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L POSTINO

2008/06/04 22:58

네루다 : 은유!

마리오 : 뭐라고 하셨죠?

네루다 : 은유 말이야.

마리오 : 그게 뭔데요?

네루다 : 은유?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가며) 은유란 뭐라고 할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것에  비유하는 거야.

마리오 : (네루다의 뒤에 대고 황급히) 시 쓰실때도 사용하나요?

네루다 : (돌아서며) 물론이지.

 

               ***

 

우체부가 시를 알아야 할까. 혹은 알아도 될까. 역으로 네루다 같은 지식인이자 권력자가 우편배달부와 친구먹는 것은 또 어떤가. 그래도 되는 걸까? 혹은 그래야 되는걸까? 네루다는 말한다.

 

"나는 감옥에 처넣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 ... / 나는 쓰는 것이다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 ... / 학교와 빵과 포도주를 / 기타나 연장류 등을 갖고 싶어 하는 / 소박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다 // 나는 민중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가령 / 그들이 나의 시를 읽을 수 없다 하더라도 / ... / 언젠가 내 시의 한 줄이 / 그들의 귀에 다다를 때가 올 것이다 / 그때 소박한 눈동자는 눈을 들 것이다 / ... / 그리고 그들은 틀림없이 말할 것이다 / '이것은 동지의 시다'라고"(<커다란 기쁨> 중에서)

 

               ***

 

네루다 같은 재주꾼이야 저런 말을 입에서 나오는대로 내뱉어서 다 '시'로 만들 수 있다 하겠지만, 타이밍을 잘못맞춰 태어난 우체부 마리오(영화 주인공)의 찌질한 인생은 그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 마리오는 노동자 집회에서 그의 데뷔작 시를 읽다가 갑작스런 경찰의 진압을 피해 도망가는 군중들의 발에 깔려 죽는다.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치는 시"였다. (물론 이건 영화 얘기다.)

 

 

              ***

 

이 영화는 단순히 사회주의 리얼리즘도, 그렇다고 부르주아식 휴머니즘도 결코 아닌 것 같다. 마리오는 강철도 아니고, 뇌봉 같은 혁명의 나사못도 아니다. 운동권 지도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수' 촛불시위와 철저한 혁명, 의지의 낙관과 지성의 비관, ... 뭐 이런 것들 사이 어디엔가 마리오의 윤리가 있지 않을까?

 

IL POSTINO(1994)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 이탈리아 / 국내개봉 1996 15세 관람가 / 108분

※ 우체부 마리오 역의 마시모 트로이시는 이 영화를 찍은 직후 지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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