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가장 심각하게 여긴 대통령의 오판은 수사·기소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배석이다. 법적으로 배석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게 헌법 정신에 맞는다. 공무원의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 7조 2항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치권력 견제 기능이 있는 수사·기소 기관의 책임자가 특정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면 그 자체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 된다. 그게 뭐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냐고 따진다면, 정권 바뀌었을 때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대표적인 공권력인 경찰청,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여차 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에 대한 수사와 기소도 해야 하는 만큼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특별한 직무 독립성이 요구된다. 이런 기관들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역대 정권을 통해 신물 나게 봐왔다.
대통령이 굳이 이 기관들의 책임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나 받고 싶은 보고가 있다면, 해당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하면 된다. 그게 정상이고 상식이다. 그걸 AI 모델 제미나이한테 물어봐서 도리어 "배석 불가는 위헌적 억지"라고 강변하다니.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자신의 발언을 다룬 기사 제목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언론사에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사안의 본질도 아니거니와 제목의 함축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 표현은 용인될 수 있는 수준임에도 강하게 항의하고 해당 언론사가 제목을 고쳤는데도 다시 정정 이유와 사과를 요구한 것은 언론에 대한 통제나 압박으로 비칠 만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내란사건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검토한다고 한다. 내란 잔존 세력을 소탕하겠다는 발상인데,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다. 만약 실현된다면,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에 이은 세 번째 특별수사다. 내란특검에 앞서 수사에 나섰던 검찰 특별수사본부(군검찰 합류), 경찰 특별수사단, 공조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방부 조사본부)를 포함하면 6번째다.
그뿐 아니다. 내란특검이 종료된 이후 국방부는 국방특별수사본부(국방부 검찰단)와 내란전담수사본부(국방부 조사본부)를 꾸려 비상계엄에 관련된 군인들을 별도로 수사했는데, 그 결과는 창군 이래 최대 징계로 이어졌다. 군 안팎에서 계엄 가담의 고의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징계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최근 행정법원은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낸 군인들에게 잇달아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별수사본부 구성 명분은 종합특검의 미진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출범 당시부터 정치적 논란이 일었던 종합특검은 성과가 없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리한 수사와 부실한 기소로 법정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약 정치권 풍문대로, 지지율 급락과 지지층 분열로 위기에 빠진 정권이 여권 내부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새로운 특별수사팀을 추진한다면, 깨끗이 포기하기를 권한다. 국정 초점을 안보·경제 위기 극복을 통한 국익 증진과 부동산, 세제 등 각종 개혁에 맞춘다면, 이런 실속 없는 일에 국민 세금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 정권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자충수다. 이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공소 취소보다는 공소 기각이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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