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오바마 하루 일과, 누구와 언제 시분도 낱낱이 공개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감춰진 행적과 침묵 참사 불러
대통령 행적은 국민 알권리…책임 소재 차원에서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연설 말미에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거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4.5.19 청와대 사진기자단
|
[편집국에서]
“8월10일. <오전>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의 별장에서 보냄. <오후> 12시46분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의 이탈리아 요리점 ‘리체타’, 모친 요코상, 비서관과 식사. 2시3분 별장. 오후 6시34분 야마나시현 중국요리점 ‘호궁’(湖宮), 친구들과 식사. 8시59분 별장.” “8월11일. <오전> 별장에서 보냄. <오후> 2시59분 도쿄 도미가야 자택. 5시58분 중의원 제1의원회관 치과진료실에서 치료. 6시48분 도쿄 요쓰야의 불고기집 ‘류게쓰엔’, 지지통신의 가토 기요타카 해설위원, 정치 저널리스트 스에노부 요시마사, 다카하시 요이치 전 내각참사관과 식사. 9시14분 자택.”
<아사히신문> 4면에 실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0일(일)·11일(월) 행적이다. 총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뭘 했는지 실명으로 분 단위까지 적시돼 있다. 어머니와 식사, 치과 치료, 몇몇 언론사 간부와 식사 등이 모두 공개 대상이다. ‘총리의 하루’는 일본의 주요 일간지에 날마다 실리는데, <교도통신> <지지통신> 담당 기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총리실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다.
4월16일 아침,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물밑으로 가라앉은 여객선에서 탈출한 승객들을 해양경찰 등이 구조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침몰 당일 오전 10시 첫 보고 이후 오후 5시15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날 때까지 모두 18차례 보고가 이뤄졌다고 13일 말했다.(애초 청와대가 국회에 밝힌 ‘서면·유선 보고 24회’와 상충한다.) 내용을 뜯어보면 더 이상하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 건 오전 10시15분과 10시30분 두차례뿐이다. 그 뒤론 무반응이다. 대책회의도 없었다. 이렇게 304명의 목숨이 걸린 6시간45분이 대통령의 침묵 속에 속절없이 흘러갔다. 기괴하다. 그러곤 대통령은 그날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고 물었다. 생뚱맞다.
이제훈 사회정책부장
|
이제훈 사회정책부장 nomad@hani.co.kr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