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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최초로 읽은 글... 제대로 된 최초의 글? by 임진모

9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접한 존레논 관련 아티클입니다.
임진모씨가 지은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중의 내용으로 그 책은 이사가다가 잃어버린 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같은 내용의 글을 찾았습니다. 올려봅니다.
존레논에 관한 저의 고정 관념을 많이 바꿔준 글이었습니다.

존레논의 위대함이 그의 정치적 사상적 스탠스가 좌파적이다 민중적이다 하는데 있는 것은 물론 아니겠구요(사상적으로 더 뛰어난 이론가 활동가들도 많으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매시기 처한 상황 속에서 진지하고도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간 존의 진정성에 있다고 봅니다.

비록 굴곡은 있을지라도 존은 적어도 그때그때마다의 시점에서 언행과 행동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었으며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늘 반추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노동계급에서 태어나 오로지 돈을 벌기위해 자아를 숨기고 몹탑 헤어를 하고 대중 입맛에 맞게 무대에 서야한다는데 대해 늘 괴로워했으며, 나중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돈을 번데 대해(a lucky man who made a grade) 죄의식을 늘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괴리를 해결하고 극복하려는 열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60년대 후반이후 존의 자아 각성에 대해 사람들은 왜 귀여운 우리 존이 점점 또라이가 되어가나, 다 저 일본 원숭이(except for me and my monkey) 때문이다 하면서 존이 비틀즈 구성원이 아닌 원초적이고 반항적인 인간 존레논 자체을 찾아가고 회복하는 것에 대해 탐탁해하지 않고 매도하였습니다(구조주의 식으로 표현하자면 주체는 타자의 호명appellation에 의해 규정됩니다.).

이에 존은 타인들이 원하는대로 적당히 더벅머리 존으로 타협했으면 향후 편하게 살 수 있었고 부 또한 보장받았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존은 일생동안 줄곧 자기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렸으며, 행동하고 실천했으며, 자신을 둘러싼 편견, 허위의식에 저항했습니다(그렇지 않았으면 이민국과 그렇게 장기간의 지루한 법정 투쟁을 애당초 하지도 않았겠지요. 요꼬는 아이를 세번이나 유산하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존의 음악 그 자체가 바로 그의 삶의 궤적이자 전기이기도 합니다.
Revolution
Ballad of John n Yoko
Come together
Give peace a chance
Power to the people
Working class here
God
I don’t want to be a soldier
Imagine
Sometimes in NY 수록곡들
그리고 거의 집회이자 커뮤니케이션의 장인 공연들(RATM을 방불케 하는)…

텍스트로써 존의 앨범과 노래들에 매시기 그가 당면한 고민과 갈등, 관심사가 투영되고 있습니다. 이는단지 선언에 그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예컨대 액티비스트로서 절정에 달한 앨범 some times in NY가 시장에 발매되었을 때에 그는 또한 오프라인에서, 현장에서 현실과 몸으로 맞부딛치고 있었습니다(cold turkey와 mother를 부를 때도 안에서는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생애에 그토록 변화무쌍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간 인간이 바로 존레논이었습니다. 때때로 결과적으로 좌충우돌하였더라도 그 과정은 너무도 성실하고 진지한 것이었습니다(사실 결과적으로도 일정정도 politically correct하였기에 그의 죽음이 일종의 순교로 후대에 의해 추앙받는 것이겠지요…).


그밖에 90년대 중반 제가 읽은 존레논 책 중에 레이 코널리 저, 임진모 전찬일 번역의 ‘존레논’(대륙-현재 절판?)이라는 책이 있는데 원저작자가 보수적 스탠스를 취해서인지 솔로 시절 존의 음악 및 활동에 대한 평가는 다소 빈약하고 야박한 편입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읽은 책으로 임진모씨 본인이 직접 쓴 [존 레논 : 이매진, 세상으로 만든 노래] 새길 출판사가 있는데(현재 역시 절판?) 이 책은 비틀즈 시기도 구체화하여 포함하고 있지만 존레논 개인의 삶과 음악을 연속적으로 점증적으로 잘 서술한 것 같습니다(어떻게 보면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상의 아티클이 이 책의 서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타 한번 치룰 때마다 구설수에 오르고 욕을 사서 먹던 온갖 인터뷰들도(우리 카페에 올라와 있는) 존을 이해하는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은 시중에 레논에 관해 어떤 책들이 나와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존레논 개인이 60-70년대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안고 산 사람이기에 다리품 팔고 서점에 가서 직접 책 좀 보시고 인간 존레논, 그의 음악, 그리고 60-70년대 시대에 대해 접하고 이해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Ps.

