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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정치는 진보적인가(3) 당원 편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인가?

 

1. 민주노동당의 정치는 진보적인가?

 

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정치활동은 진보적인가?
⑵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정치활동은 진보적인가?
⑶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정치활동은 진보적인가?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정말 열심입니다. 평소에도 열심이지만 선거 때가 되면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목숨을 걸다시피 합니다. 그런 당원들이 있었기에 저를 포함한 9명의 비례대표광역의원과 지역구 광역․기초의원들이 당선되었고, 10명의 국회의원도 탄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상근 활동가들도 그렇습니다. 제발 집에 일찍 좀 들어가라고 잔소리를 할 정도로 당에 미쳐 살다시피 하는 활동가들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몸 아끼지 않는 당원들과 상근 활동가들께 축복을!!

 

그런데 뭔가 부족합니다.

상당수 당원들이 당비납부와 투표참가 외에는 일상적인 당 활동에 결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이런 분들은 종종 당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나 교육을 “동원되어야 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학습되지 않은 당원들께 “정치”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주제입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발길이 닿는 친목모임도 아니고, 오랜 투쟁의 과정 속에서 뜨거운 동지애를 나눈 투쟁체도 아닌 “정당”은 또 얼마나 부담스러운 조직입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가 되면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려고, 지지율을 1%라도 더 올리려고 정성을 다하지만 “몇 번에 투표하라.”는 얘기(이 문제는 뒤에 “선거”편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밖에 달리 할 말도 없습니다. 또 당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헹가래치며 기뻐하다가 이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 조직이 없는 당선자가 땅바닥에 내리꽂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저는 당 활동 속에서 줄곧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교육이 생략된 무차별적인 당원확대에도 반대의 입장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교육”의 중요성은 충분히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신입당원은 물론이고 기존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그룹별 교육이 필요합니다. 진보적 정치의식은 대규모 강연이나 일회성 집체교육으로는 결코 높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육만으로 당원들을 “당”으로 불러올 수는 없습니다. (뒤에 “조직”편에서 다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당이 당원들 생활 속으로 녹아들어야 하고, 당원들의 요구가 일상적으로 당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당에 열과 성을 다하는 분들조차도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민주시민당의 당원” 같은 활동에 머물러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원인은 당원들이 처한 환경이나 “계급성”을 무시한 채 진행하고 있는 지역분회 중심의 조직편제에 있습니다. (지역분회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세상공업자나 농민들, 가사노동자 혹은 전문가집단 중에서 지역을 현장으로 활동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모여 지역분회를 구성한다면 분회활성화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바깥일도 잘하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하는 여성을 가리켜 “슈퍼우먼”이라고 합니다. 여성들은 슈퍼우먼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가부장적)사회는 그것을 강요합니다.

 

당원들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작년 말을 기준하여 중앙당에서 발표한 민주노총 조합원의 수가 당원의 42%에 이릅니다.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수를 더하면 과반에 이를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현장분회로 조직되어 있습니까? 당원 수가 30명이 안 되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역분회로 엮여있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의 조직은 “당신은 회사에서 근무할 때만 노동자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시민이 되시오.”라고 강요합니다. 현장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뽀개질 지경인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슈퍼우먼이 아니므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로 현장에 남든지, 계급성을 무장해제당한 채 시민으로서 당에 헌신하든지... 현실이 이러한데 민주노총의 부문할당 대의원들에게 당 활동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건 과욕 아닐까요?

 

자, 이번에는 현장분회에 소속되어 있는 당원들을 봅시다.

물론 영세사업장 노동자들보다야 낫겠지만 몇 걸음 앞서 가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선거운동이나 선전전에 자금과 노력이 동원되는 일 말고 지금껏 현장분회 당원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분회에서 학습된 진보적 의제를 노동조합에 소개하고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구하는  한편,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다양한 조직(문화 동아리나 투쟁체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 속을 파고드는 당원들의 “진보적” 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른가요? 현장조직과 현장분회의 결합, 현장분회와 지역분회의 결합, 당원들의 진보적 정치활동과 공직자의 결합은 불가능한 것입니까?

 

지역에서 당면한 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해 봅시다.  
기업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원주에 민주노동당의 현장분회가 있습니다. 기업도시란 공적자본을 들여 재벌기업의 도시건설을 지원하고, 교육․의료 등 공공부문을 사기업에게 넘겨주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정책 중 하나입니다. 기업도시가 들어서면 특정 재벌기업이 지역사회의 경제․교육․문화뿐만 아니라 여론을 장악할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닙니까? 재벌기업의 사탕발림이나 협박에 따라 지역사회 전체가 휘둘릴 것입니다. 그럼 노동자들의 일과 삶은 어떻게 될까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조직들의 현장에 대한 통제력은 얼마나 훼손될까요?

현장분회 당원들은 지금이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노동조합 속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해당 지역분회 당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토론과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여론을 형성하면서 기업도시가 유치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일은 원주의 당직자들과 강원도당, 민주노총강원본부, 강원도의원인 저도 함께 해야 합니다.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국회의원도 나서야 합니다.

 

앞의 글 “⑴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정치활동”에서 의원들이 현장에 결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싱싱한 토마토라도 썩은 사과 옆에 두면 쉽게 썩기 마련입니다. 싱싱한 토마토들 사이에서 숨을 쉬게 해야 합니다. 의원들을 현장에 결합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원들의 “진보적” 활동은 필수적입니다.

 

현장분회가 중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업의 범위는 무한합니다. 인근의 투쟁사업장 소식을 알리고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일로부터 최저임금제, 비정규직개악법안과 같은 법․제도적 문제에 대한 대응, 노동조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오래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의료․교육 등)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대응, 민주적 절차에 대한 훈련과 정치교육 등등..

 

그런데 왜 현장분회의 당원들이 정치활동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정치위원회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의 정치위원들은 대부분(100%?) 민주노동당 당원들입니다. 당원일 뿐만 아니라 상당수 정치위원들은 노동조합 간부 출신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제도정치권으로 진출할 의사가 있는 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용적인 방법이긴 합니다. 노동조합에서도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 그 중에서도 조직 안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을 선임하면 위원회 운영이 수월하겠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이 “제도정치권”으로 좁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결국 노동자들도 선거기간이면 보수정당들의 “1표”와 다르지 않은 “1표”를 얻기 위해 진보적 구호 몇 개 들고 지역으로 몰계급의 바다로 뛰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정치위원회”의 활동이 선거운동에 머물고 있거나 노조간부나 정치위원 일각이 “출세주의”로 빠져들고 있다고 현장 당원들은 손놓고 있을 것입니까?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이 의회주의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당원들이 현장분회를 통해 노동자의식으로 무장하고 제도정치를 뛰어넘는 정치활동의 모범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출세주의”든 “개량주의”든 극복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기반이 되었고,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노동조합 운동을 변질시킬 수도 있고, 민주노동당의 제도정치를 뛰어넘는 정치활동이 노동조합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음 글>
2. 민주노동당의 조직체계와 운영은 진보적인가?

 

⑴ 조직체계의 과도기적 성격과 운영의 비민주성
⑵ 위원회와 분회를 재편하자.

 

3. 지방선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005년 6월 15일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강원도의원 고 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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