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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1/09
    마음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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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사회 초년생의 명함 돌리기

 

몇일 전 부터 학원강사를 시작했습니다.

공교육의 꿈을 잠시 접고 사교육으로 발을 돌린지 어언 3주.

오늘 출근을 하는데, 원장 선생님이 뭔가를 내밉니다. 명함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다면 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에

처음으로 제 이름이 찍힌 명함 200장을 건네 받았습니다.

사실 명함을 처음 찍은 것도 아닌데,

(대학교 때 다 돌리지도 못하고 구석에 처 박힌 제 명함이 2년에 걸쳐 200장은 족히 남아 있습니다.) 명함을 받자마자 기분이 묘합니다.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싫지도 않은 묘한 느낌.

 

 

이 종이짝에 찍힌 제 이름 석자가 이렇게도 무겁게 느껴진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생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종이 한장에 사람 기분이 묘해지는

야릇한 상황에 어리둥절합니다.

이젠 정말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생각만 납니다.

 

 

순간 명함이 도대체 왜 필요한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 말고 다른 선생님들은 금장으로 명함을 다시 박기로 했거든요.

갑자기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몇년 전에 나온 공포영화였는데,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는 간단한 동기는

자신의 친구가 찍은 명함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질의 종이에 금줄 하나 더 박은 명함을 자랑하는 친구를 전기톱으로 깨끗하게 처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종이 한장에 간단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 때문에요.

그런데 지금에서는 그게 현대인의 모습을 과도하게 잘 반영한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책상 앞에 쌓아놓은 명함 케이스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전, 아직 명함을 어떻게 주고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는 이 명함들도 케이스에 담겨 고이고이 보관될 것 같습니다.

이거...학원 선생님은 이 명함 다 쓸 때까지 나갈 생각말라던데,

이 상태로는 학원에 말뚝을 박아야 할 지경이겠죠?

 

 

누군가에게 명함을 처음 받았을 때의 어리둥절함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 주변 사람이야 이제는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익숙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도 곧 명함을 주고 받는게 익숙해지는 그런 환경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훗날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되더라도

종이 한장에 박힌 활자와 지위가 저를 말해주기보다는

제 웃음과 말 한마디가 저를 더 기억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삶을 늘 기대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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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점보롤에 대하여

점보롤에 대하여

"휴지통의 말이 옳다. 난 일주일이나 뒤집어져 있었다오. 다 아주머니 때문이라오. 본좌를 벽쪽으로 걸어놓지 않았겠소. 통재라. 벽만 쳐다보고 있는 답답한 심정. 그대들은 모를꺼요"


뚫어뻥이 정색을 하며 가로되,

"점보공이 케이스속에만 계셔서 우린 몰랐다오. 미안하오.
그러나 점보공을 거는 것은 다 취향의 문제 아니겠소, 새술은 새푸대에, 이해하시오" 


휴지통 다시 나와 버럭 가로되,

"허허. 이런 답답한 양반을 봤나. 점보공의 옷 자락 방향을 보면 모르오? 관심이 없음 없다고 말하시오. 본좌는 너무 말하고 싶었으나 휴지가 너무 쌓이는 바람에 말할 수 조차 없었소. 본좌가 왜 이렇게 과잉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 아시오? 자기쪽으로 당기는데 익숙해진 4층 인간들이 여전히 개념 없이 점보공을 잡아댕기기 때문이오. 존내 주르륵 주르륵 풀려진다는 얘기요"


세정제가 새파랗게 질려 이르되,

"그건 습관의 문제요. 힘을 조절하면 되는 일이오. 그리고 벽쪽으로 걸려 있는 것이 미관상 훨씬 보기 좋쏘. 게다가 점보공을  더 아껴쓸 수 있쏘. 일단 손으로 잡고 끊어야 하니깐. 그것도 귀찮아서 자기쪽으로 걸어달라는 인간들은 좀 맞아야 하오"   


이젠 점보공 케이스까지 나서서,

"세정제 공이 변기 안에 갇혀 지내셔서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점보공은 그저 잡아당기는 맛이라오. 두툼한 원형체가 돌아가면서 팽팽히 당겨지는 그 감칠맛. 은퇴하신 두루마리 휴지 공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오"


세정제 대성일갈을 하되

"변태요?"