1. 임진모씨가 쓴 책 중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100?’ 아직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스탠스로 쓰여졌으며 이중에 비틀즈의 5대 명반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2. 글 중간에 로널드 레이건에 관한 내용은 흥미롭습니다. 68년 우드스탁 롹페스티발 3장짜리 LP앨범을 들어보면 한 가수가 '우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아주 좆같은 놈인데 그놈 이름이 로널드 레이건이다'라는 취지로 말합니다. 청중들이야 당연히 '레이건! 펵유우우……'하고.
80년대 대처리즘과 함께 레이거노믹스로 신보수주의 불을 지피고 베트콩을 싹쓸이하는 람보2의 시대를 창출해냈으며, 전체(全) 머리(頭)가 환(煥)한 코리아 대통령을 등두드려주던 바로 그 대통령... 지금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큰 바위 얼굴에 추가한다나 뭐란다나 하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벽에다 똥칠하고 있는 바로 그 레이건 전대통령입니다. 당시 대통령할 때 부통령은 애비 부쉬, 지금은 아들네미 부쉬

3. 다섯장짜리 레논 앤쏠로지 시디 부크렛에 실린 시사만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닉슨 행정부가 존을 도청하고 린치?가하고 장난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낙선 운동했으나 끝내 닉슨이 재선되자 존은 엄청난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잃어버린 주간). 그러나 결국 닉슨은 워터게이트 도청건으로 사임하게 됩니다.

4. 65년‘지금 비틀즈가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라는 발언으로 그 사단을 치룬 존이 불과 10년도 안돼서 God을 도마 위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련의 액션을 통해 사람들이 존과 요꼬를 거의 내놓은 자식 취급하고 제껴놓아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60년대말 미국의 히피 운동과 유럽의 68(파리)혁명을 거치면서 온갖 금기가 극복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노동계급의 영웅’가사 중에서 나오는 fucking은 그시대 동급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종교와 섹스와 TV로 중독시키지. 그런데 당신은 자신이 현명하고 계급이 없으며 자유롭다고 여기는 거야’라는 본질을 바라보는 냉철한 지성은 놀랍습니다. 일단 영국만 보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무리 복지 시스템이 잘되어있어도 축구나 밴드로 뜨지않으면 리버풀에서 벗어날 수 없답니다.

5. 예수 발언 얘기를 꺼낸 김에…
모린 클리브와의 인터뷰에서 레논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습니다. “현대 사회는 미디어의 사회다. 매스 미디어 발달로 이제 비틀즈가 그리스도보다 유명(popular)해질 지경까지 왔다”. 이러한 일정정도 세태를 꼬집는 발언이 미국으로 건너가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자, Ku Klux Klan(aka WHITE ANGEL)에 의해 말 앞뒷머리 싹 자르고 비틀즈의 자만감 표현으로 왜곡되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비틀즈가 예수보다 더 위대하다(greater)라고 말한 식으로 왜곡되었습니다. 저는 이 척박한 색깔나라 코리아에서나 이러는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도 그럽디다. 한심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말 앞뒷머리 다 자르고 단어 어구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인간이 제일 짜증납니다.

6. 인간들이 요꼬를 except for me n my MONKEY 못생긴 원숭이 취급하는데에는 저변에 오리엔탈리즘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요꼬가 백인 여자였으면 반응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요즘 비틀즈 책 많이 쓰시는 한선생님 글에도 보면 그 풍부한 fact에도 웬지 이런 시각이 은연 중에 비치는 것 같은데(비틀즈 컬렉션을 보고) 물론 강요된 것일 것이며 우리 동양인들끼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서로 존중하고 자긍심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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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씨 저도 '대륙'출판사에서 나온 그 책 가지고 있습니다. 그 출판사 사장님이 친히^^ 선물로 주신.... 요꼬에 대한 생각이 저와 비슷하시군요. 헌터 데이비스의 책 'The Beatles'를 보면 존과 요꼬가 처음 만날 당시를 쓴 부분이 있는데요, 저자는 그 만남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더군요. [2005/01/17]
루씨 위에 언급하셨듯이 '죄의식'을 가진채 대중에 영합하는 노래들을 계속 써야했던 당시, 존은 새로운 세계, 새롭게 자신을 표현해야할 뭔가를 열망하고 있었고 바로 그때 일반인들 눈에는(사실은 그 속에 나도 포함^^) 쬐끄맣고 못생기고 이상한 짓을 하는 못생긴 동양 여자가 짠~ 나타나서 존의 영혼을 흔들어 놓은거겠죠. [2005/01/17]
루씨 사람들이 그녀를 '존을 꼬여낸 구미호'정도로 생각하는건 자유지만, 어쨋든 한사람의 영혼을 그렇게 흔들어 놓을수 있다는건 멋진일 아니겠어요? 그녀가 백인이었다면 그렇게 '원숭이'까지 가진 않았겠죠. [200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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