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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미루가 제대로 울면

그 옆에서 설거지 하는 게

정말 고역입니다.

 

밥 먹고 바로 설거지 안해서

씽크대에 빈그릇 쌓여 있어도

스트레스입니다.

 

처음 몇달은

설거지통에 빈그릇이

꼭 책꽂이에 책 꽂혀 있는 것처럼

항상 쌓여 있었습니다.

 

요새는 밥 먹자 마자

지체 없이 식탁 치우고, 바로 설거지 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근데 제 위장은

아직도 적응을 못했습니다.

 

"끙..끄응...."

 

설거지 할 때

20초에 한 번 쯤 제가 내는 소리입니다.

 

밥 먹고 바로 설거지 하면

왼쪽 배 윗부분이 묵직하고 딱딱해지는 게

영 거북합니다.

 

밥 많이 먹으면

가끔씩 아이고 소리도 나옵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밥 먹고 설거지 하실 때

"엄마, 좀 쉬었다 해요~"라고

속모르는 소리 했었는데

어머니는 맨날 낑낑 거리시면서 설거지를 기어이 다 하셨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수세미에 세제 짜서

지겨운 그릇 닦기하고 헹구고 나면

씽크대도 한 번씩 닦아줍니다.

 

행주 빨아서 식탁도 닦아주고

음식물 쓰레기 따로 모읍니다.

 

미루가 울면,

씽크대 닦기를 빼먹기도 하고

식탁 닦는 것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항상 반복되는 이런 지겨운 일상에

상큼한 식초 같은 일이 오늘 씽크대에서 있었습니다.

 

설거지 다 하고 물을 잠그는데

수도꼭지가 부러져 버린 겁니다.

물은 잠기지 않았습니다.

 

주선생님은 미루 재우러 방에 들어가서

오직 혼자의 힘으로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물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정밀 사찰 결과

수도꼭지 안쪽의 플라스틱 부분이 부러진 것을 알았습니다.

안쪽의 작은 홈에 젓가락을 끼워넣어서 위로 올렸습니다.

물이 잠겼습니다.

 

역시 저의 순간 대응력은

칭찬할 만합니다.

 

인제 젓가락만 씻으면 됩니다.

물을 틀려면 젓가락을 다시 홈에 끼워넣어야 합니다.

정말 그럴 뻔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수세미로 젓가락을 닦는 모습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광경이었습니다.

 

지난 번엔 싱크대 문 빠진 건 나사만 조이면 됐지만

이건 전문가를 불러야 합니다.

 

예산 범위 밖의 재정지출이 발생했을 경우

혹은 사전대비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지출이 발생했을 경우

우리는 그런 돈을 흔히 '생돈'이라고 합니다.

지출하는 사람의 감정이 실릴 경우 '쌩돈'이라고도 합니다.

 

쌩돈 나가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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