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해경 고위관계자들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고’는 ‘참사’가 됐다

[세월호 청문회] 해경 고위관계자들 ‘우왕좌왕’하는 사이 ‘사고’는 ‘참사’가 됐다

청문회 첫째 날, ‘참사 초기 구조상황 및 정부대응 적정성’ 신문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해양경찰청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모두가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지 않았다. 구조 요청을 받은 123구조정은 30분 뒤 아무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 도착했다. 구조준비를 못한 123정은 적절한 구조작업을 펼치지 못했고, 갑판 위로 나온 선원들만 실어 날랐다. 침몰하던 세월호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피 방송도 하지 않았다. 오전 9시 45분 TRS(다중무선통신)로 선체 좌현이 90도로 기울었고, 구명정도 펼쳐지지 않았고, 승객들이 객실 안에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골든타임’을 우왕좌왕하면서 흘려보낸 사이 ‘사고’는 ‘참사’로 변하고 있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416참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1차 공개 청문회가 14일 서울 YWCA 강당에서 열렸다. 특조위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 및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집중 신문했다. 증인으로는 당시 김석균 해경 청장(퇴직)을 비롯해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현 남해해양경비안정본부장),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퇴직), 김경일 목포해경 123정 정장(수감 중), 김문흥 목포해경 서장(현 동해해양경비안전서 1513함장) 등이 출석했다.

해경·지방청·서는 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지 않았나?

이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구조지시 등을 내려야 할 상급부서인 해양경찰청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모두가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조 요청을 받은 123정 조차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고, 구조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 도착해 제대로 된 승객 구조작업을 펼칠 수 없었다.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 장완익 위원은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가 세월호와 교신 중인 걸 알았으면서도 왜 교신내용을 전달받아 (123구조정에) 구조준비 등을 지시하지 않았는지, 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유연식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은 “해경 지휘 체계상 아래서 보고가 올라오는 형식이라 보고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상황을 처리하느라 교신 시도를 지시하지 못했고, (세월호 사고 현장)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답변했다.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 이호중 위원은 “수난구호법을 보면 광역구조본부인 해경은 지역 구조본부를 지휘 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세월호와 교신하고 있는 진도 VTS에게 교신 내용을 보고하라고 왜 지시하지 않았냐”고 신문했고,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하급 기관은 상급 기관에 당연히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호중 위원은 “구조보다는 보고에 급급했던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완익 위원은 “123정을 비롯해 세개 부서 모두가 세월호와 직접 교신한 적이 없었던 상황에서 정확한 구조지시를 내리고, 구조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증인으로 나온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 청장이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증인으로 나온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 청장이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조형곤(오른쪽) 목포해경 경비구난과 상황담당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연식 담당관,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조형곤 목포해경 경비구난과 상황담당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조형곤(오른쪽) 목포해경 경비구난과 상황담당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연식 담당관,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조형곤 목포해경 경비구난과 상황담당관.ⓒ김철수 기자

김경인 목포해경 123구조정 정장도 오후 증인 심문에서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세월호와 교신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세월호와 교신이 되지 않아 적절한 구조준비·조치가 안 이뤄진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사고 당시) 세월호와 구조세력 간에 교신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구조선을 빨리 현장에 출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상황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완익 위원은 “세월호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조치, 지시를 해야하는 부서들 모두가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다. 구조정 등을 파견하는 것에만 급급했고, 철저한 사전 구조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후 아무런 구조작업을 벌일 수 없었다. 그러면서 사고현장이 참사현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첫날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첫날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수의를 입고 증인으로 나온 사고 당시 김경일 목포해양경찰서 123정 정장이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수의를 입고 증인으로 나온 사고 당시 김경일 목포해양경찰서 123정 정장이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경 지휘 계통부터 구조세력까지 세월호 구조준비, 현장 대응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형을 살고 있는) 김경일 경장뿐만 아니라 상부 책임자들에 대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30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오후 9시 10분까지 진행됐다. 이날 세월호 피해 가족 100여명도 방청석에서 청문회를 지켜봤다. 증인들이 위원들의 질문에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할 때 방청석에서 “진실을 말해라” 등의 항의와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특조위 청문회] 세월호 생존자의 눈물 “탈출 지시만 있었어도···”

청문회 첫째 날 부터 이헌 부위원장, 석동현 변호사,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차기환 변호사, 황전원 박사 등 새누리당 추천 위원 5명이 불참했다.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청문회 도중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50) 씨가 자해를 시도해 청문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씨는 “한 마디만 하겠다, 솔직히 너무 한 거 아닌가. 억울하다”라고 외치며 배 상부를 가위로 자해했다. 보호자에 따르면 김씨의 상처가 깊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수술을 마친 후 안정을 취하고 있다. 김 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선내에 있던 소방호스 등을 이용해 학생 20여명의 구조를 도와 이른바 ‘파란 바지의 의인’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특조위 청문회는 이날부터 16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둘째 날(15일) 특조위는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안전행정부 관계자 등을 불러 해양사고 대응을 위한 매뉴얼과 시스템이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됐는지 짚어볼 예정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진행 중 한 유가족이 자해를 시도하자 주위 사람들이 막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속개 진행 중 한 유가족이 자해를 시도하자 주위 사람들이 막고 있다.ⓒ김철수 기자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열렸다.<br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열렸다.ⓒ김철수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