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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어젯밤 잠이 안아 뒤척이다가 새벽녘 잠들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강아지 동순이의 낑낑 대는 소리가 들린다.
안떨어지는 눈꺼풀을 애써 떼고 동순이의 표정을 살피니 똥이 마려운 모양이다.
사실 몇일전부터 동네에 쥐약을 놓았다는 소문때문에 동순이를 개줄에 묶어놓았다.
밤에 풀어놓는 다는 것을 잊고 말았다.

동순이를 풀어주자 잽싸게 집 뒤란으로 간다. 에궁.. 딸기밭에 똥을 예쁘게 싸고 돌아왔다.
이시간 아침 6시 15분. 난 다시 졸린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 한숨 더 잤다.
그리고 이번엔 수탉의 울음소리에 깼다. 닭모이와 물을 들고 닭장으로 가 어제 깨어난 병아
리들과 어미닭 그리고 수탉에게 인사를 하고 아침준비를 했다.
빵 두조각과 커피한잔...

가벼운 아침식사후 울타리 안에 심은 작물들을 살핀다. 요즘 한창 재미가 들린 것은 전 주인이
심어놓고 간 더덕과 취나물들이다. 내가 유일하게 건드리지 않은 밭에서 한창 취나물과 더덕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풀들 사이에서 이것들을 구분하는 것이 제일 재밌다. 그리고 나선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고... 밖에 있는 작은 밭으로 갔다.

밭 두둑 정리하다가 할머니들이 단체로 읍내 병원에 가신다고 10시 50분차를 타러 나오신다.
이시간이 10시 인데 50분이나 빨리 나오시다니... 에궁.. 요즘 우리동네는 고추심을 준비가
한창이다. 거름치고, 밭갈고, 두둑 만들고, 비닐씌우고 그러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은 한번씩
읍내 병원에 다녀오신다. 침도 맞고 무릎관절에 물도 빼고 하신단다. 난 시골에 오기전 비닐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 생각을 가졌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한가지 다른것이 생겼다.
농민들이 단지 농사를 쉽게 지을 요량만으로 비닐을 쓰지는 않는다는 거다. 무엇보다 몸이
못버티고 감당해야하는 노동이 힘겨우니까 비닐에 의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나무라거나
생각없는 어떤것으로 치부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농사일이 점점 고되지기 시작하면서
할머니들의 얼굴이 부어오르고 힘겨움에 허리를 펴지못하는 걸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할아버지들은 경운기나 농기구 오작동으로 다치는 경우가 잦다.
며칠전 우리윗집 할아버지가 다리를 크게 다치셨는데 그런 소식 하나하나가 가슴을 쓰리게
한다.

여튼 난 병원에 가시는 할머니들과 한동안 수다를 떨고, 밭을 정리했다. 소형라디오를 벗삼아..
점심을 먹고 작은 밭에 생강을 심는데 동네 71세 할머니가 놀러오셨다. 이분은 할머니보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걸 훨씬 좋아하신다. 그래서 난 70대까지는 아줌마라 부른다.
오랫만에 수다를 떨었다. 호박심는 얘기를
하다가 내가 똥거름을 깔꺼라니까,'사람이 제 똥을 3년동안 못먹으면 죽는대"하신다.
그 양반은 농약 농사를 지시는데 이런말을 하시다니 놀라웠다. 우리동네 어른들은 내가
농약을 안칠꺼란걸 아신다. 그래서 가끔은 옛날 방식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내게 옛기억을
더듬으며 방식을 일러주시곤 하는데 이분도 내가 하는걸 보니 이런 말씀을 하셨나 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동네 아주머니 하우스에서 기르던 참외, 단호박, 호박, 토마토, 가지
모종을 가져와 오후 내내 심었다. 울타리 안에다가는 진짜루 똥 한국자 퍼서 땅에 넣고 호박을
심었다. 엄청 흥미진진이다. 이렇게 다 심고 나니 저녁이다.

일머리가 없는 내가 오늘은 무지무지 바쁘게 일을 했다. 앞산에 피어있는 개복숭아 꽃과
산벚나무가 너무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내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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