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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만한 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문뜩, 그리고 자주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반복되는 그것들에 염증을 느끼는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고 무언가 단칼에 끝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적인 측면도 앞뒤가 안맞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마음먹은대로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라 한번 결심한것을 뒤집는 일은 좀체로 많지 않다. 헌데,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은 여러번 '종결'을 선언 했다가 번복한 일임이 분명하다. 왜 긴 세월동안 번복하고 또 번복하면서 종료하지 못하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최근에 내가 가장 답답해 하는 부분이 이것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것 이었는데, 이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내 인생의 굴곡임이 분명하다..


이번이 마지막(도대체 무엇이??) 이라고...마지막이 주는 공허함과 쓸쓸함, 그리고 시원 섭섭함, 아쉬움, 어쩌면 후회도 한 몫을 차지하겠지만, 이제는 더이상 맞설 기운이 없다. 누가 보면 신세 타령이나 한다고 늘 씩씩하고 발랄하게만 보이던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씩씩하지도 발랄하지도 기운차지도 적극적이지도 않고 싶다. 며칠전 나루는 내가 너무 긴 시간 우울모드인것 같다고 하면서 한심한 스머프 앞의 형용사를 바꾸어 볼것을 제안 했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제안한 것임을 눈치 챘지만, '우울모드가 길어져 보여서...'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정말 남에게 민폐를 끼치고 살기는 하는구나,와 내게 이렇게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고 지켜봐 주는 이(들)가 있다는게 참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일일히 말 하지 않아도 지켜 보고 있다는것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가 그동안 간과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언가에 집중을 오랜만에 하다보니 참으로 그 시간이 길고도 힘들게 느껴진다. 이를 악물고 견딘다는게 이런거구나를 어렴풋이 알게 된 시간이라고나 할까?(이런거 이제서야 아는것도 생각해보니 한심하군.) 아직도 멀고 먼 길이지만(인생에 대해서 알기까지는...) 알아봐야 쓰레기 같은 말과 쓰레기 같이 굴러가는 사회를 보는게 더 많겠지만, 최소한 더불어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를 버리고 살것인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추상적이고 염세성 짙은 이런 글 쓰는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요새는 글이 점점더 외곽으로 샌다(그렇다기 보다는 솔직한 글을 안쓰고 있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알던 나 같지가 않아 어색하기까지도 하다. 왜 내가 '눈치'따위를 보는지도 모르겠다. 화난다. 때때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것도 마지막 이었으면...

어제는 우연히 TV에서 '생로병사'라는 다큐를 보았는데, 주제가 '수다의 건강학'이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역시나 수다의 힘은 위대하다는걸 다시금 확인시켜준 다큐였다.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수다만한 것이 없으며 사소한 이야기와 웃고 떠들면서 나누는 대화는 정말 좋은 건강식품 못지 않다는 얘기이다.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시시콜콜~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내 안에 쌓이고 쌓인 노폐물이 조금씩 제거되는 느낌도 들고 실컷 수다 떨고 나면 속이 시원이 지는 느낌이 들때도 많이 있다.(그런느낌으로 포스팅도 자주 하고 싶었는데...요새는 그게 안된다..ㅠ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많은 사람들을 싫어 하고, 과묵하고 할말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긍적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보기에 괜한 품위 운운하면서 폼잡는 것에 불과하며 좀 더 안좋게 말하면 일종의 권위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거기다 더해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거나 꼭 말을해야만 아느냐고 하는 사람들...재수 없다.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나 갸륵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표현 되어야 알 수 있으며,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어제 TV에서 주로 보여준것은 가족을 중심(특히, 부부)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 주었다. 모든 행복의 근원이 마치 거기서 부터 출발한다는듯이 보여주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수다의 긍정성 만큼은 충분히 인정하는 바이다. 언젠가 내가 포스트에 잘하는게 없다고 하면서 쓴게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잘하는게 딱 두가지가 있다. 그중 하는 '수다떨기'이며, 다른 하나는 '약속시간 칼같이 잘 지킨다.' 이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역시 수다와 술이 매우매우 고픈걸 참고 있다는거...ㅎ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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