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BBK 자해 쇼 관전기
2007.11.24. 토요일
지난 21일, 김경준 부인 기자회견 직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의 고승덕 변호사는 이명박후보가 BBK와 전혀 무관하고 BBK는 김경준이 주도했단 걸 입증하는 증거라며 김경준의 친필메모와 편지를 공개한다.
본지, 숫자 싫어한다. 골치 아프잖아. BBK 사건, 뭐가 이리 숫자가 복잡하냐. 해서, 구경만 했다. 근데 이 문건 공개 보고는 쫌, 웃었다.
왜.
자해하는 게 하도 웃겨서.
왜 자해냐. 그 많은 회사 이름들 날짜들 숫자들 관계도 따위들 끌어들이지 말고, 다른 주제로 새지도 말고, 그저 공개된 이 두 문건만을 기초로 해서, 전문지식이 아니라 그저 일상의 상식으로, 객관적으로 따져보자.
먼저, 간단하게 해석부터 하자. 메모는 판독이 어려운 글자도 있다. 그 경우 앞뒤 문맥으로 추정했다. 혹여 추정이 잘못됐다 싶으면 지적 바란다. 편지는 인사치레 빼고 핵심만 번역했다.
1. 김경준이 자필로 썼다는 최초의 사업제안 메모
2/7 meeting w/ 김백준 회장님
1) 이름 바꾸기(Name Change) 2) (이름이)마음에 들지 않는다. (Nothappy - 불분명)
2) 스톡옵션 2) 설명했음 / 그(김백준)가 이명박에게 전할 것임
3) 도메인 네임은 ebank-korea.co.kr / ebank-Korea.com 로 예정
4) 이명박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
5) 20억 총 납입자본금 by 이명박씨
6) 한경이나 코리아 헤럴드 신문을 포함시킨다 (steet 부분 불분명)
7) 나 자신과 이명박 혹은 대리인이 참석해야 이사회가 유효하다는 문구가 회사정관(Art. of Inc.)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2. 김경준의 이명박후보에게 보내왔다는 편지
2/9/2000
이명박 회장님
(그 이후 진척을) 업데이트 해드리려 합니다.
월요일 김백준 부회장님과 만났고, 김백준 부회장님은 미팅 후 이어서 김희인 변호사님을 만나 회사정관과 주주계약의 세부사항을 논의했습니다. 김희연 변호사님이 회장님이 검토하실 수 있도록, 김백준 부회장님이 말한 조건들을 모두 반영하여 회사정관을 완료할 겁니다. 정관에 반영된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머지 덜 중요한 조건들도 역시 포함되었습니다.)
1. 회사 이름은 공란으로 비워둡니다.
2. 직원 스톡옵션 최대치는 30%로 하고, 한 사람이 10%를 넘지 않도록 합니다.
3. 초기 200억 원을 회장님이 투입합니다.
4. 이사회는 회장님 혹은 회장님의 대리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다음의 사항들은 확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1. 자본금 납입일정은 회장님이 정하실 것이고, 2000년 2월14일 경이 될 것이다.
2. 회장님의 초기 투자 후 에리카 김이 투자한다.
괜찮으시다면 이 사항들은 내일 만나 논의하고 확정하고 싶습니다.
김경준
이 두 문건을 근거로 한나라당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 번째. 2/7 meeting이라 써 있는 1번 메모를 근거로 이명박후보가 사업제안을 처음 받은 것은 2000년 2월 7일이라 주장한다. 고승덕 변호사의 말을 직접 빌리면 이렇다.
"2000년 초에 처음으로 사업상 접촉을 하기 때문에 BBK 투자자문의 설립에, 또 자본투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김경준 씨 스스로의 메모에 의해서 객관적으로 증명됐습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이런 뜻이다.
BBK는 이미 99년 4월 설립된 거 알지. 근데 이명박후보는 2000년 2월 7일에 가서야 처음으로 사업제안을 받았다니까. 거봐. BBK하고 이명박후보는 무관해요.
이어 고승덕변호사는 메모의 4번 항목인 '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라는 문구를 특히 강조하며 이렇게 주장한다.
