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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야기 1

추석을 맞이해서

처가집에 1박 2일로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는 평소대로 멍하게 있고

주선생님은 이리 저리 움직이며 부지런을 떱니다.

 

"일단 청소를 해야 해.....갔다 왔는데 집 지저분하면 짜증나잖아...."

 

주선생님,

진짜 열심히 청소를 합니다.

 

저는 천천히 설거지하고

가습기 물 빼놓으면서 대충 시간을 때우는데

 

그러다 잠깐씩 눈을 돌려서 보면

주선생님은 공부방을 쓸고 있고

 

또 몇 분 있다 눈을 돌려 보면

거실을 닦고 있고

 

또 얼마 있다 보면

그새 짐을 싸고 있습니다.

 

 

"이 반팔은 가져갈까? 집에 있을 때 입히게..?"

"그러자~!!"

 

"동생이 사 준 긴팔 옷도 가져가자.."

"그래~~"

"거기서 출발할 때가 밤이라 좀 두꺼워도 괜찮을거야, 그치?"

"응..."

 

원래부터 어딜 가면

짐 싸는 건 항상 주선생님이 합니다.

 

가끔 제가 싸기도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면 

안 가져와도 될 물건들이 산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서

주선생님 스스로도 자기가 짐 싸는 게 편하답니다.

 

저는 그냥 옆에서

추임새만 넣어주면 됩니다.

 

주선생님은 이미 전날 밤부터

미루 옷 중에 어떤 걸 가져가야 할 지

다 생각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버둥거리는 미루를 붙잡고

억지로 이 옷 저 옷 입혀서

뭐가 잘 어울리는 지 미리 다 봐뒀습니다.

 

저는 미루가 좀 불쌍하기도 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상구~먼저 씻을래~?"

"응...사실, 내가 있어 봐야 별로 할 일이 없어.."

"..." 주선생님은 그냥 열심히 짐을 쌉니다.

 

"내가 같이 짐 싸면, 짐이 산으로 갈껄?"

 

먼저 씻기가 미안해져서,

옆에서 괜히 몇 마디 더 하면서 미적거렸습니다.

 

짐을 싸다 보니

한참 동안 두 사람이 자기랑 안 놀아준 걸 깨달은 미루가

보채기 시작합니다.

 

주선생님의 손은 더욱 빨라지고

저는, 제가 빨리 씻고 나오는 게

주선생님 도와주는 일일 것 같아서 얼른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출발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맘 먹은 후

1시간 쯤 있다가 겨우 출발했습니다.

 

미루 젖 주고,

안 먹어서 실랑이하고

미루가 달래지길 좀 기다리고

집 마저 치우고

옷 입히고

뭐하고, 뭐하고, 또 뭐하고..

 

그러고 집을 나섰습니다.

 

처가집 1박 2일, '시댁' 2박 3일

대장정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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