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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보는 북한-26조] 자립적 민족경제의 4가지 조건

주권연구소 | 기사입력 2023/06/09 [07:55]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26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마련된 자립적 민족경제는 인민의 행복한 사회주의 생활과 조국의 융성 번영을 위한 튼튼한 밑천이다. 국가는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다그쳐 인민경제를 고도로 발전된 주체적인 경제로 만들며 완전한 사회주의 사회에 맞는 물질·기술적 토대를 쌓기 위하여 투쟁한다.

 

이 조항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노선에 관한 내용이다.

 

● 자립적 민족경제의 4가지 조건

 

자립적 민족경제는 예속 경제, 의존 경제의 반대 개념이다.

 

자립적 민족경제란 남에게 예속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발전하는 경제, 자기 국민을 위한 경제, 자기 나라의 자원과 자기 국민의 힘으로 발전하는 경제를 말한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조건으로 4가지를 꼽았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조건은 첫째, 다방면적이며 종합적인 경제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가공까지 생산 순환이 자기 나라의 범위에서 완결되어야 하며 나라와 국민의 다양한 수요를 스스로 생산해 보장할 수 있는 생산 부문을 다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계공업을 핵심으로 하는 중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중공업은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발전된 경공업과 농업도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농업을 발전시켜 먹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민족경제의 자립성 강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조건은 둘째,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현대적 기술을 갖춰야 한다.

 

발전된 기술이 있어야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 이용하고 경제를 다방면적으로, 종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나라의 기술 자립을 이룩할 수 있다.

 

현대적 기술을 갖추는 것은 근로자들이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고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조건은 셋째, 자체의 원료, 연료,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원료와 연료, 동력을 남에게 의존하면 경제의 명줄을 남에게 거는 것과 같다.

 

북한은 튼튼한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원료, 연료의 국산화를 60~70% 이상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립적 민족경제의 조건은 넷째, 민족 기술 간부를 키워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경제도 사람이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국민의 힘으로 발전하는 경제를 만들려면 민족 기술 간부를 육성해 이들이 경제를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국민의 이익과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과거 식민지를 거치며 현대문명에서 뒤떨어진 나라들에 있어 민족 기술 간부를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 자립적 민족경제와 사회주의 국제분업

 

한편 자립적 민족경제라서 해서 다른 나라와 경제교류를 하지 않고 고립을 자초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대외경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교류를 넘어 국제분업이나 경제통합을 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는 ‘반혁명’ 노선이라고 비판한다.

 

과거 소련 시절 흐루쇼프는 사회주의 국제분업 노선을 제시했는데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각자 특화한 산업을 맡아서 분업식으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국제분업을 시행하는 기구는 경제상호원조회의, 일명 코메콘이었다.

 

코메콘에 가입하면 사실상 소련이 시키는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하기에 다른 산업은 도태하고 만다.

 

즉, 경제자립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메콘에 가입한 많은 동구권 국가가 소련이 붕괴할 때 함께 붕괴하고 말았다.

 

북한은 처음부터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에 소련의 코메콘 가입 요구를 거절했다.

 

북한은 세 가지 근거로 사회주의 국가는 국제분업이 아닌 자립경제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이 사회주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쌓는 가장 올바른 방향, 방도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은 민족국가 단위로 진행된다.

 

생산수단을 사회화하는 것도 국가 단위로 하며, 경제 계획을 세우고 지도하는 것도 국가 단위로 한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하려면 자기 나라에 필요한 것을 자체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둘째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해야 자주정치, 자주국방을 보장하고 민족적 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의존 경제, 예속 경제는 반드시 정치에서 의존과 예속을 부른다.

 

예를 들어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가 석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수출하는 석유산업을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육성한다면 나중에 가면 산유국의 부당한 요구에도 정부가 무릎을 꿇게 된다.

 

또 자주국방을 하려면 직접 무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자립 경제 토대가 약하면 이 역시 할 수가 없다.

 

자주정치, 자주국방을 못 하면 국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제 사회에서 평등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립 경제를 건설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셋째는 제국주의에 맞서 사회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도 자립적 민족경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침략과 전쟁, 경제 봉쇄를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만약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지 않으면 이런 압박과 공격에 결국 사회주의 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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