"당초 김씨가 혼자 대표이사를 하려다 이 후보를 추가한 것으로 사실상 실무책임을 김씨가 지고 있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입니다"
이 말은,
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라는 문구는 원래는 김경준 혼자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이명박도 대표이사를 원했단 뜻이잖아. 그러니까 김경준이 이명박에게 사업제안을 한 거지. 즉 모든 일은 김경준이 주도해서 다 꾸민 거라니까. 이명박은 당한 거에요.
요약하면, <이명박은 당한 거다> 딱 두 가지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걸 입증키 위한 물증 공개인 셈인데,
그런데 왜 이게 자해냐. 보자.
[ 한나라당 주장 ]
우선 이 제안은 LKe 사업을 최초로 제안한 메모라고 제시됐단 거, 이거 확실히 기억해두시라. 진도 나가다 보면 자꾸 헷갈린다. BBK가 아니라 LKe다.
1. 미팅일자
한나라당 주장은 뭐든 믿지 않는 일각에선 메모에 2/7로만 되어 있으니 2000년 2월7일이 아니라 1999년 2월 7일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론한다. 그럼 BBK 설립 전에 만난 게 되니까 그런 반론을 하는 건데. 그런데 이 메모는 한나라당 주장대로, 2000년 2월 7일 작성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왜냐.
편지 서두는,
라고 시작한다.
그런데 2000년 2월 7일을 확인해보면 마침 월요일이다. 그러니까 날짜의 앞뒤를 맞춰보면 2월 7일 월요일 만나 간단하게 메모했고 이틀 뒤인 2월 9일 수요일에는 당시 논의사항을 공식화해 비지니스레터를 보낸 것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더구나 메모에서 언급됐던 내용들이 편지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또한 메모에 없던 몇 가지 내용도 update라는 표현으로 추가되어 있는 점을 볼 때 메모와 편지의 연속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이 메모를 편지보다 무려 1년 전의 것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겠다.
물론 이 문건 공개 바로 다음날, 99년엔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고 했던 게 에리카 김이 출입국기록만 떼봐도 간단하게 확인된다고 하자, 결국 한국에 몇 번 오긴 했다고 말을 뒤집긴 했다만, 오늘은 딴 길로 새지 말고 오로지 공개된 이 두 문건에만 계속 집중해 보자.
2. 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
한나라당에선 이 문구 때문에 문건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이 문구가 바로 김경준에 의해 사업이 주도됐단 증거란다. 그러니까 이명박씨도 또한(also)... 이란 표현에서 김경준이 이 사업을 자기 혼자 하려고 했었단 의미를 도출해 낸 건다. 그런데 이 문구에 대한 해석은 고승덕변호사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구는 김경준이나 김백준이(이명박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이명박이 대표이사로 나서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는 것에 이명박 본인 역시, 대표이사로 나서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고승덕 변호사는 also의 의미를 이명박 '또한' 대표이사 '자리'를 원한다고 해석한 건데, 그게 아니라 이명박이 대표이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시한 걸 수 있단 거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갑 : 이명박회장님이 대표이사 직접 하시는 게 좋지 않겠어.
을 : 글쎄 직접 나서는 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텐데.
갑 : 아니 그래도 회장님이 직접 나서야 사업이 힘을 받지.
을 : 선거법위반 전력 때문에 금융사대표이사 하면 법적 문제 있지 않겠어.
갑 : 다른 사람들도 다들 회장님이 나서야 한데. 법적 문제는 내가 알아볼게.
을 : 알았어. 회장님한텐 내가 이야기해 볼게.
(며칠 후)
갑 : 그래 회장님한테 말해봤어?
을 : 회장님도 기왕 하는 거 직접 대표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네.
갑 : OK... 그렇단 말이지. 메모 (회장님 also 대표이사를 원하신다... )
뭐 이런 상황에서 나온 메모일 수 있단 거다. 그렇게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명박을 대표이사로 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그 이전부터 있었단 소리가 되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하면 김경준이 원래 자기 혼자 대표이사를 하려고 했던 건지 아닌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문구 하나로 김경준이 모든 걸 주도한 거라고 단정하는 건 절대 객관적이지 않다.
