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몫도 청년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9월 국세수입을 478조 6천억 원(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는 415조 4천억 원)으로 다시 추계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법인세가 큰 몫을 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20대 직원 비중은 2022년 30.8%였다가 2024년 24.2%가 됐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9.6%였다가 20.8%까지 내려갔다.
그래서 기업에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신입 교육을 강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는 신입을 뽑아 직접 가르치는 일을 의무로 지우자. 내년 미래대응기금 성장동력계정 14조 2천억 원의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신입 채용과 교육을 조건으로 붙이자. 이것이 세금으로 키운 성장을 청년의 일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헌정 질서가 흔들릴 때만 시국인 것은 아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뒤 대학가에는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올해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때는 전국 16개 대학 총학생회가 함께 시국선언을 냈다. 피해가 분명했고 책임질 곳도 분명했다. 청년실업은 다르다. 피해는 내 탓이라는 생각 속에 흩어지고 책임은 시장과 기술 사이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러나 숫자를 보면 이것을 개인의 실패로 돌릴 수 없다. 지난해 11월 실업자이거나 쉬었거나 취업을 준비하던 20~30대는 158만 9천 명이었다. 대학생 열에 아홉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160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일자리 밖에 서 있는 현실을 각자의 노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청년실업은 구조가 만든 재난이다.
이대로 두면 한국에도 잃어버린 세대가 생긴다. 일본은 버블이 무너진 뒤인 1993년부터 2004년 사이에 졸업한 세대를 '취업빙하기 세대'라고 부른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시기 졸업자 약 1700만 명 가운데 400만 명가량이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있는 피해자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됐고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다시 3년짜리 지원책을 의결했다. 졸업할 때 놓친 일자리가 30년 넘게 따라다닌 셈이다.
그래서 청년실업 시국선언을 제안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청년이 함께 이름을 걸고 말하자. 요구는 분명하다. 기업은 신입을 뽑고 가르쳐야 한다. 세금으로 성장한 기업은 그 성장을 청년의 일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결정하는 자리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을 앉혀야 한다. 올해 5월 출범한 청년일자리 희망위원회에도 구직 청년을 대표하는 몫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열에 아홉이 일자리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자리가 있다면 지방에도 가겠다는 청년 앞에서 기업은 신입의 문을 닫고 있다. 이 시국을 개인의 각오로 넘길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실업 시국선언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정기조사에서는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27개 대학 학생 943명을 만났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이 806명(85.5%)이고 인천대 68명, 충청권 대학 65명이 더해졌다. 글쓴이 박태훈은 '대학길럽'을 주관하는 청년오늘연구소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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