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재명 대표 대선 출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최근 들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위증교사 무죄 선고입니다. 위증교사는 지난해 9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다른 죄목과는 달리 “혐의는 소명된다”고 인정한 일이 있습니다.
여기서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 다른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꽤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어쩌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아졌을 것입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입니다. 경제와 4대 개혁에 대한 기대는 대다수 국민이 접은 지 오래입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란, 일본 사도 광산 추도식 불참 등 외교·안보에서 파탄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경제와 외교·안보를 바로 잡으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야당을 국민 여러분께서 엄중히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11월 29일 정혜전 대변인)고 독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은 대통령 퇴진 및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원수’가 아니라 ‘구세주’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당선입니다. 여러 범죄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제 원조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류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조선일보입니다. 양상훈 주필이 11월 21일 치 신문에 ‘이재명은 트럼프가 될 수 있나’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법원의 재판이 아니라 대선주자 지지율에 달려 있다는 내용입니다. 위증교사 1심 선고 전에 쓴 칼럼입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7일 치 신문에도 1면 머리로 “‘대통령’ 트럼프에 백기 든 미 검찰”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는 재판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대통령 재선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왔다. 결국 (법적 절차를 대통령 당선으로 무력화하려는) 전략이 먹혔다”는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이어지는 3면 기사의 제목은 “미 의회 폭동 선동도, 성 추문 입막음도…최고 권력 앞에서 흐지부지”였습니다. 별도로 “이재명도 ‘트럼프 모델’로 사법리스크 돌파하나”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조선일보가 유난히 이재명 대표 대선 출마 및 사법 리스크 돌파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조사마다 좀 다르지만, 한동훈 대표보다 대략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가 그리 단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민주당 정치인, 당원, 지지자들에게 물어봐도 이재명 대표가 정말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여론조사 수치만큼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음 대선 일정과 구도가 불확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기 대선은 아직은 가시권 밖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불안감도 있습니다.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반면교사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사람은 대선 패배 뒤 공천으로 야당을 완전히 장악해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는 서사가 매우 닮았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이회창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재명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정치보복 프레임입니다.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이 ‘이재명 죽이기’를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되면 우리를 다 죽일 것”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로 써먹었던 수법입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억울할 것입니다. 최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만나서 “누군가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제 단계에서 끊겠다”고 한 것을 보면 정치보복 프레임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보복 프레임에는 이재명 대표 책임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벌어진 ‘비명횡사’ 공천 논란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원로들은 “공천이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책임지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개혁 정체성입니다. 2022년 3월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는 개혁성이 매우 뚜렷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지금은 훼손됐습니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가 한겨레 11월 18일 치 신문에 ‘이재명의 위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그와 민주당이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재명 대표를 성장시키고, 차별된 정치인으로 만들었던 기반을 위협한다. 이 작은 증세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기본사회와 이를 위해 필요한 보편적 증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만일 그가 지금까지 주장한 정책들을 포기한다면, 한국 사회를 전환할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가 정치적 이해를 위해 택했을지 모를 이 결정은 그를 무색무취한 정치인으로 만들 뿐 아니라 그의 과거 주장들을 복잡하게 합리화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로 밀어 넣고 있다.”
저는 최영준 교수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답해야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빛나는 역사를 가진 정당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는 다음 대통령이 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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