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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없는 집'이라더니...누수에 역류까지, 악몽이 된 사회주택

26.05.09 19:06최종 업데이트 26.05.09 20:08

[나의 사회주택 일기 1] 녹색친구들 삼송점, 관리비 미지불에 건물 관리 중단... LH는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할 수 없어"

5평 원룸. 실제로 살아보면 인간적인 크기의 주택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유난히 사회 초년생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5평 원룸에서 나는 4년을 살았다. 해가 들지 않아 빨래에서 매번 꿉꿉한 냄새가 나게 만들었던 애증의 공간이었다.

드디어 4년 만에 이사할 결심이 들어 집주인에게 연락했을 때 그가 나에게 말했다. 보증금을 줄 돈이 없다고. 그날부터 매일 집주인과 소리를 지르며 싸웠다. 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기까지 정말이지 10년은 늙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사 갈 집의 최우선 조건은 '전세사기가 없는 집'이 되었다. 전세사기가 없는 보증된 집이라고 하면 역시 '공공이 지은 집'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모든 공공임대주택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세상에 사회주택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보이는 모든 사회주택에도 입주 지원서를 넣었다.

사회주택은 공공이 땅을 빌려주면 민간이 주택을 짓고, 시세보다 싼 값에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라고 했다.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 위치한 '녹색친구들'이라는 주택에 입주 허가를 받았다. 주변에 아름다운 하천이 흐르고, 빨래를 말릴 수 있는 옥상이 있으며, 통창으로 햇빛이 스며드는 집이었다. 이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 중 단언컨대 최상인 집이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땅 주인인 공공과 건물 주인인 민간 명의가 달라 보증보험 가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으나, 설마 '공공이 진행하는 사업에 문제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괜찮다고 답했다.

이사한 후에는 집을 원하는 색으로 장식하고, 하천 산책을 하고, 친구들도 잔뜩 초대했다. 매달 진행된다던 세입자 반상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단체 대화방의 이웃들은 퍽 친절해 보였다. 그리고 이사한 지 1년 반이 지났을 때, 녹색친구들과 모든 세입자의 연락이 갑자기 끊겼다.

눈떠보니 전세사기 주택 입주민이 되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2025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녹색친구들의 채무가 240억 원에 달하고,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82억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써 못 본 척하고 싶었다.

누수 이후 수리가 한 달 동안 방치되어 곰팡이로 뒤덮인 세대가 단체 대화방에 아우성쳐도, 녹색친구들의 다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관리 부실로 단전·단수가 발생한 사례가 보도됐다는 사실도 외면하고 싶었다.

건물 내·외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누수와 미세 균열, 천장 마감재 탈락으로 내부 구조가 노출된 상태. ⓒ 신민주

건물 내·외부 전반에 걸쳐 심각한 누수와 미세 균열, 천장 마감재 탈락으로 내부 구조가 노출된 상태. ⓒ 신민주

그러나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소방 안전, 엘리베이터 관리, 청소 및 분리수거 등 건물 관리 업체 모두 9개월 동안 보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부터 모든 건물 관리가 종료될 예정이고, 법적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책임으로 세입자들이 과태료를 부담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녹색친구들이 세입자에게 관리비를 받은 후 건물 관리 업체에 지불하지 않은 탓이었다. 녹색친구들 본사에도 네 차례 찾아갔지만 직원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우 한 번 마주친 직원은 내가 세입자라는 것을 밝히자마자 뛰듯이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녹색친구들 주택이 전세사기 주택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를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 연합뉴스

더 이상 모든 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건물 관리 업체 사장님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녹색친구들 본사 사무실에 찾아가고, 수많은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었다. 그 사이 수많은 시민단체에 제발 살려 달라는 메일도 보냈다. 심지어는 녹색친구들이 열어주지 않았던 최초의 입주자 반상회까지 내가 열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기민한 사람인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했다. 이상하게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수많은 일들 속에서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수많은 일들을 쳐내고 있었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사과받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이 경고 없이 시작된 것처럼, 내 몸을 움직이던 무한동력 또한 예기치 못한 아주 작은 종이 한 장으로 끝이 났다. 건물 청소를 하던 업체 사장님이 붙인 종이 때문이었다. 너무 긴 시간 돈을 받지 못해 4월을 마지막으로 건물 청소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중간에는 이런 말도 쓰여 있었다.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건물 엘리베이터에 붙은 청소 중단 공지 ⓒ 신민주

"죄송합니다." 그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가는데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돈 한 푼 못 받고 청소를 해서 그런지 청소가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던 사장님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집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속이 울렁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처음으로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사과받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를 내면서까지 사과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나조차도 너무나 사과가 필요한 순간이 오고 말았다.

그동안 아무도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녹색친구들도, LH도, HUG도, 리츠도. HUG는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LH는 답변서를 통해 "사업자 공모 및 토지 매각 이후 사회주택의 운영 및 관리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입주민과 소통해야 할 녹색친구들 담당 부장 등 직원들은 이미 퇴사했고, 대표는 모든 것이 공공이 민간에 대한 신뢰를 깼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걷어 관리를 해달라"고 답했다(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아무개 녹색친구들 대표는 "일부 세대와 보증금 반환 시점을 협의했고, 중단된 시설 관리도 이번 달부터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편집자 말).

녹색친구들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 대표는 5월 정상화를 언급하며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걷어 관리를 해달라"고 했다. ⓒ 신민주

모두가 서로의 탓을 할 때 무급으로 수개월 청소를 해준 사장님만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청소업체 사장님에게 처음 전화하며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이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 이후에는 마치 수도꼭지가 틀어진 것처럼 매일 울었다. 오전 9시 30분으로 정해진 회사 출근 시간 전에 수많은 공공기관에 전화를 돌리다 지하철에서 울었고, 집에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울었고, 민원을 쓰다가도 울었다.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면 웃고 대화하며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러워 퇴근 후 또 울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나는 아직 녹색친구들 삼송점에 살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나에게 집은 더 이상 편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반짝이게 청소했던 싱크대와 화장실도 이전보다 많이 더러워졌다.

복도와 세대 내부(A동 201호 등)에 지속적인 누수로 곰팡이가 벽지 전체에 번졌으며, 일부 세대는 싱크대 역류 현상까지 발생하여 세입자가 사비로 수리하고 있는 실정. ⓒ 신민주

유일하게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은 뜻밖에도 세입자들이었다. 데면데면하던 세입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주택을 통한 '사회적 연대감의 회복'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그 가치가 실현된 것은 몹시 유감스럽다. 진정한 사회주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바라보는 공공의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확인했을 때, 녹색친구들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사업 주체들이 인지했다면 어땠을까. 사회주택 민간사업체가 튼튼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 공공이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대비했다면, 피해가 세입자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세입자들이 넣은 민원은 수많은 기관에 이송되고, 반송되다가 결국 "답변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끝났다. ⓒ 녹색친구들 삼송 세입자

사회주택 공급을 단순한 성과로만 남길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운영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인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성과는 널리 알리면서도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공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공공사업 자체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사과받기를 원한다. 전세사기가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 사회주택도 사기 치는 세상이 아니라 공공이 나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도, 받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도망치지 않는 자세'다. 나와 세입자들은 이 문제를 숨기지 않고 슬기로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결코 도망치지 않는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공공의 입장을 요구한다.

#녹색친구들#LH#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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