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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사태는 진행형…차라리 피해자 죽여라"

검찰, 2011년 일로 피해자 기소…15일 첫 재판

남빛나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1-15 오전 7:39:36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품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자유의 몸이 됐다. 검찰이 무죄를 선고받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소통본부장을 지낸 친박계 핵심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007년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한 건설 사업과 관련해, 분양을 승인해주는 조건으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았다. 검찰이 유명 정치인의 비리 사건에 대해 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슷한 시기, 저축은행 사태의 또 다른 관계자에게는 기소장이 날아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해 2월 수사단을 해체하기까지 137명을 기소해 37명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새해 1월이 채 다 가기도 전에 법원에 출두해야 하는 이 관계자는, 합동수사단이 지목했던 비리 연루자가 아니다. '부산저축은행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이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둘러싸고, 비리에 연루됐다고 지목받은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고, 정작 비리·관리 감독 부실 등에 따른 피해자는 기소가 된 상황.

부산지검 공안부(김대현 부장검사)는 김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해 11월 20일 밝혔다. 비대위 회원들과 부산저축은행 업무를 방해하고 불법 점거농성과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였다. 공무집행방해, 상해, 공무상표시무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적용된 죄명만 8가지다. 첫 공판은 15일 오전 10시 30분에 부산지방법원(전지환 판사 주재)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판을 앞둔 김 위원장은 14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국선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다. 변호사 없이 재판에 임할 것이며 내일도 변호사 없이 나 혼자 간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하는 말은 재판장에서 씨알도 안 먹힌다. 너희 맘대로 재판해라. 어차피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재판인데 변호사가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당당하다. 경찰을 먼저 때린 적도 없다"고도 강조했다.
 

▲ 지난 2011년 5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대검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사전인출 대상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옥주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고소장을 접수하며 예금인출 관련 CCTV를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의 112신고 녹취테이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밥 굶을 일만 남았다"…"이건 정치적 재판"

검찰이 말하는 '업무방해'와 '미신고 집회'등은 무려 2011년에 있었던 일들이다. 분명 당시 변호사들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사도 '기소하지 않을 테니 이제 법 지키고 조용히 지내시라'고 충고했었다. 그런데 3년이나 지나서 기소됐다.

김 위원장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이젠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때 고소인들에게 합의서도 다 받았었는데 갑자기 기소한다니까 변호사들도 말이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심지어 기소 사실도 기사를 통해 알았다. 분하고 억울해서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도 동양 사태 같은 금융 사건이 터지니까, 내 손발을 묶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제 지방 선거가 다가온다. 그런데 저축은행 피해자가 제일 많은 부산에서 내가 계속 목소리를 높이니까 얼마나 눈에 거슬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재판이다. 정치적으로 힘이 없으니 잡으면 잡혀 들어가야 하고 벌금 내라면 내놔야지 어쩌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밥 굶을 일밖에 안 남았다"고 표현했다. 그나마 통장에 남아있던 돈마저 다 쓰면 말 그대로 무일푼 신세가 된다. 53세에 직장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은데다 위원장 역할을 하느라 바쁘다.

딸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려 2억 예금

가장 큰 걱정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이다. 39세에 얻은 귀한 외동딸이다. 김 위원장도 여느 부모들처럼,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다. 딸의 대학 진학과 결혼을 생각하며 2억 원이 넘는 돈을 부산저축은행에 넣었다.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지난 2011년 2월부터, 저축은행이 줄도산했다. 평생 모은 재산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천 원 한 장을 아끼며 2억 원을 만들었는데 한순간에 잃었다. 저축은행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정부는 책임을 지긴커녕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사태로 치른 사회적 비용은 26조6711억 원이다. 피해자 수는 10만8999명(2012년 10월 기준)이다. 사상 최악의 금융 피해였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피해 구제를 호소했지만 저축은행 사태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다. 딸의 대입과 결혼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대로라면 경제적인 이유로 고등학교 진학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현재진행형…"차라리 피해자를 죽여라"

잊혀가고 있지만 저축은행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012년 5월, 고등검찰청에 국가배상을 신청했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 국가배상과 관련해서 담당 검사가 벌써 3번 바뀌었다. 6개월에 한 번씩 검사가 바뀌니까 일이 잘 진행되겠느냐. 이제 아무도 우리를 안 만나준다."

김 위원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지난 대선 당시 유력 후보들이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고 입을 모은 것을 그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모두,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정부의 감독 실패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미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고 살 의미도 없다. 차라리 피해자를 다 죽여라. 이 나이에 재산 다 뺏기고 무슨 마음이 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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