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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미루를 보더니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자기 아들한테
말합니다.
"에구, 너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인제 다 커 갖고 말을 안 들어"
다른 좋은 말도 많은데
하필이면 "말을 안 듣는다" 고 합니다.
사실 전국의 수 많은 애들이
맨날 이 소리를 듣습니다.
애가 원하는 것 따로
부모가 원하는 것 따로면
어차피 모든 애들은 '말을 안 들을 운명'입니다.
대화한다면서
자꾸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식이면
역시 애들은 말을 안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집 애한테 어른들이
"엄마 아빠 말 잘 들어~" 라고 말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택시에서 만난 기사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뭘로 키울꺼요?"
"자유로운 영혼이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어서
"그냥 자기가 원하는 거요" 라고 말했습니다.
"에이~ 부모가 계획 딱 잡고,
매뉴얼 대로 딱딱 키워야지~~!!"
다들 이런 식입니다.
요즘 주선생님이 보는 책에서는
'아이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다 정해놓고
꿰어 맞추고 막 시키고
못하면 혼내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저도 사실은 지금까지
'매뉴얼'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습니다.
밤 늦게 집 앞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데
어떤 엄마가 중 3쯤 돼 보이는 아이를 한참 혼내다가
혼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갑니다.
아이는 뒤에 남겨졌고 얼떨결에 제가
그 아주머니 뒤에 서게 됐습니다.
분이 안 풀린 그 아주머니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 소리칩니다.
"그러니까 너 이 자식 오밤중까지 텔레비 틀어 놓고 있으면 죽을 줄 알어~~"
괜히 제가 혼났습니다.
속으로 얘기했습니다.
'우리집은 텔레비젼 안 보는데요~~'
'적극적 듣기'와 함께 '뒤에 누가 있는 지 보기'의 중요성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미루 말을 잘 들을 생각입니다.
댓글 목록
antir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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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경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기는 한데, 요즘 "이 녀석 왜 이리 말을 안들어?" 이런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해요. ㅋ 반성! ^^부가 정보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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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미루만할 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는데 몇년뒤에 어느새 늘 지치고 화가 나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많이 많이 슬펐지요. 동네 그 아주머니도 그 아이가 어릴 적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적극적으로 듣고 소통하려면 일단 에너지가 있어야 할텐데, 거기서도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끼고 흠짓 하게 되더군요. 한편 우리 집은 아이들 말을 진짜 잘 들어주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걸 배워서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잘 들을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더군요. 써놓고 보니 뭔가 좀 썰렁한 듯.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생각도 있다 이정도로 받아들여주세요^^부가 정보
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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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늘 지치고 화가 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빈부격차',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아이'가 눈에 들어 오네요. 앞으로의 어려움이...잘 할 수 있을까?? 험...부가 정보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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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잘 할 수 있을까??부가 정보
si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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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넘 잼있져여. ㅎㅎ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