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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재산분쟁 고소사건 남발로 검찰이 '채권추심기관' 될라
  2006-04-21 오후 7:05:59
  '한국인의 법률상식 제1호'는 무엇일까?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형사고소를 하라!" 빚 받으려면 민사소송 걸기 전에 일단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부터 하면 일사천리라는 얘기다.
  
  해마다 늘고 있는 고소사건에 검찰이 신음하고 있다. 고소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한 달에 300건이 넘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다보니 한 사건에 집중할 수 없고 '검사들이 무성의하다'는 비난을 듣는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사건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빚 받으려면 검찰에 고소부터 하고 보라?
  
  이런 고소사건은 주로 재산 관계에 대한 사건으로 사기 및 횡령·배임 사건이 대부분이다. 돈을 떼이거나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사적(私的) 거래에 의해 이해관계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민사소송에 앞서 형사고소를 먼저 하기 때문이다.
  
  형사고소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고소를 하면 상대방이 '피의자' 신분이 되기 때문에 강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졸지에 '피의자'가 된 사람은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나 검찰청에 들락거리는 것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도주 우려'에 해당돼 구속이라도 되면 졸지에 '범죄자'로 낙인찍혀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도 구속을 면하기 위해 고리의 사채를 끌어쓰거나 신체의 장기를 팔아 합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고소를 하게 되면 수사 및 증거수집을 모두 수사기관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고소인은 민사소송에서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소송에 임할 수 있다. 민사소송을 걸어놓고 검찰에 수사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 상대방이 '피의자'일 경우 민사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민사형 형사고소 이대로 가다가는 검찰이 채권추심기관 될 판
  
 
대검찰청의 주최로 21일 열린 '민사적 형사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공청회. 주로 개인간에 이뤄진 재산상의 분쟁에 대한 고소 남발로 수사기관이 '채권추심기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  

  이러한 '민사적 형사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가 21일 대검찰청 주최로 열렸다.
  
  주제발표에 나선 송길룡 검사(대검찰청 연구관)는 실무 경험을 통해 설명을 시작했다. 500만 원의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를 해 왔고, 송 검사는 피고소인을 상대로 조사한 끝에 "현재로선 갚을 능력이 없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사기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래서 송 검사는 '고소인과 화해하겠느냐?'고 물었더니 피고소인은 "지금 능력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벌금형 받아야 한다'고 통보하고 약식기소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처벌 결과를 고소인에게 통보했더니 고소인이 "벌금은 나라가 받는 것인데, 내 돈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 하더라는 것이다.
  
  검찰은 민사분쟁 해결기관이 아니라 형사소추기관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데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송 검사는 "현재 법원과 검찰, 경찰에서는 이런 사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범죄 사건 80% 이상이 고소취하 등 불기소 처분
  
  게다가 이런 재산상의 민사분쟁으로 인한 형사고소가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송 검사가 제시한 2005년 고소사건 현황을 보면 전체 형사고소 사건 중 재산범죄인 사기, 횡령, 배임이 58.4%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중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기의 경우 12.2%, 횡령·배임의 경우 16.5%에 그친다.
  
  80% 이상의 사건이 '혐의 없음'이나 '고소취하(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검찰에서 수사를 받다가 피고소인과 고소인이 합의하는 경우 고소를 취하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니 검찰이 개인의 사적 목적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송 검사는 "대부분의 재산범죄의 경우 고소인이 '돈을 받기 위해' 고소를 하는데, 이는 고소인을 피고소인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두는 형사사법 제도와 맞물려 민사적 분쟁의 형사화를 부채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 사인(私人)의 채권추심기관이나 이해 조정기관화 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찰 인력 중 상당 부분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고소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정작 중대한 범죄나 인지사건 수사 등에 효율적 인력배치를 할 수 없는 문제점까지 발생한다고 검찰은 하소연하고 있다.
  
  송 검사는 △고소요건의 세분화 및 법정(法定) △조정제도 도입 △고소장 접수에 앞서 피고소인의 주장을 듣는 '쟁점진술서' 활용 △수사의 필요성을 우선 판단하는 '수사 불요' 개념의 도입 △허위 고소에 대해 고소인에게 비용을 부담케 하는 '절차이용비용부담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너무 관대하다. 고소사건도 골라 받아야"
  
  역시 주제발표를 맡은 신동운 교수(서울대 법대)는 민사분쟁형 고소사건의 급증 원인에 대해 "고소사건의 대부분인 재산상의 분쟁에 있어서 계약 당시부터 법률적 관계를 명시하지 않고 인정에 끌려 적당히 거래를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고소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때문"이라며 "이는 해방 이후 치열했던 재산분쟁을 검찰이 해결해주다보니 생긴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저 고소장 하나만 접수시키면 국가가 상대방을 소환해 필요한 증거서류를 전부 만들어주고, 설사 허위 고소더라도 무고죄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해마다 고소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제 검찰이 법질서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관대하지 않도록, 발상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대안으로 독일의 '선결문제 소추유예제도'를 소개했다. '선결문제'란 형사소추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규명돼야 할 민사법 내지 행정법상의 쟁점을 고소인이 규명토록 하는 것이다. 이로써 민사형 분쟁은 형사고소에 앞서 민사절차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신 교수는 또한 검사가 고소사건을 '가려서' 받을 수 있게 하는 '고소장 선별수리제도'의 강화를 주장했다. 고소인이 고소를 할 때 피고소인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무조건 접수받아 수사부터 하고 보는 관행을 바꿔야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조정 제도'를 둬서 민사나 형사로 가기 전에 조정 기간을 거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카드사나 은행은 부실채권 고려해 장사. 자구노력부터 하라"
  
  신 교수는 민사형 형사분쟁을 많이 일으키는 카드사나 은행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금융기관들은 일정한 범위의 부실채권을 고려해 이자율과 수수료를 책정한다"며 "검찰이나 수사기관을 여기에 개입시킬 이유가 없다. 먼저 자구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리구제를 할 능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는 "법률구조공단을 적극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억울한 서민 피해자들을 국가가 나서 구제할 필요는 있지만, 형사소추기관이 아니라, 법률구조공단 기능을 강화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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