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집, 헤어짐, 진득함?

#. 거진 30년을 함께 살아왔던 언니가 일주일 후 시집을 간다. 혼을 맺는다는 결혼이란 말이 새삼 섬뜩해, 시(媤)집 간다고 표현했더니 더 가슴아프다. 어쨌든 언니는 시집을 간다. 함께 있어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함께 사는 것이 언니입장에서야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겠지만은 사람이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더니(그말이 적절하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서운한건 사실이다. #. 3살 터울인 언니한테 맞으며 자랐다. 청소기로 맞은적도 있고, 회초리를 가장한 두꺼운 나무막대기로 인정사정없이 맞기도 했다. 내가 왜 그렇게 미웠는지 언니는 내가 제대로 타지 못하는 자전거에 나를 싣고는 내리막길에서 그냥 두손을 놓아버리기도 했다. 그 이후에 골격도 큰 내가 언니를 체력적으로 앞서면서 서로 치고받으며 싸웠다. 더 치열하고 피볼일도 더 많았다. 하지만 아마도 언니가 떠나 혼자가 되면, 아마도 그 시절이 매우 그리울거 같다. #. 언니는 시집을 가면 형부를 따라 충주로 내려가 살아야 한다. 형부가 다니는 회사가 충주로 이전을 해가는 바람에 둘중에 하나가 직장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서 언니가 과감하게 일자리를 포기, 충주로 둘의 삶터를 꾸리기로 한거다. 물론 언니는 아직도 절규하며 자신의 어쩔수 없었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사실상 어쩔수 없다고는 했지만 아는사람 하나 없는 그 곳에 언니도 가고싶을리 없다. #. 언니가 찍어온 웨딩 사진을 보더니 엄마가 한참을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다 나에게 말했다. "둘째야, 느낌이..이상하다." 엄마도 언니같은 시절이 있었을테고, 엄마의 엄마도 엄마같은 시절이 있었을테고, 엄마가 시집을 가던날 엄마의 엄마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 결혼식 돈 엄청 든다는건 알았지만, 두번 결혼식을 하는 일보다 더 돈을 버리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만을 들여서 결혼식을 하면 더 잘사나? 그 관계가 더 좋은가? 더 행복한가? 흠...흐음 #. 어찌됐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울언니는 시집을 간다. 언니가 가부장제에 옭매어 살아야 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지금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언니없이 또 다른 가족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뿐이고, 언니 없이 지내야할 집안에서의 생활이 두렵고, 언니를 보내야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서운하고 쓸쓸한것 뿐이다. #. 영영 못보는것도 아닌데, 참 그렇다. 언니와 동생으로 맺어진 유대관계가 참 진득했던 모양이다. #. 사람 사는게 언제나 행복할수 없고 언제나 웃을수는 없지만, 언니는 적당히 불행하고 적당히 울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잘살겠지 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