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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커피에 빠지다!

커피를 타놓고 글을 쓰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워낙에 커피를 물 마시듯 마셔대다 보니 이제는 커피를 마셔도 잠을 쫓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습관처럼 커피를 타고 습관처럼 커피를 타 놓은 채 잠이 든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자다가 일어나면 목이 마르다. 그래서 일어나면 가장 먼저 마실 것을 찾게 된다. 그럴 때 자기전에 타놓은 커피는 자리끼 대신이 된다. 일단 그것도 마실 거니까. 그날도 잠결에 목이 말라 아직 불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손에 닿는 곳에 놓아둔 머그컵을 집어 들었다.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는 습관과도 같은 일상의 행동이었다.

그런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향긋한 커피 내음과 함께 무언가 구릿한 냄새가 난다. 아주 익숙한 냄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많이 맡아본 냄새다. 그 냄새는 커피향이 풍기는 바로 그 컵 안에서 나고 있었다.

두근.
두근.

알 수 없는 불안에 심장이 격하게 뛰고 있었다. 무언가 있다. 이 안에 무언가 있다. 차마 보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지금 이 컵 안에 있다. 입안에는 커피를 머금은 채다. 채 삼키지도 못하고 입안에 머금은 채다.

달깍--!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형광등 불을 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머그컵 안으로 눈을 보냈다. 혹시나. 혹시나. 불안을 억누르며 띄엄띄엄 컵 안의 거뭇한 커피로 눈을 보냈다. 그리고 순간!

"우웩--!"

이불을 빨아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입안에 있던 커피를 다 토해내 버렸으니.

검은색 커피 위에 둥둥 떠 있는 바퀴벌레라니. 그것도 거의 500원짜리 동전만한 큰 놈이었다. 배까지 뒤집고 커피에 잠겨 있는 모습이 가히 감동적이었다. 내가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뒤집혀진 바퀴인데 하필이면. 더구나 그 놈은 내가 누워있을라치면 사방 벽을 누비고 다니던 바로 그 보스급 바퀴벌레였다.

"우웨에엑--!"

이번의 것은 자기전 먹은 위 안의 것들이다. 입안에 예의 그 구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다시 토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기를 한참. 몇 번을 토하고 입 안에 고인 침을 방안에 뱉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며 한참 그렇게 있다가, 결국 나는 컵 안의 것을 애써 외면한 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컵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변기 위해 컵 안의 것을 부어버렸다. 보지도 않고. 차마 보지도 못하고.

콰르르르르--!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왜 그리도 고맙던지.

변기에 커피를 흘려 보내고도 한참을 입안을 행구어야 했다. 입안에 남은 커피냄새가 마치 그 바퀴벌레의 살점인 양 속을 뒤집어버린 때문이다. 거의 한 시간은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 닦고, 입안을 행구고, 녹차로 냄새를 지우기를 거의 한 시간을 그러고 있었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려면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른다. 검은 커피와 그 위에 둥둥 떠다니는 노란 바퀴의 배. 길다란 다리가 커피를 따라 흐느적거리는 그 모습이.

"우웩!"

그럼에도 여전히 커피를 잘 마시는 걸 보면 나도 꽤 비위가 좋은 편이다. 뭐 이제는 자고 일어나서 바로 커피부터 마시는 짓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니 커피를 마시면서도 컵 안을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랄까?

바로 지난주 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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