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 땅을 팔면 6,000배나 넓은 캐나다 국토 전체를 사고도 남는다. 어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땅값 국제비교 통계다. 서울 땅값이 8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국토부가 어제 발표한 10월 지가변동률로, 2000년 4분기(-1.08%) 이후 처음으로 -0.24%의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땅은 집 이상으로 비싸고 소유도 편중돼 한국사회를 어지럽혀 왔는데, 땅의 현실과 미래에 연관된 두 가지 통계가 담고 있는 의미가 과연 뭘까 궁금하다. 오늘은 땅값과 땅의 소유편중 실태에 대해 공부해본다.
1. 땅값 얼마나 비싼가
2007년 현재 서울 땅값은 1조1,159억 달러, 경기도 땅값은 1조18억 달러다. 캐나다 국토 전체 땅값은 1조5,580억 달러다. 서울과 경기도 땅값이 캐나다 땅값의 1.4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캐나다 국토 면적은 9,984,670㎢로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1,618㎢의 6,171배에 달한다.
또한 한국 땅값은 3조 5,780억 달러로 면적이 100배에 달하는 캐나다 땅값의 2.3배에 해당한다. 또 면적이 한국의 77배에 달하는 호주 땅값은 2조6,390억 달러로, 한국 땅값이 호주의 1.4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명목GDP) 대비 땅값도 한국은 3.7배에 달해 프랑스(3배), 미국․호주(2.8배), 일본(2.4배)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얘기다.
그동안에는 주로 학자들이 외국과 땅값을 비교해 한국 땅값이 얼마나 비싼지 연구해왔는데 정부 기관의 공식통계에서도 그 심각성이 확인된 것이다.
2. 땅값 얼마나 올랐나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은 어디고 가격은 얼마일까. 국토부의 올해 공시지가를 보면 제일 비싼 곳은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커피전문점 파스쿠찌가 들어선 자리로 3.3㎡ 당 땅값이 2억1,157만원에 달한다. 땅 한 평 값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이 일대에서 한 평에 2억이 넘는 곳이 10군데가 넘는다.
땅값이 비싼 이유는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과 국토부 통계를 연결해보면196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땅값은 1,176배, 대도시 땅값은 923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는 43배, 도시노동자가구 실질소득은 15배 올랐으니, 땅값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오른 셈이다.
그 동안 땅값이 내린 해는 토지공개념 도입 직후인 1992~1994년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의 4년밖에 없고, 나머지 해는 매년 올랐다. 8년 만에 10월 한 달 서울땅값이 떨어졌다지만 9월까지는 계속 올랐고, 10월 전국땅값은 아직도 소폭 오름세다. 오를 줄만 알고 내릴 줄은 몰랐던 땅값, 그래서 부동산 불패 신화란 말까지 생겨났다.
3. 땅은 누가 소유하고 있나
우리나라보다 100배나 넓은 캐나다도 사고 77배나 넓은 호주도 살 수 있다는 금싸라기 땅은 누가 소유하고 있는 걸까.
행정안전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국토 중 30%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소유한 국공유지이고 이를 제외한 70%는 민간이 소유한 사유지다. 국토의 70%가 투기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또 도로, 하천 등을 빼면 실질적인 국공유지는 23% 수준이다.