점보케이스공이 한대 칠 기세로 달려들며,

"뭐요? 해 보자는 거요?"


- 후략


연대: 미상
작자: 우울씨
형식: 한글 수필
성격: 교훈적, 논쟁적, 풍자적, 우화적
표현: 의인법, 풍유법
문체: 싸움체
주제: 휴지는 벽쪽으로 걸어야 하는가. 사용자쪽으로 걸어야 하는가
의의: 공학원4층 인간들 중 최초 문제제기. 피디수첩 줄기제보와 쌍벽을 이룬다.
줄거리: 평화로운 해우소. 4층 용역 아주머니가 로테이션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서로에게 원망과 질투를 늘어놓다가 끝내 싸움판으로 변한다.

이해와 감상 포인트:  1. 4층 아주머니의 취향을 인정할 것인가?

                     2. 휴지는 어느쪽으로 걸어야 하는가?
               
                    3. 꼴통들과 대화 하는 방법
           
                    4. 노동초과와 산업재해
                

관련 자료:



by 꽁치보일드 | 2006-01-12 12:05 | H-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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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웃겨서 그냥 주르륵 퍼왔다. 아, 나도 이렇게 재미있게 썼으면^^;;; 푸하하
 
우울선배의 유쾌한 블로그질에 항상 감탄한답니다.ㅋㅋㅋ
이 글은 특별히 마음에 들어 제 블로그에 퍼왔습니다.
나중에 수업에 써먹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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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지기

 

내일이면 드디어 결과가 나옵니다.지난 1년동안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생활했고,

지금에야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마지막 매듭을 짓게 되는거죠.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달려왔냐고 물을 수 있을까?

지난 한 달동안 그걸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반은 열심히 살았다고 다독여줄 수 있고, 반은 열심히 했다고 하기에 부끄러운 삶입니다.

 

잃은 것이 있다면.

가장 큰 것은 건강이겠죠. 지금도 위 속을 채우는 알약이 한끼에 다섯알.

하루엔 15알의 알약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연말도 지났으니 이제 슬슬 검진도 예약해야겠고, 기초적인 운동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자신감. 이것도 부딪히다보면 다시 자라나겠죠.

게을러진 생활습관과 나빠진 눈, 부정적인 사고. 이런 것들도 하루빨리 그만둬야겠습니다.

 

 

 

 

자칫 지난 시간이 잃은게 더 많아 보일때가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해도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아직은 앞으로 해야할 것들이 더 많으니까.

 

더 이상 실망하고 뒤돌아보는 일은 그만두겠습니다.

술 한잔에 툭 털고 일어서면 되겠죠.

나는 아직 나를 어떤 모양으로 조형해 나갈지 결정하지 못했으니까요.

 

 

단지 이번 기회를 놓쳤을 뿐 기회는 언제든지 오니까. 

더 이상 우울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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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선 "사랑을 위한 서시"

송하선 "사랑을 위한 서시"

사랑한다는 것은
햇빛의 미소를 배우는 일이다.
스산한 가을날 아침 무렵
나뭇잎새의 이슬방울들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잠재우는
햇빛의 미소를 배우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햇빛의 손길을 배우는 일이다.
스산한 가을날 저녁 무렵
알몸이 된 나무들의 간절한 기도를
차마 떨치지 못하고 쓰다듬어 주는
황혼빛의 손길을 배우는 일이다.