그 문구 한 줄의 해석만을 가지고 따지자면 전혀 다른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표이사를 하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명박 본인이, 나도 거기 끼워줘 나도 대표이사를 하고 싶어..라고 말한 걸로 해석할 수도 있고, 대표이사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결정되어 있는 데 이명박이 나중에 아니야 나도 하고 싶어 했단 걸로 해석할 수도 있다.
[ 오히려 의혹 ]
여기까지가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지금부터는 그런 주장을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스스로에게 가하고만, 자해를 살펴보자.
1. 설립일
한나라당 주장대로 2월7일 처음 LKe 사업제안 받고 이틀 후인 2월 9일, 이 편지를 받았다고 하자. 편지 맨 아랫부분을 보면, 이명박후보가 납입금 2월14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확인해달란 문구가 있다.
사업 처음 제안하고 이틀 후에 정리해 보낸 편지에 이미 납입금 일주일 후 넣겠다고 했단 게 포함되어 있는 거다. 그럼 처음 사업제안 받자마자 20억 넣겠다고 했단 소리가 된다. 말이 되나.
월요일 만난 후, 메모나 편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화요일도 만났고 통화도 했다고 치자. 그래도 사업제안 받고 하루 이틀 후 20억 넣는 거다. 제안받은 사업타당성 검토도 해야 하고 서로의 이해관계, 지분구조, 유상증자 일정 등을 따지고 조정하는 긴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처음 사업 제안받고, 바로 20억이나 넣겠다니. 게다가 최초 사업제안 받고 딱 열흘 만인 2월 18일 모든 걸 다 끝내고 회사정관까지 만들어 회사설립 마쳤다.
고승덕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 비지니스 세계의 달인들이라서, 라고 해명했다. 그 해명을 듣고서 가만 생각해보면 더 웃긴 게 있다. 편지 첫 부분에,
"월요일 김백준 회장님과 만났다, 김백준 부회장님은 미팅 후 이어서 김희인 변호사님을 만나 회사정관과 주주계약의 세부사항을 논의했습니다."
라 되어 있다.
이 말은 첫 사업제안 받는 미팅 바로 뒤에, 무슨 제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정관과 주주계약을 논의할 변호사 약속을 미리 잡아 뒀단 거다. 파하. 이건 비지니스 세계의 달인들이 아니라 예지 능력 갖춘 무속인들의 조우다.
더 웃긴 건 편지 그 뒷부분에,
변호사가 아예 회사정관을 최종 완성할 거란 문구가 나온다. 사업제안을 처음 듣고 아예 회사정관을 마무리해버리는 이 극강의 결단력.
조금 더 웃긴 건 최초의 사업제안이란 게 찍찍 갈겨 쓴 종이 쪼가리 한 장이다. 하다못해 파워포인트 몇 장짜리 사업계획서라도 보여줘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주지. 이거 보고 열흘 후에 20억짜리 회사 세웠단 걸 믿으라는 건가.
내 말 제발 믿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자해지 이게.
2. Ebank-Korea
이게 또 재밌는 대목이다.
2월 7일 메모에 의하면 그날 도메인 네임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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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네임은 ebank-korea.co.kr / ebank-korea.com 으로 하기로. |
한나라당 설명대로 첫 LKe 사업제안이라면, 김경준은 첫 사업제안 때 이미 도메인네임도 자기가 미리 정해 온 게 된다. 이명박 측이 사업제안도 받기 전에 도메인네임부터 정해서 자리에 나갔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설령 도메인네임까지 정해서 사업제안을 했다 쳐도 그걸 듣고 일단 더 좋은 게 없는지 우리도 생각해보고 다음에 정하자고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니까 그 미팅에서 도메인네임이 정해졌단 건 그런 논의가 이미 이전부터 있어 오다가 그날 정했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러운 거다.
더 재밌는 건 회사 이름 바꾸자고 하는 메모다. 역시 이명박 측이 회사 이름 미리 정해갔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30대 젊은이가 한국의 유명 사업가에게 사업제안을 처음 하면서, 그것도 회사 자체를 상대방 돈으로 설립하면서, 회사 이름을 자기가 미리 정해 그 자리에 나왔다는 소리가 된다. 이 역시 상식적인 상황이 되려면 회사 이름에 대한 논의가 이미 그 전부터 있었는데 2월 7일엔 결정을 못 하고 일단 회사이름은 나중에 정하고 '공란'으로 두자고 한 것이 돼야 한다.
