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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공천 쇼를 보는 갑갑한 마음

 

대통령제 vs 내각제

민주당의 공천 쇼를 보는 갑갑한 마음
 
번호 222171  글쓴이 유학생수학도 (pythagoras)  조회 1646  누리 247 (267/20)  등록일 2008-3-8 21:06 대문 11 추천
 
 
 


요즘 통합민주당의 화끈한 공천 쇼가 어느 정도 반응을 일으킨 모양이다. (손학규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개혁공천에 대해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8일 의정부 신흥대학 에벤에셀관에서 열린 의정부 갑·을 합동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공천혁명, 공천쇄신으로 이제 우리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긍정적인 반응에 아주 고무된 모양이다. 이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사실, 암울 암담 그 자체다. 저렇게 해서 한국정치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면 내 쌍수를 들고 환영해주겠다만, 이건 그냥 조금 지나가면 잊혀지는 아무 의미 없는 보여주기 위한 쇼일 뿐이다. 그나마 이런 것도 변화의 몸부림이라고 자기들끼리 생각한다면 거기에다가 내가 굳이 소금을 뿌려댈 의도는 아니지만, 쇼하는 자들에게서도 또 거기에 환호하는 자들에게서도 나는 절망만을 느껴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암세포 때문에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있는데,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저 겉에 보이는 모습만 신경 쓰고 있는 꼴이다. 왜 이렇게 다들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대해서만 반응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는가.

한국인 모두는 저 지역주의 정당들의 인질이 되어 있다. 이 지역주의는 사회의 진정한 갈등이 의회 내에서 표출되고 해결되는 것을 막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저들을 보고 살아야 할지, 암담할 뿐이다. 갈 길은 먼데, 저게 무슨 삽질들이란 말인가.

저따위 저질 정당들의 다툼을 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저따위 쌩쇼가 아니라, 허겁지겁 만들어져 문제투성이인 이 국가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해결해야 할 때이다.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된 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에서의 제도의 변경이 시급하다.

여러 번 심각한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선거구제 및 비례대표의 강화를 얘기해 왔지만, 사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그보다 더 상위의 차원에도 존재하고 있다. 지역주의가 없다고 해도,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말한다. 이는 입법, 행정, 사법이라고 하는 이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권력분립구조에 대한 것이다.

해석의 차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삼권분립은 더 이상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필수요건이 아니다. 행정부가 정책을 펴려면, 법이 필요하고, 입법부의 법은 실행되기 위해 만들어진다. 권력의 분리(Separation of Powers)에 반대되는 권력의 융합(Fusion of Powers)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각제 국가에서는 행정과 입법의 권력이 일치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러한 내각제를 가진 영국을 두고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제 국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충돌로 인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나 전대갈 같은 무식한 군바리 새퀴들에게는 이러한 면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었다. 의원들은 그저 권력자에게 딸랑딸랑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대한민국에 그런 권력자는 존재하지 않는 데서 문제는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대통령제로 갈 것인가? 그러면 이 충돌의 문제를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 답은 있는 것인가?

탄핵과 수도이전 갈등으로 상징되는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충돌이 극심했던 지난 5년, 두 권력의 충돌로 인하여 사법권력이 정치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로 등장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툭하면 정치문제를 사법 영역으로 가지고 가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법과 행정권력은 유권자의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표성이 있는 권력이지만, 사법권력은 그런 권력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대법관을 선택하고,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였으므로, 주권자 - 평범한 시민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사법권력은 기본적으로 그 둘과는 다르게 더 귀족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배심원 제도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철학을 반영한 제도들이 전무한 우리의 사법제도는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충돌하게 되는 순간, 사법권력은 너무나도 분에 넘치는 큰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헌법디자인에 전혀 고려가 되어 있지 않은 측면이다. 사법권력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하고 어떻게 주권자의 통제를 받게 할 것인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렇듯 우리의 헌법에 내재하고 있는 심각한 논리적 결함들은 대체 언제 고민해서 해결할 것인가. 누가 고민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이런 중요한 문제는 뒷전인 채로, 저따위 아무 의미 없는 공천 쇼에 박수치고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한국의 저런 정치 현실과 수준이 너무나도 갑갑하다. 집권한 지 얼마 됐다고 인터넷에는 이메가 욕하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데, 도대체 한국은 어떤 나라이기에 그를 뽑은 50%는 다 어디 숨어버리고, 욕하는 목소리만 들리는가. 도대체 주권자들이 아무 책임의식이 없다. 사람들아, 온몸이 근본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어서, 대수술을 해야 할 때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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