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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업고 일하기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미루를 안거나 업고 일할 때가 있습니다.

 

"휴...미루야 너 오늘 컨디션이 진짜 안 좋은 갑다...."

 

막 보채길래

졸려하는 줄 알고

한참을 안고 있었습니다.

점점 활발해집니다.

 

20분을 넘기니까

짜증을 토할 것 같습니다.

 

내려놨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징징거림이 또 시작됩니다.

 

"너, 자건 말건 난 일 한다"

 

아기띠로 미루를 안고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을 때 꺼내놨던

메인 반찬은 김치 3가지.

 

그 그릇들을 포개서 한 번에 들어야 하는데

미루를 안고 있어서 그렇게 못 합니다.

일단 하나를 들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릇을 냉장고 아래칸쯤에

넣습니다.

 

"에취"

 

몸을 숙였더니

미루가 냉장고 쪽으로 휙 기울어지면서

찬 기운에 휩싸였나 봅니다. 기침을 합니다.

 

"어? 미안, 미안"

 

후딱 몸을 세우고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요새, 생활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냉장고 속이 엉망이라

그릇 넣을 공간 찾는 게 일입니다.

 

두 번째 그릇을 들고 다시 냉장고를 엽니다.

 

미루가 고개를 사정없이 뒤로 돌리면서

냉장고 안을 한번 볼려고 시도합니다.

 

"야!! 가만 있어!!"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미루야~인제부터 설거지 할 건데 널 업어야겠어..."

 

아이를 업으면 보통은 업힌 아기 답게

얌전히 꼼지락 대다가 고개를 등에 대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다른 애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전통의 시나리오가

미루한텐 안 통합니다.

 

그냥 막 버둥대고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노리개 젖꼭지를 넘겨줬더니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몸을 부지런히 위아래로 떨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미루가 잠들 지도 모릅니다.

 

"툭"

 

노리개 젖꼭지 떨어뜨렸습니다.

다시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에이, 진짜"

 

주워주려고 확 몸을 숙였는데

미루 머리가 싱크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갑니다.

대형사태날 뻔 했습니다.

 

설거지는 막바지에 이르고

몸을 계속 떨었지만 미루는 여전합니다.

 

"으아아악~~"

 

이제는 팔을 쭉 뻗어서

제 등을 밉니다.

남다른 근력을 자랑하는 미루가 미니까

등이 앞으로 확 휩니다.

 

고통 속에서

완벽한 S라인이 만들어집니다.

 

한참 동안 애 업고 일 하고 나면

누가 절 좀 업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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