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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가 앉았어요

"어어어어..."

 

"쿵"

 

"으앙~~"

 

예전에 없던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루가 얼마 전부터 앉기 시작한 겁니다.

 

앉았다가 다시 엎드린 자세로 바꿀 때

잘못해서 머리를 바닥에 쿵 부딪히기도 합니다.

 

한 이주 정도 열심히 연습한 것 같습니다.

 

엎드린 자세에서 상체를 높이 세우고

다리를 몸 안쪽으로 가져 옵니다.

 

오른쪽 다리는 됐는데

왼쪽 다리는 안됩니다.

 

어떤 때는 엄마 얼굴 같은 걸 짚고

무릎을 꿇고 앉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어정쩡한 자세

 

어떤 자세든

팔로 바닥을 짚고 겨우 앉습니다.

 

그러기를 한참 하더니

오늘 아침부터는 두 다리를 모두 앞으로 하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드디어 손으로 땅을 짚지 않고

순전히 허리 힘 만으로 앉았습니다.

 

"똑딱, 똑딱.."

 

제가 혀로 시계 소리를 내니까

미루가 기어 옵니다.

 

입 속에서 혀가 움직일 때 마다

소리가 나는 걸 신기해 합니다.

 

엎드려서 한참을 보더니

몸을 천천히 세워

바닥에 팔을 짚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팔을 완전히 뗍니다.

몸이 곧추 섭니다.

 

미루가 처음으로

완벽하게 앉는 순간입니다.

 

"현숙아~미루 봐...앉았어!!!"

 

이제 바닥에 납작 붙지 않고

대충만 엎드려도

미루랑 눈 높이가 맞습니다.

 

미루는 이제 저를 올려다보지 않고

그냥 똑바로 보고 있습니다.

 

눈높이가 같아지니까

미루 눈동자에 비친 모습이 보입니다. 

 

눈동자 속에서

제가 계속 똑딱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허리 힘도 아주 좋습니다.

조금씩 까딱까딱 거리긴 해도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마주보고 있으면서

속눈썹을 세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미루가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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