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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범죄' 부추기는 대한민국 '테러'까지 옹호하나

'증오 범죄' 부추기는 대한민국 '테러'까지 옹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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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증오의 회항’을 하고 있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제 폭탄’을 터뜨리고 남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테러’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온다. 동성애자·이주노동자 등 소수자집단에 가해지는 폭언과 물리적 위협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오·혐오범죄와 이를 부추기는 이들에 대해서는 외국처럼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애국청년 오군을 즉각 석방하라. 미국 정부는 신은미의 미국 국적을 박탈하라.”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근처에서 자유청년연합, 새마을포럼 등 보수우익단체 회원 20여명이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방문한 신은미(53)씨가 진행하는 ‘북한 바로 알리기 토크콘서트’ 현장에 사제 폭탄을 던져 사람들을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오아무개(17)군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아끼는 오군이 종북 콘서트를 저지하기 위해 애국심으로 폭죽을 던졌다. 대한민국을 망치려는 자들을 응징하는 게 어찌 사법처리 대상이 되냐”고 주장했다. 경찰이 공개한 오군의 사제 폭탄은 ‘살상력’이 있는 ‘폭발성 물건’이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얼굴 등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른 이들은 제거해도 된다’는 식의 섬뜩한 증오범죄를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서 부추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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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한겨레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오군 등의 행위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 자기보다 힘센 자들을 공격하는 대신 약하고 만만한 희생양을 골라 불만을 ‘배설’하는 것이다. 대화나 타협을 추구하기보다는 상대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혐오범죄, 증오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나치의 유대인 혐오, 유럽과 미국의 인종주의 범죄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치적 이유로 ‘사제 폭탄 테러’까지 벌어진 상황을 무겁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유의 사건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 ‘내 불만을 저렇게 표출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우반공주의자들에 의한 백색테러와 국가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그 고등학생을 확신범으로 만들어 준 것이 보수언론이 만든 종합편성채널이라고 본다. 학생의 행동을 마치 ‘윤봉길 의사’라도 된 듯 부추기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해방 이후 우익테러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보수우파 내에서 ‘서북청년단’의 이름을 내세우는 등 극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종북’을 반대하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테러를 해도 괜찮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백색테러’인데, 그런 학생을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극우적 폭력을 옹호하는 흐름에 새누리당이 얹혀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여당 내에서 이런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없이 제명시켜야 한다”고 했다.

불통이 ‘원칙’이 된 청와대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는 “청와대가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송을 일삼고 있다. 대통령을 따르는 우익들이 대체 뭘 보고 배우겠느냐”고 했다.

이번에는 ‘종북’이 테러의 대상이었지만, ‘종북’ 대신 여성·동성애자·외국인 등 다른 소수자집단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실제 토크콘서트 내용과 관계없이 (한국 사회에서 배제와 통제가 허용된다고 보는) ‘종북’으로 단순화시켜 공격했는데, 우리 사회가 자신의 (폭력적) 행동을 받아줄 거라는 허상을 가지게 된다. 이는 다른 소수자집단을 대입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전상진 교수는 “언론의 자유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견해, 인종·성·종교·성정체성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혐오 발언’ 등을 단호하게 제재해야 한다. 독일에선 나치를 미화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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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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