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우는 여자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출처>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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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봄날, 강의실에서 하루를 보냈다. 긴 그림자처럼 축 늘어져 집으로 돌아와 빈 잔에 잔뜩 술을 붓는다. 괜시리 슬프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인데 술이 고프고 허겁지겁 그러나 쉽게 취하고 만다. 아마 울고 싶었나 보다. 옛날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물을 쏟는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 지나간 시간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을 감당하지 못하고 심장은 이내 젖어들고 만다.
술먹고 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예전에 술만 먹으면 훌쩍이는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술을 거의 안마시고 못마시는 나는 '왜 그럴까' 의아하게 여기곤 했었다. 하지만 차츰 살면서 혼자 질질 짜는 일이 많아졌고 벗삼아 술도 한잔씩 기울이게 되면서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태연한 척 살아보지만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 날엔 결국 한두잔쯤 마시게 되는 것이다. 그쯤이면 충분하다. 차곡차곡 쟁여둔 외로움과 슬픔을 시뻘건 얼굴로 꺼이꺼이 토해내기 위해선 말이지.
슬픔아, 날 내버려두렴
그냥 이대로 두렴
시간속에 비켜가겠지
내 아픈 기억들
이제 빛바래 소멸될거야
차라리 얼른 늙어 버릴까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술병을 내던지고
로켓처럼 밤하늘로 날고 싶다
더럽게 욱신거리는, 이 봄밤
이래서 '사포'군요. 안그래도 사포에게 시 잘 쓰세요? 하고 물어 보고 싶었는데. 응..제가 아는 사포인지는 몰겠지만요. 더럽게 욱신거리는 이 봄밤에 작렬했삼.
잘 쓰는지는 모르겠구요 머든 끄적거리기는 좋아하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