어쨌든 회사이름은 이 메모와 편지가 오갈 때까진 '공란'으로 두다가 최종적으로는 LKe로 결정되는 데, 여기서 조금 더 재밌는 건 LKe, EBK 등 모든 관계사를 아우르는 이명박 금융그룹의 명칭이 실제로 이 첫 사업제안 할 때 결정된 도메인네임처럼 Ebank-Korea가 됐단 점이다.
지금은 논란이 되자 바로 삭제되었지만 구글 검색페이지 캐쉬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이명박후보의 공단선교센타에서의 프로필(새창으로 보기)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이명박 장로
(사)아태환경NGO 한국본부 총재 (재)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전 현대건설(주) 회장 제14,15대 국회의원 (주)eBANK-KOREA 회장 전 서울특별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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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nk-Korea는 개별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삼성그룹처럼 LKe, EBK 등을 계열사로 이명박후보가 추진했던 금융그룹 전체의 통칭이다.
이 금융그룹의 명함에, 자신과 절대 관계없다고 극구 부인하던 BBK가 명함 하단에 계열사로 기재되어 있어서 명함 논란이 일어난 것이고. (BBK를 본인이 세웠다고 하는 당시 이명박 인터뷰 기사 몇 개 있지만 그건 넘어가자. 당시 기자가 내 말을 오인했다, 소설 썼다 해버리면 입증방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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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후보의 LKe 비서, 서울시장 비서, 이명박 선거조직 안국포럼 출신인 이진영씨가 실제 사용됐다 증언한 영문명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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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씨의 증언기록 |
all the emplyee' business cards look like this. And these companies, that is to say BBK, LK ebank, ebank Securities - these companis - that is to say if you have a financial holding company, you have the securities company, the insurance company, and other financial companies under that holding company.
모든 사원들의 명함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 회사들은 - BBK, LKe뱅크, e뱅크증권- 하나의 금융지주회사 아래 있는 증권사, 보험사, 금융회사입니다." - 2006년 8월28일 주한 미 대사관에서 미연방검사가 진행한 증인 심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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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춘 전 대사가 2001년 5월 30일 이명박에게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글명함에도 BBK는 있다. |
그러니까 도메인네임은 괜히 그렇게 된 게 아니라 Ebank-Korea라고 하는 전체 금융그룹의 이름이 정해졌기 때문에 도메인 네임도 그렇게 된 거란 소리다. 사실 이게 당연하다. 누가 도메인 네임 정하고 그룹 명칭 정하나. 그룹 명칭 나오고 도메인 네임 나오는 거지.
그러니까 여기서 갑자기 웃겨 지는 게, 사업제안 처음 하는 자리인데, 최종적인 그룹명칭은 그때 이미 정해졌단 거다. 하하, 웃기다. 그런데 여기서 더 웃긴 건 이 그룹명칭을 이명박후보가 정했단 기사가 존재한단 거다.
이 전 회장이 맡은 직함은 비상근 대표이사. 이전회장은 올 6월 설립 신청서를 내면서 상근직을 희망했지만 금감위가 "증권산업 인허가지침상 고객 보호를 위해 증권사 임원은 전문성과 건전성을 갖춰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전회장이 증권사 경력이 없는데다 99년 7월 선거법위반으로 유죄(벌금 400만 원 형)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상근 대표이사는 지난 해 강원은행과 합병된 현대종금의 대표를 지냈던 김백준씨가 맡는다. 이전회장 주변인물은 "이회장이 e-뱅크라는 이름도 직접 짓는 등 증권업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 <이명박씨 경제계 복귀, e뱅크 비상근대표이사 맡아> 동아일보 2000년 10월 13일
한나라당 주장이 맞으려면 첫 사업제안 때 김경준이 이미 최종적인 그룹명칭까지 정하고 그 명칭에 따른 도메인까지 정해와야 하는 건데, 어라 이걸 이명박후보가 정했다고 하네. 그럼 첫 사업제안 이전에 이명박후보가 텔레파시로 김경준에게 전해준 건가. 사업제안을 하려거든 이걸로 명칭을 정해 사업제안을 하거라... 여기서 그들은 비지니스들의 달인이 아니라 염력 비지니스의 달인이 된다. 어머 머쪄.