아, 우리네 고단한 인생살이에
사랑을 한다는 것
사랑이라는 이름의 꽃을 피우는 일은
물처럼 그러나 잔잔한 호수처럼
모두 다 끌어안으며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를 꿈꾸는 일

사랑한다는 것은
저 높은 산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하늘 아래 큰어른처럼 우뚝히 서서
손 아래 무릎 아래 형제들을 거느리고
묵묵히 묵묵히 미래를 명상하는
저 높은 산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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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가 넘 심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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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로 거듭나기

내 블로그 1월 1일 달력에 뭔가 기념할만한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벌써 1월 2일이 되어버렸다.

지난 1년동안의 시간이 정말 짧게도 지나가버렸다는 생각과

앞으로 남은 364일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다.

(원래는 1년은 정말 365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달력일수를 모두 세볼까 하다 그만뒀다.)

 

무언가를 희망할 수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꿈꿀 수 있고,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에 잠시 웃음지을 수 있는 삶이란,

비록 허황된 꿈일지라도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읽어야 할 책들과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를 노려보는 것 같지만,

편의대로 구분지어놓은 새해라는 시간의 경계덕분에 맘은 편해져간다.

앞으로 하면 되잖아.

 

 

내 동생은 몇 시간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더니,

싸이월드 전체쪽지로 솔로 탈출을 절실히 기도해놨다. 쯧쯧.

곧 군대에 가는 까닭에 소개팅도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도 없는 우울한 이 놈의 삶

당근 내 삶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 놈의 새해소망에 가슴이 찡해진다. 꼭 이루어지기를 바랄께.

 

 

벌써부터 2006이라는 숫자에 능숙해져간다.

올해는 모두가 눈물흘리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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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3- 있는 그대로 믿기

 

중학교 국사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단군신화를 가르치면서 단군신화가 사실인 증거를 알아오라고 했다. 덧붙이면서는 언니나 오빠에게 물어보면 될 거라고.

당시 언니 오빠는 커녕 아는 언니 오빠도 없던 외톨이 시절. 나는 혼자서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그 때에는 지금처럼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구축되기 이전. 'ㄷ'의 종이카드를 넘기면서 단군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 기적처럼 단군신화가 사실인 증거를 찾아냈다.!!!

내용인 즉, 당시 북한에서 단군의 묘로 추정되는 유물들을 찾아냈다는 논문과 글이었다.

비록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중학생이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책을 복사하고 사진까지 첨부된 자료를 노트에 붙여서 학교에 가져갔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내 노트를 보여주고, 쉬는 시간1분전까지 내 노트는 반 전체를 휩쓸었다.

 

드디어 수업시간.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하기 위해 1분단부터 노트검사를 하기 시작하다가.

한 다섯명 쯤 검사하시더니 표정이 일그러져서는 원본이 누구냐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많은 아이들의 눈초리 끝에 발각되어 원본인 나는 숙제를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혼이 났다. 원래의 의도는 풍백,운사,우사가 농경문화의 증거이고, 곰,호랑이는 토테미즘을 반영한다 등등의 내용을 찾아오길 바란 것이었다나 뭐라나.

제길. 그럼 단군신화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오라고 해줬어야지. 사실인 증거를 찾아오라니.

 

그 이후로 국사 시간의 숙제는 잘 해가지 않았다.

나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국사 시간 방학과제는 금오신화를 읽어오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줄거리를 요약한 걸 베낀 것 이외에 두 가지 생각 밖에는 없다.

 

"흥미로운 장면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다고 말 못하겠다."

 

-> 사실 지금은 고전소설 중에서 꽤 재미있는 작품인데, 책 읽고 난 감상평이 매우 솔직하다. 

 

그리고 창의적인 생각을 나름대로 해본다고 소설을 현대에 맞게각색해본다고 생각했다.

 

" 만약 금오신화가 현대인에 맞게 소설로 다시 각색 된다면 어떨까?

 사실 긴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꼭 내가 옛 선비가 된 기분이다. (내가 정말 이런 기분을 느꼈을리 없다.)

 만약에 현대인에 맞게 소설로 바뀐다면 이 시 모두가 짧은 대화로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면 시로 고백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한다' 혹은 '좋아한다'란 말이면 끝날 것이다.

