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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공’, 그러나 아베 신조는 바보가 아니다

반-아베 동맹 돌파, 보통국가 그리고 개헌까지의 노림수
 
편집국  | 등록:2014-02-01 10:18:25 | 최종:2014-02-01 12:05:0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독도 강공’, 그러나 아베 신조는 바보가 아니다
반-아베 동맹 돌파, 보통국가 그리고 개헌까지의 노림수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일본 문부성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기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동아시아 정세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우리 정부와 중국은 일본 측의 입장에 유감을 표하고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으나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일본에서 전해진 소식에 격앙된 TV 뉴스들. (화면 캡쳐)

국내 언론의 반응은 한껏 격앙돼있다. TV뉴스와 신문에서 이 소식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으며 이외의 각종 매체들은 앞다투어 일본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일본은 왜 저럴까?

   

▲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 (연합뉴스)

하지만 우리가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서 백번을 지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분노하고 말면 될 일은 분명 아니다. 일본 정부가 저런 행동을 왜 하는지 이해하고 이에 맞는 논의를 해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는 데 대한 최대의 걸림돌은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거다. 영토분쟁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교과서에 기술하면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온다는 것은 굳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영토에 대한 입장 표명을 일본 국민들이 열렬히 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일본인들은 영토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2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은 민주당에서 중의원을 2번이나 역임한 인사를 섭외해 인터뷰를 했다. NHK특파원 출신이기도 한 하라다 요시쓰구 전 의원은 교과서 내용을 개정하는 지도지침은 10년마다 바뀌므로 2018년에 바뀌게 되는데 그 2년 전인 2016년에나 논의할 내용을 이 시기에 발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라다 요시쓰구 전 의원은 “중국과 한국이 굉장히 반발하고 있는 이 시기에 왜 이렇게 앞서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일본(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발언은 일본 내의 상식으로서도 일본 정부의 행위를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 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는 총리를 2번이나 한 데다 집권 여당의 원내총무, 간사장 대리, 총재, 내각의 관방장관을 역임한 인재이다. 세이케이대학교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똑똑한 사람이다. 이런 똑똑한 사람이 해봐야 주변국들의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행위를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했을 리가 없다.

위안부 문제와 영토분쟁은 다르다

이해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서는 NHK 신임 회장인 모미이 가쓰토 발언 논란과 이번 교과서 논란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모미이 가쓰토 회장의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됐다. 첫 번째는 공정보도가 의무화돼있는 NHK 회장이 아베 내각의 강력한 선호에 의해 취임한 이후 극우파적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친 행위의 부적절함이다. 두 번째는 국제방송을 송출하는 NHK의 회장이 외교적 차원에서 정부가 공식화한 일이 없는 주장(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 등을 전면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표명한다는 것의 부적절함이다. 따라서 모미이 가쓰토 회장은 NHK 전 직원에서 사과문을 발송해야 했다.

하지만 영토분쟁에 대한 문제라면 이런 두 가지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하다. 최소한 일본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인사라면 영토분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고 발언하지 않을 수 없다. 중의원 출신으로서 한국 방송에 출연한다는 결단을 내린 하라다 요시쓰구 전 의원 역시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 독도가 일본의 고유의 영토다 라고 결정해놨기 때문에 그 자체를 교과서에 명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한국도 독도가 한국의 고유의 영토다 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 역시 함께 병기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공동교과서 작성 등의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정도 수위가 공산당 등의 소속이 아닌 일본의 주요 정치인으로서는 한계이다.

자민당과는 앙숙지간인 민주당 중의원 출신의 인사가 이럴진대 하물며 일본유신회나 모두의 당과 같은 극우적 노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어떨까? 아베 신조 총리는 NSC창설, 특정비밀보호법안 의결 강행으로 형성된 반-아베 포위망을 극우주의적 행보를 강화해 정면돌파 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결행하고 2014년 자민당 주요 활동 목적에서 ‘부전(不戰)의 맹세’를 삭제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민당 소속이지만 늘 좌충우돌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도쿄도지사 재선거에서 탈핵을 고리로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를 지지하기로 하면서 반-아베 포위망의 불씨를 되살리려 하는 것 역시 아베 신조 총리의 입장에서는 극우적 노선을 강화시켜야 할 이유가 된다. 어쨌든 이 국면에서 밀리면 안 되는 것이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 (연합뉴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의 최근 발언은 아베 내각의 이러한 행보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지사는 현재 자민당과 연립내각을 이뤄 집권하고 있는 공명당을 대신해 일본유신회가 연립을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일본유신회 내의 또 다른 유력한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이 생활당, 묶음의 당, 민주당 일부 등과 함께 야권재편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이다.

반 아베 포위망 돌파위한 극우주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해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는 분당을 각오하겠다는 언급까지 내놓았다. 사뭇 비장한 발언이지만 분당을 고려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하시모토 도루 전 시장이 앞서 언급된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의 발언에 동조하면서 다시 극우적 성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 신조 내각이 2016년에 논의해도 될 교과서 지침(정확히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기술 내용.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효력이 있지만 해설서는 효력이 없다)에 대한 입장을 2014년에 굳이 표명한 이유는 전선에서 이탈하고 있는 극우세력을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평화헌법 개정의 기치 아래 하나로 묶고 한시가 다르게 좁혀오는 포위망(사실은 보잘것 없는)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아베 신조 자신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다오위댜오)에 외국 항공기가 접근할 경우 인근 섬에 강제 착륙시켜 조사하게 하는 항공자위대 지침을 작성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증대되는 외교적 리스크는 미국의 지정학적 곤란을 지렛대로 활용하거나 북한의 유화적 제스쳐를 고리로 한 6자회담 진행 등으로 해소하는 카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조망해보면 아베 신조는 바보이기보다는 차라리 이상적인 정치인에 가깝다.

   

▲ 일본의 만행에 분노하는 한겨레의 29일자 지면.

따라서 이런 능구렁이 같은 인물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정치세력으로서는 아베 신조를 매도하는 데 힘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아베 신조의 명백한 우경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 내의 세력과 손을 잡고 교류를 모색하는 소박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방사능 피해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침 도쿄도지사 재선거에서 ‘탈핵’이라는 좋은 핑계가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출처: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812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23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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