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소 전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와 실체적 유·무죄를 가리는 본안재판이 절차 및 성격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내란에서 중요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끝까지 회피와 거짓으로 일관했던 박 전 장관을 두고 사건의 중대성, 범죄 혐의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등에 있어서 영장전담 판사들과 이번 재판부의 시각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상식적인 시민의 관점에서 '구속영장 기각'과 '징역 25년 + 법정구속'을 같은 사법부의 잣대라고 수용하기는 힘든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4일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15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헌 문란의 목적의식'을 공유한 내란 목적범임을 조목조목 입증하고 법무부 실·국장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직권남용 혐의도 포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구치소 수용 현황 관련 보고를 받은 데이터가 삭제된 점, 사건 이후 휴대전화가 교체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럼에도 박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이 당시 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고 증거인멸 염려도 없다"는 요지로 묵살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박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내란 특검팀은 추가 수사로 증거를 보강해 약 한 달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이번엔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똑같은 결정을 반복했다. 남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3일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하고 14일 새벽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조인 경력이 무려 40년이며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삼는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및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 내용이 불법인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내란에 공모·가담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특검팀은 "앞선 구속영장 기각 당시 법원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의미 있는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범죄 사실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영장 판사 덕분에 박 전 장관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