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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

요새 제가 계속

슬럼프에서 못 벗어나니까

 

주선생님이 은혜를 베풀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선사하셨습니다.

 

"상구, 어디 가서 하루 신나게 놀고 와라..너무 힘들어 보여.."

 

"나는 그냥 집에서 하루 쉬고 싶어..."

 

저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주선생님이 미루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저녁밥까지 먹고 온 답니다.

 

"현숙아 조심해서 놀다 와..."

 

"응, 상구도 푹 쉬어.."

 

"미루야~엄마랑 잘 놀다 와~~"

 

현관문이 닫히고

집에 혼자 남게 됐습니다.

 

8개월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가슴벅참을 표현하기 위해

세 걸음을 옮긴 다음 바닥에 있는

고무 공을 발로 힘차게 찼습니다.

 

"얏호~~"

 

할 게 없습니다.

뭘할까 고민하면서 둘러보니

집이 참 지저분합니다.

 

여기저기 미루 장난감 널려 있는 걸

조금씩 치웠습니다.

 

"이러면 안돼...이건 내 시간이야.."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음악을 틉니다.

 

"짜자장~~쿵쾅쿵쾅..."

 

간 떨어질 뻔했습니다.

미루가 깰까봐 완전히 깜짝 놀랐습니다.

 

휴..근데 미루는 지금 집에 없습니다.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립니다.

또 화들짝 놀랍니다. 미루 깨면 낭팹니다.

아...미루는 지금 집에 없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치다가 문득 안방 문이 열려있던 게 기억납니다.

미루는 자판 소리에도 민감합니다.

몸이 통째로 오그라 들었다가, 겨우 다시 편안해집니다.

 

미루가 자고 있을 때의 고요함 말고

새로운 정적에 적응이 안됩니다.

 

최대한 몸을 편하게 의자에 묻습니다.

 

"벗어나야지, 벗어나야해..."

 

좀 편해졌습니다.

마음 놓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봤습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한 30분 쯤 있다

완전 무신경 상태의 낮잠을 잘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물 한잔 마시고

이 즐거움을 계속 이어나가야 겠습니다.

 

부엌으로 갔습니다.

물을 따르는데, 주전자가 좀 무겁습니다.

 

"쿵"

 

주전자를 내려놓다가

살짝 놓쳤는데 집안이 다 울립니다.

 

깜짝 놀라서 안방을 쳐다봤습니다.

결국 미루를 깨우고 마는가 싶었습니다.

 

미루는 딴 데서 놀고 있는데

저는 계속 미루 옆에서 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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