여기까지 진도 나가고 보면,
이 자리는 LKe 사업제안을 처음한 자리가 아니라 이명박 금융그룹 전체의 구도가 논의된 자리라고 추정하는 게 상식적이다. 첫 회사인 LKe의 이름은 그때까지 못 정한 채 공란이었지만, 금융그룹 전체의 명칭은 이미 나와 있었고 그 도메인도 정한 상태다. 그리고 금융그룹 전체의 명칭이 나와 있었다는 건, 금융그룹 전체의 구도를 이미 그때 논의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 거고.
거봐, 자해 맞지.
3. 200억
그 다음이 더 이상하다.
편지 3번 항에서 이명박이 초기 200억을 투입하기로 되어 있단 말이 나온다. 20억이 아니다. 20억 이라면 LKe 자본납입급으로 이해하겠는데 200억이 무슨 말인가. 이게 20억의 자본납입금 총액을 의미하는 거라면 메모에서 흘려 쓴대로 paidin capital( 납입자본금)은 20억이라고 쓰면 간단하다.
그런데 여기선 당신이 20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썼다. 이거 투자전문가가 쓴 비지니스 레터다. billion 이란 단위를 잘못 알았단 건 말이 안 된다. 김경준, 영어 네이티브다. 더구나 투자제안과 회사설립에 관한 중요 내용이다. 읽어도 여러 번 읽고, 이 편지 보냈을 게다. 더구나 이 편지에서 딱 한 번 나오는 돈과 관련된 수치다.
200억이 맞단 소리다.
그럼 한나라의 설명대로만 이해해보자.
월요일 김경준이 LKe 사업제안을 최초로 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측에서 우리가 200억 투자할게, 했단 소리가 된다. 달랑 메모 쪼가리 한 장에 200억이라니. 화요일에 또 만나고 통화했다고 해도 사업제안 처음 받고 하루 만에 200억이라니.
이 미팅이 LKe 사업제안만을 하는 자리였다면, 200억이 아니라 당연히 30억 이야기가 나왔어야 정상이다. (LKe는 이명박의 20억으로 설립된 후, 이명박, 김경준 각각 30억씩 그리고 하나은행 5억으로 유상증자 된다)
그런데 30억 이야긴 없고 뜬금없이 웬 200억인가. 이 200억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진실은 당사자들밖에 모르겠으나 추정은 해볼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이란 걸 분명히 전제하자.
이 날 이후, BBK 관련해서 200억 규모의 돈이 실제 투자된 경우를 찾아보면 한 군데 나온다. 이명박후보의 형과 처남 소유 DAS가 BBK에 한 투자규모가 그에 근접한다. DAS는 LKe 회사설립 바로 다음달인 3월부터 총 190억을 BBK에 투자한다.
그런데 이게 또 참 재밌는 대목이다.
이명박후보는 이 DAS의 투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문제가 된 뒤에야 알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김경준이 다스 사장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했다고 한다. " -2007년 6월 10일 한겨레 인터뷰.
야, 이거 참 재밌다.
DAS는 이명박후보의 형과 처남이 소유한 회사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은 김경준과 동업을 막 시작한 시점이다. 종이쪼가리 한 장보고 20억을 열흘 만에 쏠 만큼 신뢰하는 동업자다.
그런데 그 이명박 가족이 김경준 회사(BBK)에 무려 190억을 투자하는 데,
"매형, 요즘 김경준과 동업한다면서요. 그 사람이 우리한테 찾아 왔던 데 190억을 투자하래요. 그런데 그 김경준이란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 믿을 만해요? 그 회사 괜찮은 거 맞아요?"
뭐 이런 거 한마디 이명박한테 물어보지 않고 이명박 동업자한테 투자했단 거다. 이게 말이 되나. 혹시 형과 처남은 김경준이 이명박과 동업하는 줄 몰랐다? 그럼 김경준이 DAS에 찾아가 자신한테 190억이나 투자하라고 하면서도 이명박과 동업사실을 일부러 숨겼단 건가. 미쳤나. 이명박과 이미 동업한다고 해야 더 신뢰를 얻을 텐데?
