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2007년, 어느 기업보다 먼저 탄소상쇄권 구매를 통해 순 운영 배출량을 장부상 '0'으로 만드는 등 누구보다 탄소중립에 진심인 회사입니다. 2017년 RE100 달성으로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만큼을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로 충당했지만, 구글은 실질적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년 총량은 맞췄을지라도 바람이 불지 않거나 해가 지는 시간대에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글이 선언한 것이 바로 '24/7 CFE'입니다. 일부 화석 연료를 쓰면서도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등의 방식으로 100%를 맞추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1년 365일 24시간(24/7) 내내 실시간으로 같은 지역 전력망의 무탄소 에너지만 직접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탄소 기반 전력은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더욱 엄격하고 차원이 높은 선언인데, 김 장관은 이를 두고 "RE100을 안 하고 CF100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본질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발언입니다.
일각엔 구글의 24/7 CFE 사례를 들며 "재생에너지는 실패했고 원전이 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감당하기 위해 원자력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를 가장 많이 구매해 사용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24/7 CFE에서 원전을 일부 사용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스 발전을 완전히 퇴출하기 위한 임시 조치인 셈입니다. 재생에너지가 '메인 요리'고 원자력은 어쩔 수 없이 곁들이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한데, 이걸 두고 "재생에너지가 안 되니 원자력과 가스를 쓴다"고 호도해선 안 됩니다.
더군다나 용인국가산단의 경우는 LNG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 일부에서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LNG는 RE100이든 24/7 CFE든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명백한 화석연료입니다. 기후위기를 매일같이 실감하는 시대에 용인국가산단에 쓰일 막대한 전기를 화석연료인 LNG를 이용해 만들겠다는 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발상입니다.
결정적으로 현재 용인국가산단에 짓는 것은 AI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반도체 팹(Fab)입니다. 데이터센터와는 달리, 팹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앞으로 글로벌 고객사에 판매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앞에 RE100이라는 시한폭탄이 놓여 있는데, 주무부처 수장이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이 생깁니다.
김 장관의 해당 발언은 상황을 모르고 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과 수석들을 교체하면서 "오직 실력 중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기초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는 발언을 하는 주무부처 장관을 보며 물음표가 그려지는 건, 비단 저뿐일까요?
#RE100 #용인국가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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