 또 선물을 주거나 술을 선사할 때,

 "내 그대가 맘에 들어 친구가 되고 싶으니..."라는 긴 말보다

'너 맘에 들었다. 나랑 친구하자!'라는 말이든지...

아무래도 현대인과 고대인의 차이인가 보다.

 

라고. '맘에 들었다 나랑 친구하자'라니... 얼마나 지루하게 읽었으면 간결하게 고치고 싶었다고 독후감에다 써놨던 것일까?ㅋㅋㅋ

 

내가 그 당시 선생님이었다면 나같은 학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 그래서 그 때 선생님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구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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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과학소녀 꿈꾸기

그리고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도 있었다.얼마전에 선배에게 과학소녀였던 적이 있다고 고백했는데.ㅋㅋㅋ 지금의 내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전혀 연관지을 수 없는 모습.

 

중학교 때 과학실험상자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엄마에게 매일 졸랐던 기억이 났다.

당시엔 좀 비싸서 엄마에게 협박까지 해서 얻어냈다. 내가 언제 인형사달라고 한 적 있었나며

짐짓 지금 투자하란 식으로 말이다. 결국 우리 엄마는 내 농간에 속아 비싼 과학실험세트와

과학도서50권을 구입했다.

 

뭐, 결국 과학도서는 동생과 집만들기 놀이할 때 썼던 용도이다가 헌책방으로 팔려갔고,

과학실험세트는 비커에 물 몇번 담고 스포이드를 만지작하다가 어느 순간 집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나름대로 과학적 사고의 근원이었다고 엄마에겐 절대 속지 않았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중학교2,3학년 때 방학과제로 냈던 보고서가 학교에선 상으로 돌아왔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2학년 때에는 광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보고서의 연구동기에도 이렇게 적어놨다.

 

 "가족과 함께 강으로 갔던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여러가지 색과 알갱이를 가진 돌을 보았다.

(어느 강으로 뭐하러 갔는지도 없는 이상한 문장이다.내 기억엔 보석인줄 알고 돌을 주웠다가 보석이 아님을 알고는 보석 비슷한 돌들에 관심을 가졌다고나 할까.^^;;) 중간생략...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구성원소 등 더욱 자세히 알고 싶고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아...얼마나 훌륭한 연구동기인지. 보고서 예시문 그대로 연구동기를 적어놓은 것 같다. 뭐, 돌을 깨고 알갱이를 분석하고 사진찍고 해서는 아직도 이 보고서 때문에 책상에는 돌 알갱이가 어디선가 항상 나온다.

 

 




그리고는 중3때는 저울까지 만들어가며 식구들을 괴롭혔던 기억도 난다.

주제는 부력이다.


 

이걸 사진까지 찍어가며 난리를 쳤던 실험의 연구동기는 내겐 너무 처절한 내용이었다.

 

"수영을 배우고 싶지만 몸이 물에 뜨지 못하는 관계로 튜브 신세를 지고 있다. 나보나 몇 십배나 크고 무거운 배도 유유히 바다에서 떠 항해를 하는데, 왜 나는 안될까?"

자괴감까지 엿보인 연구동기이다.차라리 이 연구동기이면 배가 뜨는 원리나 책에서 찾아 대충써내면 될 것을 물에 뜨는 원리를 알겠다니...기암할만 하다.

 

  먹고 남은 닭꼬치와 우유빨대. 빈 패트평

 펜으로 눈금을 그려놓은 균형잡힌 삼각형 모양의 빈 박스.

그리고 어머니의 협조로 빨래집게후원받아 대충 저울을 만들었다.ㅋㅋ

신뢰성은 전혀 없고, 대충 무게가 비슷해 보이는 물체들을 실로 묶어 닥치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가끔 이 사진들을 볼 때 동생은 얼마나 기암하던지.

