러니 급식실 퇴사율이 높고, 남은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 골병이 들고 목숨을 위협받는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의 반복이다. 조선산업은 수주가 많아 호황인데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과 같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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