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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소질이 있나?

구리시로 가는 차 안에서

처남이 주선생님한테 묻습니다.

 

"잘 갖고 놀아?"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처남이 미루한테 인형을 사줬었습니다.

 

"응...곰 인형이 손에 벌을 잡고 있잖아...그 벌을 좋아해"

"오호..그래? 곰은 안 좋아하고?"

"벌이 반짝 거려서 좋아하는 것 같애, 글고 곰에 붙은 라벨도 좋아해..."

 

처남은 미루한테 외삼촌입니다.

 

미루를 만나면

잘 놀아주고 많이 이뻐해주는데

 

지난 번엔 인형까지 선물로 사줘서

고마웠었습니다.

 

처제 딸한테는 훨씬 비싸 보이는 아이용 건반을 사줬습니다.

 

"근데 미루는 소리 나는 거 좋아해"

 

그때도 미루는 인형은 옆으로 던지고

처제 딸 아영이가 건반 가지고 노는 걸 밀어낸 다음

자기가 막 놀았었습니다.

아영이는 옆에서 울었습니다.

 

처남이 대답합니다.

 

"안 그래도 사놨지~!!"

 

센스 있는 처남입니다.

그때 미루가 건반에 흠뻑 취하는 걸 보더니

하나 사놨답니다.

 

"지난 번 거 보다 기능 훨씬 좋은 걸로 사놨어...손잡이도 있어"

 

이런! 정말 센스가 넘칩니다.

 

"근데 조금 싼 걸로 샀어"

 

주선생님은 신이 났습니다.

 

저도 신이 났지만,

진지한 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촐싹대진 않았습니다.

 

주선생님,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 어디서 샀는데?"

"마트"

 

"미루가 좋아하겠다"

"마트 가면 요새는 장난감 코너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지? 맞어, 맞어. 예전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구"

 

"근데 미루는 진짜 리듬감각이 좋아, 음악에 재능이 있나봐"

 

미루가 손바닥으로 벽이나 장롱을 칠 때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가 그 재능을 살려서

나중에 음악을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처남은 전혀 호응을 안 해줍니다.

 

"우히히..엄마들은 다 그렇게 얘기해~"

"아냐, 진짜야~~"

 

"내 친구들 중에 애가 돌된 애들 있거든? 다 똑같은 얘기하더라"

"아니라니까, 미루는 진짜 재능이 있어"

 

애처로운 주선생님입니다.

 

이럴 땐 미루가 뭔가 능력을 보여주면

처남도 믿을 테니까, 그때를 기다려야지

자꾸 우겨봐야 소용없습니다.

 

처가집에서 드디어

미루가 처남이 사 준 건반을 만났습니다.

 

건반을 보자 마자 달려듭니다.

 

손으로 건반을 누릅니다.

마구 누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몇 번 치더니 손잡이를 잡고

악기를 방바닥에 막 내려칩니다.

 

지난 번 것보다 싼 거라서 그럴리는 없고,

피아노 보다는 난타 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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