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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이것 저것 있는데,
뭔가 딱히 할 음식이 생각 안 나서
샐러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감자 삶아 놓은 것
고구마 쪄놓은 것을 으깨었습니다...사실은 짓뭉갰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오이를 좀 길게 네모나게 잘라서 올려놓았다가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뭉갠 감자, 고구마와 마구 섞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새로운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자랑스럽게 식탁 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소스를 가져다 놨습니다.
식사가 시작되고, 별 말없이 샐러드를 드시던 주선생님께서
드디어 입을 여셨습니다.
"감자, 고구마를 으깼는데 그 안에다 오이를 이런 식으로 짤라 넣으면 보기가 안 좋잖아."
"왠지 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애, 그러니까 감자, 고구마를 한 웅큼씩 떼어서 손으로 둥글게 만들고 그 옆에 오이를 적당하게 얹어 놓은 다음 소스를 뿌려 놓으면 좀 더 격조 높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냥 주는 대로 먹지, 쫌'
그리고, 이 생각은 곧바로 제 입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응, 알았어"
그 이후로 저는 두부조림을 해도,
그냥 접시에 마구잡이로 안 올려놓고 원을 그려가며 놓습니다.
샐러드를 만들어도 양배추에는 방울토마토를 올려놔야 뭔가 완성도가 높다면서 집착합니다.
먹으면 어차피 배 속에서 섞이긴 마찬가지고
단백질은 단백질대로, 탄수화물은 탄수화물대로 그리고 지방은 지방대로
각자 알아서 소화흡수될텐데 아무튼 이런 것에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하긴 내용을 정확히 표현하는 이름, 형식, 겉모습..이런 게 중요하기도 합니다.
몇 달 전에 프랑스 정부가
26살 미만인 사람들은 2년 내에서 마음대로 자를 수 있도록 하는
최초고용계약법안을 만들겠다고 하자
학생들이랑 노동자들이
'크리넥스 법안 반대'를 외치면서 싸워
철회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 법은 자신들을
한번 쓰고 버리는 크리넥스로 취급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한국 정부하고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상정해서 계류 중인 비정규보호법안은
26살 미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2년 내에 맘대로 자르는 내용도 있고
또 다른 내용도 포함해서 어쨌든 비정규직 양산하는 건데,
이름이 '보호법안'이라
사람들이 왜 빨리 처리 안 하나 궁금해 하고
이거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단체사람들을 도리어 욕합니다.
아..뭐든 쉬운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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