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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인가?

1980년대 후반.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세계 제1위의 산재사망률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고, 자본과 결탁한 정부는 총칼과 고문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남몰래 들어간 자수공장에서는 어린 여공들이 기숙사에 갇힌 채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었고, 그들의 피를 빨아 자본은 번쩍이는 자동차와 더 많은 기업체와 높은 빌딩을 소유하였습니다. 88년 송년의 밤에 “사장님”이 베풀어주신 잔치와 새해선물의 알량함이란!

1990년 구미. 매일 밤9시까지 일해서 받은 첫 월급이 26만원이었습니다. 자수공장에서 받은 임금보다 곱절이나 많은 금액이었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사업장 남성노동자들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일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생산량을 낼 때조차도..
길지 않은 현장경험이었지만 저는 노동자들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몸에 밴 성실함과 따뜻한 인간성, 작은 실천으로부터 깨우치는 계급성까지..  

1999년.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이끌어나갈 정치, 몇몇 관료들과 의원들이 독점하는 권력이 아닌 노동자․민중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집행하는 권력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민주노동당 발기인으로 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강원도에서 민주노동당이 창당되던 해에 치룬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고, 저 역시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상황은 80년대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이 겪었던 차별은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통제방식으로 노인과 남성에게까지 확대되었고,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노동자들의 기본권마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해야 할 민주노동당은 날이 갈수록 노동자․민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위기"를 감지하고 있지 못한 많은 분들은 [더 많은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지방선거 총력전을 펼치려 하고] 있고, 위기를 감지하지만 사람과 정책의 부재를 원인으로 진단하는 분들은 [조직체계, 시스템을 정비함으로써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당의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보고 있는 저는 심한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노동자·민중 앞에 민주노동당을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당당히 소개할 수도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인가?

이 질문은 민주노동당이 존재하는 이유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보수정당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민주노동당을 평가한다면 당연하게도 우리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수십 번 들어오면서도 “누가 또 떠드는가보다.”고 무심코 흘려버릴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습니다.

2000년 창당 이후 선거를 치룰 때마다 보수정당으로부터 더 많은 정치적 기법을 배우고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진보적인지” 검증한 적도 없습니다.
과연 민주노동당은 지금 “진보정당”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1. 민주노동당의 정치는 진보적인가?
2. 민주노동당의 조직체계와 운영은 진보적인가?
3. 지방선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저도 이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고민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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