더구나 이명박후보가 말하는 "나중에 문제가 된 뒤.." 라는 건, 2001년 4월 허위공시 등의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등록취소된 후를 의미한다. 그게 2001년 4월이다. DA가 BBK에 투자한 지 1년 1개월 후다. 그 긴 기간 동안 형도 처남도 김경준도 아무도 이명박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명박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거다.
이걸 믿으라는 건가 지금.
그래서,
DAS는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있는 거다. 하지만, 또 한 번, 여기서 멈추자. 거기까지 가면 조또 복잡해진다. 그러니 간단하게, 여기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200억은 바로 이 DAS를 통한 BBK에 대한 투자규모라고 추정해 볼 순 있겠다.. 그런 추정도 불가능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만약 그런 추정이 맞다면, 이 LKe 사업제안 했단 날은 LKe 뿐 아니라 BBK에 대한 논의도 있었단 게 되는 거고. 하지만, 이 대목은 추정으로만 남겨두자. 검찰이 밝히겠지 뭐.
어쨌거나 이 편지공개가 의혹해소는커녕 200억 이란 뜬금없는 액수를 등장시켜, 없던 의혹까지 만들어 내는, 매우 출중한 능력의 자해라는 것만은, 아주 분명하다.
4. 회사 정관
마지막으로 이상한 건 회사 정관이다. 이게 첫 미팅 이후 바로 결정됐단 건 그냥 넘어가자. 염력 비지니슨데 뭐.
주목할 건 메모 7번과 편지 4번.
메모와 편지에 동시에 등장하는, 이명박 혹은 이명박의 대리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이사회가 무효라고 하고 조항이다. 이게 LKe 정관에만 등장한다면 하나도 안 이상하다. 이 날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문제는 3개월 후인 2000년 5월 12일 BBK 정관도 이렇게 개정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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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한겨레 2007.10.6일 기사로부터 쌔벼옴. |
그동안 한나라당은 그 정관개정을 김경준이 혼자 위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내놓은 문건에 이미 그 조항이 떡 하니 있는 거다.
어머 이거 자해잖아. 어떡해.
이 내용을 김경준이 처음 사업제안하면서 이명박 안심하라고 먼저 제안했을 수도 있고 거꾸로 김백준이 요구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 내용을 둘이 함께 결정했다는 거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김경준이 혼자서 3개월 후에 자기 회사의 정관을 자기가 위조했다면 김경준은 미친 거지. 아니 멀쩡한 자기 회사를 왜 이명박에게 의결권을 주는 걸로 바꾸냐고. 위조는 자신한테 이익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이 정관 개정은 이명박한테 이익을 주는 거다. 그런 위조를 왜 혼자 하고 자빠졌냐고. 당연히 이익을 보는 쪽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인 거지. 그리고 BBK 정관이 그렇게 이명박 측 요청으로 바뀐 거라면 BBK가 이명박 소유라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인 거고.
그게 아니면 혹시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해 김대중정부가 2000년 5월에 BBK 정관에 그 문구를 심어 놓은 건가. 김경준을 포섭해서. 뭐 그럴지도 모르지.
종합하자면 김경준이 2000년 2월 7일에야 처음으로 LKe 사업제안을 했고 BBK는 이명박후보와 아무런 상관없단 걸 주장하려 내놓은 증거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사업논의가 있었으며 이명박후보 또한 BBK와 연관, 매우 있어 보이더라.. 하는 물증 자해를 스스로 해버린 셈이 된 거라, 이거다.
거봐. 우끼잖아.
오늘은 여기까지. 여기다 심텍이니 MAF니 옵셔널벤처스니 에이엠파파스니 하는 거까지 다루기 시작하면 훨씬 더 우끼기 시작하지만 그러자면 너무 복잡하게, 우끼다. 우끼는 건 최대한 심플하게 우끼는 게 예의다. 고로 여기까지만.
간만에 깔끔하게 우낄 수 있도록 전폭적 협조를 아끼지 않아 주신 한나라당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 전하고자 한다. 더 복잡하게 우끼는 건 또 상황 봐가면서 그때 가서.
자, 그럼, 오늘은 이만, 파하하.
원문링크 -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29&article_id=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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