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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어디 갔어?

미루가 요새

이동능력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배밀이와 기기가

특이하게 결합된 폼으로

여기저기를 휘젓고 돌아다닙니다.

 

얼마 전까지 움직이던 거랑은

차원이 달라서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부엌으로, 작은 방으로 옮겨 다닙니다.

 

"미루야~!! 너 거기서 뭐해~~!!"

 

미루 몸이 반쯤 화장실에 들어가 있습니다.

손으로 화장실 바닥을 퍽퍽 치고 있는 걸 붙잡아 옵니다.

 

"어이구, 미루~~거실로 나올라구?"

 

피곤한 주선생님이 자는 사이

옆에서 자던 미루가 깨서

안방을 탈출하는 걸 제가 발견했습니다.

 

자기 의지를 갖고

어딘가로 향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평소에 사람이 잘 안 가는 곳,

가기 싫어하는 곳, 가봐야 즐겁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곳

그런 곳을 향하는 건 특히 그렇습니다.

 

미루는 청소 안 한 탁자 밑

쓰레기통 옆, 재활용 쓰레기 모아 놓은 상자

이런 곳을 주로 향합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미루를

주선생님과 저는 항상 예의주시합니다.

 

"어?!! 미루 어디 갔어?"

 

주선생님이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습니다.

 

한참 곤히 자던 새벽.

자다가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미루가 없어졌습니다.

 

저는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밤 중에 자다가 어딜 갈 줄은 몰랐습니다.

자기 전에 방문을 완전히 안 닫은 게 실수였습니다.

 

무슨 큰 일이야 안 났겠지 바래면서도

마음은 쿵쾅쿵쾅 진정이 안됩니다.

 

온갖 상상이 머리를 때립니다.

 

미루가 쓰레기와 어울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

화장실 바닥 위를 내달리는 광경

전선 위의 먼지 퇴적층을 시식하는 장면 등이 빠른 속도로 지납니다.

 

미루가 자던 곳을 다시 한번 쳐다봤습니다.

 

미루가 있던 그 곳

그곳에는

 

미루는 잘 자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이 처음에 잠 들 때

미루랑 같이 바닥에서 자다가

중간에 침대 위로 올라와 놓고는

 

새벽에 눈을 떴다가 자기 옆에 미루가 없으니까

그 난리를 친 겁니다.

 

"미루 잘 자는구만.."

 

"그래?"

 

"에이, 진짜...."

 

미루는 낮에만

여기저기 잘 돌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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