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임 아나운서

2006/08/07 06:53

 

정은임 아나운서.

내가 대학 다닐때, 어쩌면 그 이전부터 MBC 라디오 방송에서《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아나운서.

 

혁명이 일이 아니라 로망인 것처럼 보인 사람들에게, 아니 어쩌면 진짜 혁명가들에게도, 밤은 찾아왔을 것이고, 그들은 그들이 낮동안 부르짖던 무거운 구호와는 전혀 다른 조용한 이 아나운서의 음성에 끌렸을 것이다. 분위기 있는 용모에, 착한(듯한) 마음씨에, 아나운서로는 드물게(아니, 전국의 아나운서 분들께 죄송합니다만,) 사회성 있는 행보 - (그는 MBC 노동조합의 열렬 조합원이었다.)

 

아직 서슬퍼른 레드컴플렉스가 이 사회의 저류를 흐러던 때에, 어느 고별 방송에서였다던가, <인터내셔널>가를, <철의 노동자>를, 영화음악이랍시고, (영화음악인건 분명하지) 공중파 방송에서 틀어주었다던 사람.(물론 피디가 더 대단하다.) 이때문에(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TV는 꿈도 못꾸고 라디오만 나오고, 또 그나마 여러번 종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사람.

 

미인은 박명이라던가, 2004년 7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결국 8월 4일날 저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2년이 지난 지금, 물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사실이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와 있길래, 나도 여기서 한 번 언급하고 지나간다.

 

이 사람, 그런데, 이름난 4년제 대학 나온, 아마도, 집도 잘산다던 사람. 대학 다닐때 자기 집 가정부 아주머니랑 계급의식에 대해 얘길 나눴다던가?(이건 풍문으로만 듣던 얘기라 확실치 않음.) 어떻게 생각하면, 이 사람이 보인 첨예한 사회성도, 이 사람의 그런 유한계급의 풍모에서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나도 그렇게 많이 생각했고.

 

이런 경우 사람들은, 십중 팔구 세계관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뭐 고민할 것 있겠는가. 이 사람이 '진짜'이든, '사이비'이든, 그건 이 사람의 진심만이 아는 문제인걸.

 

아래, 어느날 방송의 오프닝 멘트라고 하는군.(daum에 난 기사에서 퍼왔음. 사진도 거기서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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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2일 고공 크레인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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