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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습도

실내 공기가 조금만 건조해도

미루는 "쉭, 쉬익~"하고 콧소리를 냅니다.

 

조금 더 건조해지면

금방 기침을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은 안 왔지만

건조함과 싸운지 벌써 꽤 됐습니다.

 

집에는 온도계와 습도계, 시계가 같이 달려 있어서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 지 헷갈리는 물체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얘와 더불어

지난 몇 달을 보냈습니다.

 

습도계에는

한 여름 습도가 최소 50%

많으면 7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표시가 됐었습니다.

 

지금은 많아야 30%이고

적으면 10%까지 떨어집니다.

 

항상 자기 전에 빨래를 왕창 해서

방에 널어놓는 방법을 자주 썼었는데

이건 한 두시간 밖에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습기를 2대 장만했습니다.

 

하나는 가열식

하나는 복합식

 

그 이후부터 

밤마다 저는 물을 담아

가습기를 틀어놓습니다.

 

습도는 대충 잘 맞춰집니다.

 

근데, 항상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

 

우선, 창문이나 방문을 열어 놓으면

습도가 확 떨어집니다.

 

그래서 문을 꽁꽁 닫아 놓는데

그러면 환기가 안 돼서 아침에 일어나면

꼭 두통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꼭 그렇게 가습을

왕창 하고 나면 이불이 눅눅해져 있어서

상당히 껄쩍지근합니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건

가습기 청소 문제입니다.

 

원래 제가 가습기 살 때

최고 기준으로 삼은 것은 '청소하기 편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가게에 진열된 게 다 비슷한 모양이고

딴 데 가기 귀찮아서 그냥 사버렸는데, 청소하기가 약간 불편합니다.

 

하지만 전 오늘도

30분도 넘는 정밀 작업으로

가습기 한 대를 청소했습니다.

 

몇 년 전 겨울

제가 유난히 몸이 안 좋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새로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찌뿌두둥하고

눈은 퉁퉁 부어 있고, 정신은 어질어질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오전 내내

독감에 걸린 듯한 컨디션이 계속 됐고

 

오후 3시가 넘어야 좀 괜찮아졌습니다.

 

이것 때문에

종합검진도 받았습니다.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건 수맥 때문이야...이 집에 수맥이 흘러..."

 

저는 당시 제 애인이었던 주선생님이

좀 더 냉철하게 고민해보라고 권고했는데 그걸 뿌리치고

 

수맥차단의 최고 권위자라고 자기가 주장하는 사람이 쓴 책을 샀습니다.

부록은 이상한 금속 막대기 두개였습니다.

 

그 막대기를 들고 방안을 몇 바퀴를 돌았습니다.

 

나란히 든 막대기가 교차하면

거기가 바로!

수맥이 흐르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피해 자면 됩니다.

 

수맥을 못 찾았습니다. 

 

다시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거에 여기가 묏자리였던 게 틀림없어..."

 

수맥이 아니면 무덤이 있던 자리라고 그 책에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제 방에서 한참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가습기 청소나 한번 하지..?"

"아니? 묏자리의 저주랑 가습기 청소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가습기 청소 후에

제 증상은 씻은 듯이 없어졌습니다.

 

가습기,

1주일에 한번은 청소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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