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에스트라공 정말 내일 또 와야 하니?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그럼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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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베케트는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고통받고 있으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고통이 삶을 장악해버린 시기를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끝끝내 살아남는 것은,
삶을 지배하는 고통을 넘어 서는 또는 고통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각자의 그 무엇을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기쁨이나 희망 또는 행복이나 사랑같은 자신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지고 적절하게 표현이 가능한 그런 것들 말이다
그들은 고도를 만날 수 있을까?
아마 그들 기다림의 끝은 죽음이겠지
'고도'의 상징은
수많은 인간에게 각자 다른 의미일 것인데,
나 역시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혼란 속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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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가면 안 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