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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증거3

마사지 수업을 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습니다.

 

식사가 나오고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문득 앞에 놓여 있는 숙주나물무침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거 숙주나물이지?"

"응"

 

예전에는 콩나물하고 숙주나물을 구분 못해서

몇 번이나 "야, 이 콩나물 무침 맛있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넓은 아량으로 저를 품어주신

주선생님께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말을 했습니다.

 

"가만있어봐..이건 당근이네..

숙주나물은 데쳤을거고..

이건 안 데치고 그냥 채만 썰어서 넣었나?"

 

주선생님 귀찮을텐데 대꾸해줍니다.

 

"그런 것 같은데..어차피 안 익혀도 당근은 먹잖아.."

 

"이건 부추냐, 실파냐..부추구만.."

"그래, 부추 맞네.."

 

"근데, 왜 파는 안 넣었지?

무침하는데 마늘은 당연히 들어갔고, 파도 넣어야 하지 않나?"

"그러게, 이 집에선 안 넣나보네.."

 

"간장은 안 넣고 소금으로 간 한 것 같고..

당근 사 놓고 별로 쓸 데가 없었는데 이거나 한 번 해 먹어봐야겠다.."

 

예전에 식당에 가면

무슨 반찬이 나오든 그냥 먹고 나오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반찬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밥상에 대한 저의 관찰력이

점점 예리해지고 있는 겁니다.

 

옆에서 퍼져 잔 미루 덕에

맛있게 밥을 먹고 개운한 기분으로 식당 밖을 나왔습니다.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이야~맛있게 먹었다."

 

제가 말했습니다.

"이야~한 끼 때웠다~"

 

저는 밥을 맛있게 먹은 것 보다는

이렇게 해서 한 끼를 또 무사히 해결한 것이 훨씬 기뻤습니다.

직접 안 차리고 밥 먹은 게 기뻤습니다.

 

주선생님 잊지 않고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오~~주부의 자세~~"

 

이제 확실히 주부가 돼 가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은 모시조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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