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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이해하기

1. 내가 아닌 남을 이야기한다는건 정말 어렵다. 특히 한번 겁먹은 사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본래 나는 쉽게 상처받고 쉽게 잊어버리는 스탈이지만, 사람관계에서 한번 상처를 받으면 그사람의 농까지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나를 상처구덩이로 쳐넣어버린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좋아하는 짝꿍이 있었다. 반장이었고 얼굴도 훤칠했다. 그 친구가 언젠가 나한테 자신이 좋아하는 스티커라며 곰돌이 스티커를 떼어 내 공책에 붙여줬다. 그리고서는 스티커를 떼고 남는 가장자리를 떼어서 막노는데...선생님이 (아..수업시간이었다) 갑자기 짝꿍을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시는거였다. 눈치빠른 나는 고것이 짝꿍에게 큰 화가 될것을 짐작, 선생님이 쳐다본다는 말대신 짝꿍이 들고 있는 스티커를 재빨리 낚아챘다. 그랬더니 그 짝꿍이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곰돌이 줬으면 됐잖아. 이거까찌 빼았냐!!"라며 왕성질을 부렸다.

 

그리고 나서 난 짝꿍하고 말한마디 쉽게 나눌수 없었다. 그게 어린 나에게는 상처였다. 잘해주려 한일이 상대에게는 다르게 이해될수 있다는걸 처음으로 느낀 일이었다.

 

스무살이 넘어가고 주변사람들과 어렸을때처럼 투닥거리며 싸울나이가 지나고 나서는 그 모든게 무거워졌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게 싫었다. 특히, 뒷말하는건 너무 싫었다. 내가 8개월간 유통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가장 힘든 일은 남의 뒷말을 하고, (내가 뒷말을 하든 안하든 남이 하는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야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나도 동의하는 뒷말을 종종해야만했다) 남의 뒷말을 들어야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서로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났을때의 허무감은 더 크다.

 

 

나이가 들수록 남을 이해하고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나는 서툴다.

그리고 내 주변도 아직은 서툰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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