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임순례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1/1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1)
    18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은 참 식상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

(소외받는 자들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핸드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일구어낸 패배라는 이름의 승리!

낡은 코드로 가득찬 이 영화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개봉되었다.

 

대선이 끝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민주화 대열에 서있던 386들이 패배를 맞보았던 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개봉된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북경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곧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정치와 스포츠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이 때,

영화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말한다.

 

임감독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은 승리의 순간이 아니다.

값진 패배의 순간이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했다면

함께 호흡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용기로 맞섰다면

패배가 승리보다 값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절묘하게도 영화를 보고 있던 그 시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심상정 비대위 체제가 선포됐다.

임순례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곘지만 기묘한 그 순간,

가장 우려했던 정치적 대타협의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현실을 미화시키는 작용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임감독이 2004년 아테테 올림픽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찬사는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 또다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낼 핸드볼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다큐멘터리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인터뷰들..

목이 메여 끝내 말을 잊지 못하는 핸드볼 임감독의 여운 있는 표정..

그것들이 그렇다.

 

식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줄곧 영화를 보면서 웃었고, 울었다.

뻔히 아는 스토리인데도 빨려들게 하는 힘,

임순례 감독의 영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