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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자원 고갈된 미국의 안보 청구서가 두렵다

김종대 매의눈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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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때리다 제풀에 지쳐버린 최강 군사 제국

'비대칭 자원 소모전'에서 바닥난 패트리어트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힘 못쓰는 항모전단

‘Talk-Fight’ 속 한계 부딪친 무기력한 트럼프

미 국무 “하드웨어든 재정이든 부담해야”

군함 파견 요구, 군함 10척 신속 건조 타진은

가파르게 올라갈 안보 청구서 첫 장 불과

국익 지킬 철저하고 주체적 전략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대규모 군사작전의 전면 확대를 일단 보류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13일간 연속으로 이어지던 밤샘 공습을 일시 중단했다. 겉으로는 오만의 중재협상단이 테헤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외교적 숨통을 터주는 형국을 취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아주 딱하다. 이란을 매섭게 때리던 미국의 손마디가 먼저 부러졌고, 주먹을 쥘 힘조차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 중단은 초강대국 미국의 실질적 전쟁 수행 능력에 얼마나 치명적인 균열이 생겼는가를 천하에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7일 이란 테헤란의 샤란 정유소가 공습을 받은 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2026. 03. 07 [AFP=연합뉴스]

패트리어트 바닥난 미군- '고장 난 전쟁 수행 방식'의 비극

공습 중단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중동 현지 미군의 방공 미사일 재고 고갈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배치된 패트리어트(Patriot) 요격 미사일과 첨단 방공 탄약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약 5개월간 지속된 이번 중동 전쟁 과정에서 개당 400만 달러(약 55억 원)가 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무려 1200발 이상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금요일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빗발칠 때, 미군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온 단 한 발의 탄도미사일로 인해 미군 병사 3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단 케인(Dan Caine) 미 합동참모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적인 대규모 전투 작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부사령부가 보유한 요격 미사일 재고가 위험천만한 수준까지 고갈될 것”이라고 비공개 경고를 날렸다. 1발당 수만 달러에 불과한 이란의 저비용 드론과 탄도미사일 떼를 막기 위해, 미군은 발당 수백만 달러짜리 고가 요격 미사일을 쏟아붓는 '비대칭 자원 소모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미·중 전략적 경쟁과 중동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자원 소비 속도는 방위산업의 생산 속도를 까마득히 뛰어넘었다. 과거 ‘세계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이라 불리던 미국의 병기제조창과 첨단 군수 제조업 기반이 얼마나 심각하게 괴사했는지를 입증하는 서글픈 단면이다.

 

25일 오만만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무스카트 해안 앞바다에서 포착됐다. 2026. 07. 25 [AFP=연합뉴스]

호르무즈를 열지 못한 항모전단, 말 잔치로 끝난 해협 개방

무력한 원거리 공습자원 고갈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세를 역전시키기는커녕, 해협 개방이라는 일차적 작전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미 항공모함 전단은 이란 연안의 복잡한 수심과 기뢰를 제거할 실질적인 연안 전투 능력이 부재하다. 기뢰를 걷어내고 연안을 확보할 능력이 없으니, 그저 멀리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값비싼 미사일로 원거리 공습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거리 타격은 상업용 선박을 위협하는 이란의 소형 기습 공격정, 해안 연안 로켓, 지대함 미사일 거점을 제거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나타냈다. 7월 4일, 이란이 지정한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항로를 벗어나 남쪽 항로로 가던 카타르, 쿠웨이트의 유조선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를 응징한다며 곧바로 이란에 2주 가량 공습을 퍼부었으나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이란이 허용한 선박만이 북쪽 해협을 드물게 항해하고 있다.

미국의 공습은 이란 군부를 위축시키기는커녕 이란 내부의 체제 결속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미국의 요격 미사일은 바닥나고, 이란의 항전 의지만 높여주는 허망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24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전시된 졸파가르(Zolfaghar) 미사일 옆으로 악기를 든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전역의 여러 지점을 타격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26. 07. 24 [EPA=연합뉴스]

폭력을 통한 정치적 대화의 연장- ‘Talk-Fight’의 본질

미군 전쟁연구소(ISW)의 최근 보고서가 지적하듯, 미군이 13일 만에 공습을 멈춘 사이 중동의 전황은 미국이 바라는 대로 수습되지 않고 있다. 미군이 공습을 멈추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지원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간의 격렬한 교전이 재개되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무력 타격이 동맹국의 안보를 지켜주기는커녕,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전체를 다시금 거대한 화염 속으로 몰아넣으며 세계 물류망을 붕괴시킬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 워싱턴의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분석에서 이러한 교전과 소강의 반복을 매우 차가운 시선으로 꿰뚫어 본다. CSIS는 “많은 언론이 총성이 울리면 협상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렸다”며, 현재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사태의 본질을 '싸우면서 협상하기(Talk-Fight)'라는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 말했듯,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미군이 이란 항구를 때리는 것은 협상의 파기가 아니라 폭력을 통한 정치적 대화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압도적 화력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서 무릎 꿇리려 했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언제든 닫을 수 있다는 전력을 과시하며 시간이 자기 편임을 입증하려 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원하든 원치 않든, 13일 만에 공습을 중단하고 오만 중재단을 테헤란에 진입시킨 것은 '싸우면서 협상하는' 중동 분쟁의 강요된 논리와 조건 속에 미국이 완벽히 갇혔음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일방적 폭력 행사 능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외교와 무력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협상의 무대로 끌려 들어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6.17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점점 가파르게 오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청구서

자존심 구기고 밑천도 떨어진 미국은 이제 그 비용과 안보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그 맨 앞에 바로 대한민국이 서 있다. 최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정부에 재차 강력히 요청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호르무즈 통항의 이점을 누리는 국가들이 하드웨어든 재정이든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동맹국들의 기여를 공공연히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호르무즈 봉쇄 해제와 해양자유연합(MFC) 작전에 한국 해군을 방패막이로 차출하겠다는 속셈이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사용할 군함 10척을 한국 조선소가 신속히 건조해줄 수 있느냐"는 파격적이고도 집요한 요구를 내던졌다. 미국의 Naval Shipbuilding(함정 건조) 및 MRO(정비) 인프라가 완전히 괴사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며, 그 기지 부족분을 한국의 세계적 조선 역량으로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제조업 붕괴와 군수물자 부족, 그리고 기뢰 하나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연안 작전 능력의 부재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 군사 제국의 실체적 한계다. 전쟁 능력이 고갈되어 갈수록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내밀 안보 청구서의 액수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와 함정 10척 신속 건조 압박은 그 거대한 청구서의 '첫 장'에 불과하다. 거센 안보 풍랑 속에서 국익을 지켜낼 철저하고 주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종대 매의눈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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