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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잊힌 160만 명의 존재... '잃어버린 세대' 온다

▲서울 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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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열 명 가운데 아홉은 졸업한 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셋 중 둘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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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오늘연구소가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27개 대학 학생 943명을 캠퍼스에서 직접 만나 물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대학길럽' 10월 정기조사 결과다. '대학길럽'은 청년오늘연구소가 매달 대학가에서 학생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묻는 대학생 여론조사다(자세한 보고서는 청년오늘연구소.com 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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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많고, 대부분 '일자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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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관련 응답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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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은 90.9%였다.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학생이 18.0%, 어려울 것이라는 학생이 72.9%다. 이 걱정은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스스로 진보라고 답한 학생의 89.7%, 중도의 91.9%, 보수의 89.5%가 같은 답을 했다. 요즘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도 76.2%에 이르렀고 1년 뒤 나라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 학생은 7.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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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평가 관련 응답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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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걱정은 정치적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제적 부담을 매우 느끼는 학생과 별로 느끼지 않는 학생의 대통령 부정평가는 32.3%와 31.5%로 거의 같았다. 청년의 정치적 판단을 가르는 것은 대북 정책이나 계엄 같은 쟁점이다. 일자리와 생활비는 그 판단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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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들이 청년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으니 청년도 일자리를 기준으로 정당을 고를 수 없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66.8%에 이르는 것은 그 결과다. 청년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문제에 지금의 정치는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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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무 평가 응답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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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평가에서도 같은 모습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5.4%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2.6%였다. 대통령을 분명하게 지지하는 학생은 15% 안팎, 분명하게 반대하는 학생은 셋에 한 명꼴인 셈이다. 나머지 52.0%는 '보통이다'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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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무 평가 '보통이다' 응답자와 전체 응답자 비교한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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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여론조사는 잘한다와 잘못한다를 두 단계씩 나눈 4점 척도로 묻는다. 대학길럽은 가운데에 '보통이다'를 넣은 5점 척도로 물었다. 정치에 관심이 적고 지지 정당이 없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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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465명은 80.5%가 지지 정당이 없고 68.9%가 스스로 중도라고 답했다. 53.8%는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여성이 75.3%였다. 그렇다고 생활 문제까지 판단을 미룬 것은 아니다. 이들의 92.0%는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해, 그 비율이 응답자 전체(90.9%)보다 높았다. 계엄 수사와 재판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는 응답도 86.9%였다. 이들이 대통령 평가를 미룬 것은 무관심 때문이라기보다 평가할 근거를 정치가 내놓지 못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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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관련 설문에 관한 응답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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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기대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반도체·AI 산업 시설을 지방 거점에 배치하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지방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85.5%였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을 지방으로 옮기는 2차 이전에도 73.1%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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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관한 응답 자료 ⓒ 청년오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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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곳만 있다면 지방으로 가겠다는 학생도 많았다. 원하는 직장이 지방에 있다면 지방에서 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7.7%였다. 비수도권 출신은 8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도 55.8%가 지방에서 일할 뜻을 밝혔다. 메가프로젝트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 학생의 70.6%,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 학생의 49.2%가 지방에서 일할 의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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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도... '신입'을 뽑지 않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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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길럽이 보여 준 청년의 오늘은 이렇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면서도 일자리만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의 약 70%가 본사를 수도권에 두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5년 청년종합조사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 다섯 명 가운데 한 명(20.5%)이 수도권에 살고 있었다. 청년의 일자리와 미래는 서울에 볼모로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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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자리마저 줄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15~29세 일자리가 28만 5천 개 사라졌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다. 채용 플랫폼 캐치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규직 신입 공고는 2년 전보다 56%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29개월 내리 1년 전보다 낮았고 9월 청년 실업률은 5.4%로 9월 기준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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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하나하나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신입을 뽑아 가르치려면 돈과 시간이 든다. 경력자를 뽑으면 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2019년 정기 공채를 없앴고 LG와 SK가 뒤를 따랐다. 5대 그룹 가운데 대규모 정기 공채를 이어가는 곳은 삼성뿐이다. 지난해 1분기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못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답은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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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경력을 쌓을 첫 자리가 사라진다. KDI는 첫 일자리의 임금이 노동시장에 들어선 지 10년이 넘은 뒤의 임금과 고용까지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개별 기업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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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실업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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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8일 국립부경대학교에서 '미래를 위하여, 탄핵의 봄을 우리 손으로'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퇴진 부경대 206인 시국선언'이 발표되고 있는 모습. 어쩌면 청년실업도 '시국선언'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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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몫도 청년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9월 국세수입을 478조 6천억 원(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는 415조 4천억 원)으로 다시 추계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법인세가 큰 몫을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20대 직원 비중은 2022년 30.8%였다가 2024년 24.2%가 됐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9.6%였다가 20.8%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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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업에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신입 교육을 강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는 신입을 뽑아 직접 가르치는 일을 의무로 지우자. 내년 미래대응기금 성장동력계정 14조 2천억 원의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신입 채용과 교육을 조건으로 붙이자. 이것이 세금으로 키운 성장을 청년의 일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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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질서가 흔들릴 때만 시국인 것은 아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뒤 대학가에는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올해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때는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가 함께 시국선언을 냈다. 피해가 분명했고 책임질 곳도 분명했다. 청년실업은 다르다. 피해는 내 탓이라는 생각 속에 흩어지고 책임은 시장과 기술 사이 어딘가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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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숫자를 보면 이것을 개인의 실패로 돌릴 수 없다. 지난해 11월 실업자이거나 쉬었거나 취업을 준비하던 20~30대는 158만 9천 명이었다. 대학생 열에 아홉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160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일자리 밖에 서 있는 현실을 각자의 노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청년실업은 구조가 만든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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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두면 한국에도 잃어버린 세대가 생긴다. 일본은 버블이 무너진 뒤인 1993년부터 2004년 사이에 졸업한 세대를 '취업빙하기 세대'라고 부른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시기 졸업자 약 1700만 명 가운데 400만 명가량이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있는 피해자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됐고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다시 3년짜리 지원책을 의결했다. 졸업할 때 놓친 일자리가 30년 넘게 따라다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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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년실업 시국선언을 제안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청년이 함께 이름을 걸고 말하자. 요구는 분명하다. 기업은 신입을 뽑고 가르쳐야 한다. 세금으로 성장한 기업은 그 성장을 청년의 일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결정하는 자리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을 앉혀야 한다. 올해 5월 출범한 청년일자리 희망위원회에도 구직 청년을 대표하는 몫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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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열에 아홉이 일자리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자리가 있다면 지방에도 가겠다는 청년 앞에서 기업은 신입의 문을 닫고 있다. 이 시국을 개인의 각오로 넘길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실업 시국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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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번 정기조사에서는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27개 대학 학생 943명을 만났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이 806명(85.5%)이고 인천대 68명, 충청권 대학 65명이 더해졌다. 글쓴이 박태훈은 '대학길럽'을 주관하는 청년오늘연구소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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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시국선언#박태훈의청년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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