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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정보공개' 배후 밝혀라? 인권위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진단] 윤석열 정부에서 흔들리는 정보공개제도... 제도 무너트리는 김용원 위원의 '억지'

24.06.07 06:59l최종 업데이트 24.06.07 06:59l

전진한(jin0642)

윤석열 정부에서 정보공개제도가 고초를 겪고 있다. 공공기관마다 정보공개청구의 문제점을 질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정보공개를 한 직원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동안 발전하고 있던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인정한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를 군인권센터에 공개한 것을 두고,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조사결과보고서 공개는 불법"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 자료는 군인권센터가 인권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이고 공개 결정에 따라 공개된 보고서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지난 5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9조의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의 의결 없이 진정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 없이 공개됐다. 특정 1개 사건에 관한 하급심의 판결이 그 공개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6월 3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도 김 위원은 "우리나라 정보공개 판례에 비치면 (조사결과보고서는) 도저히 공개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버젓이 공개 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위를 조사하고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의 발언에 의하면 인권위 직원들이 불법 행위를 한 것처럼 인식될 정도다.

김용원 위원,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와 권익위를 살펴보시라

 

2023년 11월 8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왼쪽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 남소연

그러면 김용원 위원의 발언은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검토해보자. 1998년 시행된 정보공개제도는 법원의 판례로 공개 범위는 꾸준히 확대되고 내용은 깊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종 감사 및 조사보고서 등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는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감사원이다. 현재 감사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주요 재정관리 제도운영 실태'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부적절한 업무처리 관련(공익감사청구)' 사안까지 감사결과 전문이 나와 있다. 매우 민감한 정보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2003년 이후 감사결과 보고서 전문을 계속 공개하고 있다.

 

감사원 누리집에 공개돼 있는 '분야·종류별 감사결과' 목록.

ⓒ 감사원 누리집 갈무리

정보공개제도를 관할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사전정보공표' 코너에 '지방자치단체 및 관할 기관'에 대한 감사계획 및 결과 전문을 2008년 이후부터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도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인권위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고충민원의결, 제도개선의결 정보 등에 대해 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전정보공표를 통해 산하 기관의 각종 감사정보를 공개한다. 위 사안을 검토해봤을 때, 김용원 위원의 발언은 별다른 근거가 없다.

김용원 위원이 언급한 '국가인권위원회법 49조에 따라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살펴보자. 49조는 "위원회의 진정에 대한 조사·조정 및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공개할 수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조사·조정 및 심의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조사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조사·조정 및 심의가 끝난 이후 조사결과 보고서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담당 직원과 간부의 판단으로 얼마든지 조사결과보고서는 공개처리 할 수 있다. 이런 보고서는 많이 공개될수록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

정보공개 결정 때문에 징계를? 제도 무너질 것

마지막으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정보공개를 결정했다고 조사 및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을까?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는 등 명백한 문제점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없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를 높이기 위해서 각종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는 투명성과 알권리 확대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보공개를 했다고 '배후'를 운운하는 일이 공공기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인권위는 각종 정보공개청구 집중적인 대상이 되는 기관이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정보공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인데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물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관 일수록 정보공개를 독려하고, 권장해야 하는 것이 인권위원의 역할이다.

최근 정보공개청구가 늘어나면서 공무원들의 '정보공개제도 공포증'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처리도 힘든데, 공개결정에 이렇게 문제제기가 된다면 정보공개제도는 무너질 것이다. 김용원 위원은 지금이라도 정보공개제도 도입취지와 역사에 대해 깊이 공부하길 권한다. 참고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김영삼 정부이다.

덧붙이는 글 | 2002년부터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대통령기록전쟁> <십대를 위한 인권 사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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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인권위원회, #김용원, #정보공개청구, #공개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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