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45> 드라마의 시간대가 한국전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시말해서 3·1운동 무렵 태어난 사람들이 그 생의 절정기에서 한국전쟁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전쟁, 곧 '6·25' 문제를 다룬 서사극들이 흔히 중심에 놓고 다루던 문제인 소위 '인민재판'이란 것을,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다룰지 벌써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개전초기 인민군 진주와 더불어 남한 정부차원에서 자행한 정치범 사살 문제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매개인 것 같다. 왜냐하면 주인공 4명 중 1명인 <혜경>이가 정치범으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안보시는 분들을 위해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혜경이는 사회주의자인 옛 애인 <운혁>이를 북한으로 탈출시키고 자신은 당국에 붙잡혀서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이다. 미군정 군사고문단 보좌관인 현재의 약혼자 <동우>는 간밤에 이승만 대통령이 대전으로 피난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서대문 형무소로 달려간다. 정부의 철수 뒤에는 정치범의 사살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

 

한편 그 시각, 혜경이의 도움으로 북한으로 탈출했다가 인민군 중좌가 되어 남한으로 진주하는 인민군과 함께 의정부까지 내려와 있던 운혁이의 머리속도 학살이 자행되기 전에 혜경이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차있었다. 인민군이 아직 서울에 진주하기 전, 남한 정부는 철수를 시작한 시점. 끝내 동지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결사대를 조직하여 아직은 국군의 방어 아래에 있던 서울로 잠입한다.

 

혈혈단신이지만 아국의 실력자인 현재의 애인, 그리고 승승장구 진주하는 적국의 실력자인 과거의 애인. 두 애인이 사살 직전의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서대문 형무소로 긴박하게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는 내일 이시간으로...

 

실상, 일제시대와 한국전 당시를 통틀어 사상범이 많이 갖혀 있던 서대문 형무소의 성격때문에, (지금은, 그래서 형무소가 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이 드라마의 묘사가 리얼리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혜경이가 끌려나온 형무소의 한 뜰에, 남로당 조직책 거물간첩 김삼룡을 비롯한 다수 사회주의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운혁이가 무모하게 서울로 잠입한 것도 혜경이라는 '연인'으로 상징되는, 2000여 '동지'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정치의 야속한 본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연인을 구하러 달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격렬했던 역사 속에 잘 안착되어 겹쳐지자 나름대로 재미가 느껴진다. '대표성의 문제'를 그럭저럭 잘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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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1 23:28 2006/07/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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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지대로 보구싶당

    FROM 2006/07/02 16:11  삭제

    한반도 야경↑님의 [캬캬...역시 &lt;서울, 1945&gt;] 에 관련된 글. 소유진이 나온다길래 보기 시작한 &lt;서울..&gt;을 못 본지 꽤 됐다. 어제는 간만에 쉬는 토욜이라 째지게 자고 일어났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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