국토 중 집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전체 국토 면적의 2.6%에 불과하지만 가격은 53%에 달하는 알짜배기 땅이다. 대지 중 국공유지는 면적 기준으로는 7%, 가격기준으로는 6%에 불과하다. 국토 중에서도 알짜배기인 대지의 93%~94%가 투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국토의 70%가 투기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그 땅을 대부분 소수 땅부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사유지 기준으로 국토의 74%를 5.5% 땅부자가 독차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구기준으로 전체의 0.5%에 불과한 땅부자 10만 명이 국토의 30%를, 5% 90만 명이 44%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27%의 가구가 국토 99%를 소유하고 있고, 이들이 소유하고 남은 1% 땅에 땅을 한 뼘이라도 가진 33%의 가구가 몰려있다. 나머지 전체가구의 40%는 발 디딜 땅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4. 불로소득은 누가 차지했을까
땅값이 올라 생기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다. 국토의 대부분을 극소수 땅부자들이 독차지 하고 있는 가운데 땅값이 치솟기만 하면, 땅값이 올라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땅부자들 차지가 돼 빈부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이것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이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1980년에서 2001년까지 땅값이 올라 발생한 불로소득은 1,28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환수한 돈은 113조원으로 8.8%에 불과하다. 땅값 불로소득 환수율은 2003년 2.0%, 2004년 1.4%로 최근으로 올수록 더 떨어지고 있다.
나머지 불로소득은 모두 땅을 소유한 사람들, 주로 땅부자들이 차지했다. 땅값이 폭등하던 1985~1988년 사이 발생한 불로소득의 60%는 전 국민 중 1.3% 땅부자가, 80%는 3.9% 땅부자가 차지해 더 큰 부자가 됐다.
5. 땅부자는 땅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땅부자들이 땅을 독점하고 있는 셈인데, 이들은 누구이며 땅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 걸까. 정부가 개인 정보 특히 부자들에 관한 정보는 절대 밝히지 않으므로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땅부자 100명이 소유한 땅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2005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기업이나 문중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이 소유한 땅을 기준으로 땅부자 100명의 땅은 404㎢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고 땅부자 10명은 54만명이 살고 있는 광진․양천․동대문․금천․중구 등 서울 5개구 면적 보다 넓은 땅을 갖고 있다.
땅값을 기준으로 땅부자 100명의 땅재산은 5조624억 원으로 1인당 500억 원이 넘는다. 국민 40%는 땅이 아예 없고, 한 뼘이라도 땅을 소유한 국민의 평균 땅값은 1억1,800만원, 면적은 4,555㎡이다. 결국 땅부자 100명의 1인당 땅값은 땅 가진 국민 평균 땅값의 175배, 면적의 878배를 소유한 셈이다. 또 최고 땅부자 10명은 일반인 땅값의 1,033배 면적의 1,559배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6. 재벌 중에는 누가 땅부자일까
기업 등 법인 땅은 더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땅 재산이 많아 종합부동산세를 낸 상위 100대 법인의 땅 재산은 모두 60조5천억으로 한 개 법인당 6천억 원에 달한다.
재벌 중에는 롯데(11조), 삼성(8조), 현대차(6조) 순으로 땅 재산이 많다. 10대 재벌의 땅재산은 45조원에 달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부지와 성동구 뚝섬 현대차 부지의 대규모 개발을 허용해줌으로써 땅부자 재벌들의 땅값은 더 뛸 전망이다.
현대는 뚝섬에 110층 건물을 올릴 계획이고, 롯데는 삼성타운에 버금가는 롯데타운을 건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롯데는 이명박 정부가 112층짜리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최고 땅부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자랑하고 있다.
땅값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고 오르기만 해서 국민생활과 경제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가도 높고 집값도 비싸다. 공장용지 값이 중국의 40배나 돼 중소기업들이 동남아로 옮아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류비도 많이 들어 국가 경쟁력도 큰 타격을 입는다.
집과 마찬가지로 땅도 가격이 오르면 땅부자가 좋고, 내리면 정 반대의 이해관계가 성립한다.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린다는 소식까지 들리는 데, 앞으로 땅값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너무 많이 올라 캐나다를 살 만큼 비싼 가격, 소수가 국토의 대부분을 독차지한 소유 편중을 해결할 길은 없을까. 땅 문제의 뿌리를 캐는 숙제를 남기면서, 오늘은 땅의 가격과 소유편중 실태를 공부했다.
※ 참고한 자료
통계청, 2007년말 기준 국가자산통계 추계결과, 2008.11.26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후마니타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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