뒤의 깨끗한 배경을 위해 동생에게 흰 도화지를 하루종일 들고 서 있게 했던 기억이 나보다 이 실험을 더 끔찍하게 기억하는 까닭이다.

 

아무튼 가족들의 협력으로 과학소녀로 거듭날 뻔 했으나, 이후 전혀 과학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된 여우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상관없으니, 밀도에 허우적거리는 개념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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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1 - 반공이데올로기에선 나도 자유롭지 않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정리 작업 중 하나는 책상을 정리하는 일이다.

 매년 쓰는 일기나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나 카드,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등등.

책상 언저리에 모아 놓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데, 이게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지금은 전혀 기억 나지도 않는 옛날 일들을 되짚는 되는 기록을 들추어내는 것보다 확실한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단기기억의 최강자인 나에게는 특히 더.

 

중학교 때 글짓기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고는 무슨 대회마다 나갔던 기억이 났다. 1학년 때 지은 시가 국어 선생님의 맘에 들었는지, 시화전에 시를 내고 그 이후엔 꼭 무슨 글짓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려나갔었다.

그러다가 교내 웅변대회에도 몇 번 나갔었는데, 주제가 통일이었던 모양이다.

난 반공 이데올로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세대라고 생각했는데(내 기억엔 반공포스터보다는 통일포스터 그리기나 통일글짓기로 명칭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웅변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는 글을 보니, 나 역시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기 때문에 같은 핏줄이며 그런 우리는 한 가족이 떨어져 살지 못하듯이 37년 전에 일어난 6.25를 수습하고 우리의 허리를 조이는 3.8선을 걷어내야 할 것입니다"

 

와...이걸 내가 썼다니. 제도교육의 민족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주입받아 풀어낸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아직도 기억나는건 이 글을 쓸 때 국어 선생님이 옆에서 붙어서 하나하나 고쳐줬던 일이다.

여기에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경제적 이득이 있고, 문화와 언어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실천방안이 필요하다고. 글만 고쳐줬던가. 웅변할 때 자세, 옷차림에 숨쉬는 구간까지 일일이 지정해줬었다.

 

 꼭두각시처럼 조잘거리던 그 날 사복이었던 학교에 생전 입지 않던 치마까지 입었다.

웅변시간보다 불편한 치마스커트와 스타킹에 얼마나 진땀을 뺏던지...

 

북한을 바로 알자고 내용을 담으면서, 정작 나는 북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는 당위만 되풀이했던 셈이었다.

 이런. 눈물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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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되다.

때는 2006년을 일주일 정도 남긴 2005년의 마지막 주.

오늘부터는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2005년을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멋진 신년계획을 세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올해처럼만 살지 말자고 기조를 잡았다.

왠지 내년부터는 새로운 일상이 나타날 것 같은 들뜬 기분에 목소리 톤이 높아져서 지금은 목이 좀 아플 정도다. 신났다.

 

올해 2005년을 되돌아보면? 별 일 없다.

아침에 맘 놓고 늦잠잘 수도 없었고, 밥 먹는 시간만큼은 맘을 놓자고 생각하니 뱃속은 자꾸 허기가 졌다.  어제는 오늘같고, 오늘은 내일과 같을 일상 때문에, 소소한 일에도 반응하며 살기도 했다.

1년 동안 같이 다닌 친구와는 비슷한 일상 덕에, 일주일전 이야기를 해도 어제 일처럼 생각하며 들었다. 대략 우울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람. 

그냥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건지 알게 된 것 같다. 늘 어디 무인도나 혹은 절간에서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속과 격리된.

그런데 비슷한 생활을 하다보니, 3개월을 넘기면 사람이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렵다는 진리에 도달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많은 사람 가운데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없이 살아가는 삶이 더 무섭다.

다행히 난 사람이었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

05년엔 그 사실을 얻었다.

 

06년 계획을 세운다면?

누군가의 말인지 모르나, 이런 말이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난 지난 동안은 노력을 했으니, 이번엔 즐기기로 했다. 

즐기자! 앗싸~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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