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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만들면 교육이 살아날까?

 
김용택 | 2014-11-28 09:46: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혁신학교가 화두다. 진보교육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혁신학교! 학부모들의 열망이 뜨겁다. 혁신학교 주변에 집값까지 뛴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다. 전국 13개 지역의 진보교육감들이 너도 나도 앞장서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혁신학교를 하면 교육이 살아날까? 전국의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면 무너진 우리교육이 모두 정상화 될까?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답은 ‘아니오’다. 왜 그럴까? 이번 학교급식 예산이나 누리과정 예산파동만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어렵게 싸움싸움 해가면서 만든 무상급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가 학교급식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급식뿐만 아니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교육감 임명제니 러닝메이트제로 가자며 뜸을 들이고 있다. 교육자치제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국사교육을 강화하다면 국사를 필수교과로 만들어놓고 한다는게 교학사 교과서다, 이제 곧 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정부의 시각을 담은 내용의 국사교과서가 나오게 될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정부가 하면 하면 로맨스다. 교육을 살린다고 별별 쇼를 다했다. 해방 후 16번, 평균 4년에 한번 꼴로 바뀌는 대입전형… 수능제도만 무려 3,289가지다. 답은 대학서열화를 척결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주장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학교를 살겠다고 벌였던 고교 입시제도 변천사를 보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학교별 시험→국가 시험→학교별 시험→병행 시행→국가 시험→병행 시행→국가 시험→병행 시행’으로 명멸을 거듭한 고교 입시제… 해방 후 10번이나 바뀐 고교 입시제도로 학교교육이 정상 화됐는가? 정상화는커녕 갈수록 학교는 무너지고 학교교육은 입시준비 학원으로 바뀌고 학원에서 인성교육까지 하고 나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다. 진보교육감이 전국 17개 지역 중 13개 지역에서 당선되자 학부모들의 기대가 만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서울시 자사고 문제로… 경기도의 9시 등교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진보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를 보면 학교에서 해마다 벌이고 있는 자료전시회나 연구발표대회를 연상케 한다.

‘우수한 교육자료를 교육현장에 소개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유발하며, 교육방법 개선과 교육자료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교총이 ‘칠판 교육의 장벽을 뚫자’며 1970년부터 시작한 자료전… 아이들 교육보다 승진 점수를 받아 출세를 하겠다는 야망에 찬 교사들이 해마다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그게 교육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혁신학교를 신청하겠다는 학교들이 줄을 서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학교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 교육철학, 추진 계획 수립 타당성, 설정한 과제의 추진 가능성, 혁신학교 추진을 위한 준비, 예산 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 지정된 학교에는 4년간 학교별로 1억3000만~1억50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지역별 예산은 조금씩 다르다)

이런 이야길 하면 모처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진보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혁신학교를 흠집내려는 게 아닌가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혁신학교란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교육과정 정상화’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혁신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입시학원이 된 학교며 교원들의 헌신성, 승진제도, 학부모들의 이기주의, 등등 주변 여건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지정부터 받아 예산을 확보하고 보자는 혁신학교로는 ‘공공성, 창의성, 민주성, 역동성, 국제성…’과 같은 혁신학교 철학을 실현하기 어렵다.
 
이름만 혁신학교라고 붙인다고 학교가 혁신 되는 게 아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지만 혁신학교에 매달려 아까운 4년을 허송세월한다면 임기가 끝난 후 남는 게 무엇일까? 지난 서울시의 자사고 문제며 9시 등교문제에서 보았듯이 교육이 상품이라는 정부의 교육철학이 교육은 공공재라는 진보교육감들의 철학과 충돌하는 한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은 하나같이 발목 잡힐 게 뻔하다. 제대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길가도 자갈밭도 아닌 옥토에 뿌려야 한다. 사람가치를 서열 매기는 입시제도와 대학서열을 두고 어떻게 학교가 교육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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